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뽀얗도록 분칠 한 나는,
그러나 이미, 적빛에 물들었다.
갓 딴 목화송이처럼
순수함에 작은 어깨를 바르르 떨던 나는
이미 옛날을 예감하고 자신을 버렸다.
정욕에 못 이겨 거세된 송아지
지주제도 모르고 날뛰고,
바라보며 비웃던 나도 어느새
와인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로즈 마리 향기를 맡다가
화장실 변기통에 앉았을 때
그 하얗게 윤기 나는 시린 사기 조각이
가슴을 스치는 것을 느끼다.
떠나자. 이 시린 세상.
치부를 다 드러낸 한 떨기 붉은 장미는 나와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