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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p Nov 22. 2020

[시] 열병

잠에서 깬 소년은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리고 말없이 한참을 울었다.     

 

지독한 외로움은 그런 거였다. 

현실이 싫어서 몇 번을 잠들어도 몇 번을 울며 깨어나는.      


눈을 떴을 때 

나를 비추고 있는 태양과 마주치고는 

세상의 밝음 속 자신의 어두움을 탓하며 움츠러드는 것. 

또는, 

아직도 밖이 어두움을 깨닫고 

이 지겨운 어두움이 빨리 걷히기를 기도하며 눈물을 삼키는 것.      


소년은 지독한 열병을 앓고 있었다. 

성장통이라기엔 너무나 깊고 긴 아픔 

내게 이런 고통을 선사하는 병신 같은 신에게 복수하고 싶은 충동이 사흘 밤낮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떠오르자 

부끄럽게도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수치스러움에 헛구역질이 났다.      


몇 번의 담배질로 허기를 채우고 

남의 집 담벼락에 담뱃재로 낙서를 하고는 

또다시 잠들기 위해 몸을 뉘인다.      


할 수만 있다면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수 없이 되뇌인다. 

수 없이.      


블랙홀 같은 뇌 속에 별똥별이 떨어진다. 

잠식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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