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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 Sep 23. 2016

30살의 나

일상, 사랑 그리고 미래


  'One'은 '1'이에요.



  수업이 끝나고 은행계좌를 만들려고

아일랜드의 AI*에 들렀다.


  우리나라의 은행 내부인테리어가 현대적이고 심플한 편이라면(진짜 있어야하는 것만 있는),그곳은 해리포터가 부모님이 남겨둔 돈을 찾으러 갔던 고블린(도깨비)은행이 생각날 만큼 화려하다.

해리포터 영화 속 고블린은행, 이것보단 덜 화려해도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이 장면이 떠올랐다.

  챙겨간 서류와 여권을 보여주자 인상 좋은 갈색머리의 여자직원이 내 정보로 몇 가지 서류들을 작성했다. 그녀가 다음으로 인터넷뱅킹을 만들어주겠다고 전화가 있는 장소로 날 데려갔다. 그녀가 전화로 뭐라뭐라 말하곤 내게 인터넷뱅킹 등록번호를 받고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된다고 하면서 수화기를 넘겼다.


  '오 마이 갓'


  외국인친구하고 전화로 통화할 때마다 뭔가 더 알아듣기 힘들고 말하는 것도 버거워 톡으로 해결하거나 만나서 이야기했는데... 얼굴도 모르는 아이리쉬와 통화해야한다니... 흐음! 떨리는 가슴을 누르고 귓구멍을 있는대로 확장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자마자 예상한대로 그녀가 내 귀에 영어를 콸콸콸 폭포수처럼 쏟아부어줬다.

  팔든 쏘리 팔든 쏘리를 연발하곤 간신히 내용을 알아먹고 곧 등록번호를 받아적고 비밀번호까지 설정했다.


  진땀을 쏙 빼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금발의 훈훈한 아이리쉬 남자직원이 내가 있던 곳 바로 뒤편에 설치된 태블릿pc가 있는 곳으로 이끌더니 AI* 어플을 보여주고 이 어플에서 내 계좌의 밸런스를 확인할 수 있다며 로그인하는 방법을 보여줬다.


  그런데 웬걸!


  내 번호로 로그인이 안되는 거였다. 내가 받아적은 인터넷뱅킹 등록번호나 비밀번호가 틀린 게 분명했다.


  '으윽- 어쩌지?'


  다시 그 과정을 반복해야하는 건가 싶었는데 그 남자직원이 걱정하지말라며 다시 확인해보자고 전화를 걸어 내가 받아적은 번호를 확인했다.

  내가 받아적은 숫자를 하나씩 확인하던 그의 손이 숫자 0에서 멈췄다. 그리곤 그가 'One'은 '1'이에요, 라고 말하며 숫자 0을 1로 고쳐줬다.


  '앗?!'


  전화로 One을 들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동그라미, '원'으로 착각하고 1이 아닌 0을 적은 것이었다.


  그는 괜찮다며 환하게 웃어줬다. 나도 그런 실수를 한 내가 웃겨 끽끽거리며 함께 웃었다.


  친절하디 친절한 은행직원들 덕분에 어렵지않게 계좌를 만들고 콧노래를 부르며 은행 밖을 나섰다.


  누구는 은행일 어렵게 봤다는데 또 감사하게 큰 어려움없이 일을 볼 수 있었다.


  은행건물을 나서면서 집으로 돌아갈까하다가 햇살이 비쳐 기분이 업된 나는 안 가본 곳까지 산책을 했다.

차로 꽉 막히지 않은 도로가 참 마음에 든다.

  덕분에 비자일로 들러야 할 Garda건물까지 우연히 발견했다.

경찰서

  또 어떤 실수를 하게 될 지...

  뭐 One을 0으로 적은 실수 정도야 개미똥꾸멍만큼 귀여운 실수지만...

  실수에 겁 먹지 않을테다!

  이 모든 게 추억이 될테니 마음껏 즐기련다.


기숙사 창밖 풍경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를 듣는데...

  내일 금요일인데...

  난 내일 뭘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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