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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Dec 20. 2024

오렌지와 함께하는 그리스 아테네의 가로수길

오렌지 나무가 가로수라구요?

그리스 아테네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있는 2024년의 12월. 아직도 화창한 가을날같은 온화한 겨울이다.


아테네에 오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사실 중의 하나는 바로 아테네는 오렌지 나무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오렌지 나무가 가로수라니!


길가에 줄지어 세워져있는 오렌지 나무들의 화려한 색깔이 대부분 건물들의 외벽 색깔이 하얀색톤인 아테네의 무채색에 대비되어 도시 전체에 밝고 따뜻한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아테네의 가로수 오렌지 나무의 12월에도 풍성하게 매달려 있는 오렌지들
오렌지빛 가로수로 도시 전체가 환해진 느낌이다

찾아보니, 아테네의 가로수인 오렌지 나무들은 "쓴 오렌지 나무 (neratzia, νερατζιές)" 라고 부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오렌지 나무는 아니라고 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쓴맛이 강하고 또 신맛도 강해서 다들 먹지 말라고 한다ㅎㅎ 그러나 하지말라는 건 꼭 해봐야 하니깐 조심스럽게 한개만 따서 맛만 보았는데 다들 왜 먹지 말라고 했는지 알것같은 맛이다ㅋㅋ 시고 쓰고.. 오렌지보다는 레몬이나 자몽에 더 가까운 맛이다. 이렇게 탐스러고 예쁜 오렌지색 뒤에 이런 쓴맛을 감추고 있었을 줄이야. 제2차 세계 대전 중 독일 군인들 역시 아테네를 점령하고 오렌지 덕분에 쓴맛을 보았다고 한다ㅋㅋ


우리나라의 벚꽃 시즌처럼 4월초가 되면 오렌지 나무에 활짝 핀 꽃들의 향기가 아테네 전체에 가득하다고 한다. 오렌지만 있어도 이렇게 예쁜데 봄에는 향기로운 꽃까지 피는 나무라니. 가로수로 정말 딱이다 (바닥에 오렌지 열매들이 떨어지는 것만 빼면..ㅋㅋ). 오렌지 꽃 향기가 가득한 아테네는 얼마나 더 아름답게 느껴질까!


4월 초가 되면 아름다운 향으로 아테네 전체를 감싸는 오렌지 나무 꽃

과일 나무들은 가로수로 흔하게 사용되지는 않는다. 과일이 떨어지면 지저분하고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도시들은 과일이 열리지 않는 관상용의 나무들을 가로수로 선택하곤 한다.


그러나 과일나무만의 매력이 있다. 알록달록한 색감이 보기에도 예쁘지만, 우리가 매일 먹는 과일이 슈퍼마켓이 아닌 나무에서 온다는 걸 다시한번 기억하게 해주고, 아름답고도 달콤한 이 과일들을 주는 자연에 한번 더 감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곶감이 특산물인 충청북도 영동군과 경상북도 상주시에서는 감나무를 가로수로 쓰고 있으며, 사과가 특산물인 충청남도 예산군과 충청북도 충주시에서는 사과나무를 가로수로 쓰고 있다고 한다. 과일이 예쁘게 열려있는 가로수길을 걸으러 가봐야겠다. 그리고 아테네에 있는 동안은 오렌지 나무 가로수길을 마음껏 즐겨야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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