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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희 Feb 08. 2022

토요일은 장이 열린다

오일장, 아니 칠일장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장이 열렸다. 내 기억엔 공원(현재의 푸른 어린이 공원) 근처 30동 앞쯤 되는 것 같은데, 지도를 보니 27동 앞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매주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그 공간엔  꽤 큰 규모의 임시 장터가 열렸다. 

엄마는 토요일 아침마다 부지런히 장을 보러 나갔다. 내가 따라간 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적이 훨씬 많았다. 과일이나 채소 따위를 잔뜩 사 왔던 것 같은데, 빼놓지 않고 사 오는 건 찹쌀떡이었다. 하얀 밀가루가 잔뜩 묻은 곶감 사이즈의 팥앙금 찹쌀떡 천 원어치. 밀가루 고명(쌀가루인가?) 때문에 겉은 뻣뻣하고 속은 단단하면서도 쫄깃한 찹쌀떡. 바깥바람을 많이 쐬어 꽤 차가운 찹쌀떡 네댓 개는 하얗고 반투명한 비닐에 싸여 있었다. 엄마가 장에 갔다 오는 토요일 아침이면 나는 ‘엄마 찹쌀떡은? 모찌는!’하며 조잘거렸다. 그럼 엄마는 차가운 입김을 내쉬며 짐 꾸러미에서 조그만 봉지를 찾아서 건네줬다. 엄마는 거의 매주 빼먹지 않고 찹쌀떡 천 원 어치를 사 왔다. 그건 우리의 암묵적인 약속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먹고 싶든, 먹고 싶어 하지 않든 찹쌀떡을 찾았다. 토요일 오전의 의식이었다. 그런 옛날식 찹쌀떡을 요즘은 잘 찾아볼 수 없지만, 그 뻣뻣하고 푸석거리던 찹쌀떡의 식감과 달디 단 앙금의 맛은 아직도 생생하다. 어딜 가면 만날 수 있을까? 


P.S. - 위치는 저 경비 초소 앞이었던 것 같은데, 진짜 위치는 어디였는지 지금도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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