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오성과 권 씨 부인의 갈등과 화해 인고의
오성과 권 씨 부인은 서로 지극히 사랑하는 듯하면서도 때로는 끝없이 상대를 시험하고 도발하는 독특한 부부였습니다. 장난기 넘치고 자유분방한 오성의 성격은 강단 있고 당돌한 권 씨 부인과 자주 부딪혔습니다. 특히 오성은 매일 아침 차가운 돌 위에 앉아 일과를 시작하는 독특한 습관이 있었는데 이는 그에게 끊임없이 차가운 엉덩이의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권 씨 부인은 남편 오성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들에 깊은 분노를 느꼈지만 이를 즉시 터뜨리기보다는 속으로 삭이는 인내심을 보였지요. 오성이 잠든 밤 권 씨 부인은 그의 차가운 엉덩이를 묵묵히 참아내며 말없이 속마음을 드러냈습니다.
그저 참고만 있지 않던 권 씨 부인은 다음 날 밤 뜨겁게 달궈진 숯불 덩이를 조심스럽게 오성의 엉덩이 밑에 깔아 두는 방식으로 남편의 장난에 응수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나도 너의 장난을 참고 인내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응대할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였습니다. 오성은 그다음 날부터 일과를 치르며 차가웠던 돌 위에 앉는 대신 뜨거운 숯불을 얹은 자리에서 고통을 인내했습니다. 차가웠던 엉덩이에 다시 뜨거운 숯불이 닿아 냉찜질을 넘어 데일 듯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는 매일 계속되는 아내의 뜨거운 장난을 겪으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굴었습니다. 이 기묘한 침묵 속에서 권 씨 부인은 자신이 남편에게 전한 복수가 통했음을 짐작했을 것입니다. 어느 날 오성의 방에서 어이쿠 뜨거워라는 비명과 함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 순간은 두 사람 사이의 팽팽했던 긴장감이 해소되고 서로의 기지와 인내를 인정하는 부부간의 유대감이 더욱 깊어졌음을 의미했습니다. 권 씨 부인의 복수는 통쾌했지만 그들의 관계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부부의 모습은 논어의 가르침 중 忍者王道(인자왕도) 즉 인내는 군주의 길이라는 말처럼 해석될 수 있습니다. 군주는 백성을 다스릴 때 인내심을 가지고 공정해야 하듯이 부부 관계에서도 상대방의 허물을 참고 기다리며 이해하려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오성과 권 씨 부인 역시 서로의 다른 점과 자잘한 다툼을 인내로 견디며 부부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부부의 이러한 작은 신경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시련이 권 씨 부인에게 닥쳤습니다. 권율 집안에 깊이 관여하던 한 졸개가 권 씨 부인을 무참히 겁탈하는 참변이 발생한 것입니다. 권율 가문의 복잡한 권력 구도와 사회적 통념 속에서 권 씨 부인은 몸과 마음이 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었습니다. 오직 깊은 분노와 원통함을 속으로 삭이며 병을 얻어 머리를 싸매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사건은 오성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오성은 처음에는 권 씨 부인의 이상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점차 부인의 고통을 직감하고 뒤늦게 모든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무심한 척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깊은 마음으로 부인을 걱정하고 위로하려 노력했습니다. 이처럼 부부 사이의 애정은 갈등과 인고의 시간을 거치며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혼인의 연을 넘어선 인간적인 깊은 이해와 헌신이 필요한 관계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