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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Mar 09. 2021

새 학기시작, 엄마도 함께 적응 중

코로나 시대에 일상으로 돌아가는 연습 중

3월 손꼽아 기다리던 개학이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된 등교를 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아이가 1년을 다시 다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초기에는 등교하면 당장이라도 내 아이가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처럼 예민하던 엄마들도, 아이들의 학업 지연을 보며 학교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1년이 흐른 지금, 정부 방침에 따라 계획대로 학사일정이 시작되었다.

올해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1학년 전일 등교 지침에 따라 매일 등교를 하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단축수업을 진행 중이라 같은 4교시여도 끝나는 시간은 1시간 정도 빨라졌다. 

첫째는 3학년인데 주 2~3회 등교하고 원격수업을 병행한다. 작년에는 EBS 방송 보며 힘들어하고, 선생님이 보내준 유튜브 링크 보며 수업 대체했었는데, 그 시절을 떠올리면 잠깐이라도 학교에서 선생님과 시간을 보내고 오는 것이 좋다고 했다. 

매일 아침 열을 재어 자가진단 앱에 등록을 해야 하고, 손소독제와 여분의 마스크는 가방에 항상 넣고 다닌다. 학교에는 모든 자리에 가림막이 세워졌고, 거리두기를 위해 짝꿍 없이 각자 간격을 두고 자리에 앉는다. 아이들도 이제는 답답해하지 않고 마스크를 잘 쓰고 수업을 듣는다. 

급식실에서는 마스크를 벗기 때문에 밥 먹는 것 외에 대화는 일절 금지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는 가족들과 식당에 가서도 밥 먹는 동안은 말하지 말고 먹고 재빨리 마스크를 쓴다. 이런 점에서는 오히려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방역수칙을 더 잘 지킨다.


아이들이 등교하면 나만의 시간이 생길 거라 기뻐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등교시켰는데, 막상 나도 바뀐 일상에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다.  1년 가까이 집콕 생활하며 적응된 생활 패턴을 바꾸려니 몸도 마음도 바쁘기만 하다.

코로나 이전에는 아이들 등교(등원)하면 오전에 운동도 하고, 도서관이나 평생학습관에 강의도 들으러 다녔다. 그런데 코로나로 집콕 생활이 시작되면서 나의 일상은 사라지고 없었다. 오롯이 아이들과 한 세트로 묶여 아이들의 일과에 따라 하루가 흘러갔다. 삼시세끼 밥 챙겨주고 아이들 챙기고 나면 하루가 끝이 났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자 우울증도 함께 찾아왔다. 남편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 저녁식사시간 이후 자유시간을 허락받았고, 집에 함께 있지만 가족들로부터 분리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나름 슬기로운 코로나 집콕 생활을 한다며 자기 계발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것들이 조금씩 쌓여가며 하루 일과의 하나로 자리 잡았는데, 아이들이 개학을 함과 동시에 나의 일과가 무너져버렸다.

철저히 아이들의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하다 보니 또다시 나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두 아이의 등하교 시간이 다르고 하교 이후 스케줄도 다르고, 각자가 공부하는 것도 다르니 내가 중간에서 신경 쓰지 않으면 균형이 흐트러져버린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게 옆에서 봐줘야 하는 것들이 간단해 보여도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도 나도 적응이 되면 상황은 나아질 것이다. 그런데 셋다 적응하는 기간이다 보니 예민함이 집안에 넘쳐흐른다.

첫째는 늘어난 과목과 공부에 힘들어하고, 둘째는 학교라는 시스템을 적응하는 것에 힘들어하고, 나는 바뀐 일상과 두 아이를 빠지는 것 없이 챙겨야 하는 부담에 힘들어하고 있다.


아이들이 등교를 시작하니 다시 일상으로 한 발짝 가까워지는 것 같다. 

나는 언제쯤 내 일상을 찾을 수 있을까? 지금 바라는 것은 방해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과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현재는 아이들 잠들고 난 이후의 시간이 가장 여유롭지만 나도 체력이 떨어져서 그 시간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미라클 모닝도 도전해 봤지만 하는 내내 낮잠을 자게 돼서 결국엔 포기했다. 둘째의 적응기간이 끝나고, 첫째가 등교일 수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지만 오전에 다시 나만의 시간을 찾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부디 확진자 수가 더 늘지 않고, 백신 결과가 긍정적이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온전하게 한 학년을 잘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도 흔들림 없이 계획했던 것을 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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