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편의 월급날이다.
나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수입에 대한 지출을 계획 세울 수 없지만 남편의 월급은 고정수입이기 때문에 우리 집안 가계부의 중심이 된다. 일반 직장에 다녀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월급날에 대한 별 감흥이 없는데, 남편은 항상 점심때쯤 전화 와서 "오늘 월급날인데 뭐 해?"라고 묻는다. '월급날이 뭐 대수라고?'라는 나의 생각으로 월급날을 보상의 날로 여기는 남편의 행복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그는 회사일이 아무리 고단하고 힘들어도 웬만해서는 집에 와서 티를 내지 않는다. 매일같이 5시에 일어나서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할 때는 혼자 아침밥을 먹고 출근을 한다. 현장 관리자여서 특히 여름철엔 출근한 지 몇 시간도 안 되어서 빤스까지 다 젖는다고 하는데 하루종일 눅눅한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것이 얼마나 고역스러울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종일 입은 쉰내 나는 작업복을 내밀 때도 오히려 미안해하는 그를 보면서 가장의 모습을 새긴다.
남편과 나는 여로모로 많이 다르다. 자라온 환경도, 살아온 방식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공통분모가 없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역할과 책임의식은 누구 못지않게 강하기에 꼭 맞는 일치하는 선의 모습은 아니라 하더라도 기울기의 격차를 서로 밀당하며 신뢰의 힘으로 같은 사분면 안의 인생을 살아가리라 믿는다.
"여보, 먹고 싶은 것 다 말해! 10첩 반상 정도는 얼마든지!" 하는 나에게, "힘들게 뭘 해~ 나가서 먹자. 오빠가 사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