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5개월, 생애 첫 기억이다
처음 보는 아줌마가 나를 안고 어느 긴 복도 중앙에 서 있던 게 첫 기억이다. 영문도 모르고 모르는 사람 품에 안겨 있는데 나는 왜 엄마나 익숙한 사람을 찾지 않았는지, 울지도 놀라지도 않았는지. 아마도 낯섦보다 오랜만에 탄 하늘 가마가 더 반가워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복도를 따라 사람들이 모두 앞을 향해 걸어간다. 공중에 발이 뜬 나도 같이. 고개를 드니 어떤 아저씨가 내 얼굴에 손을 대려 한다. 무서움에 그제야 우아앙! 하고 고개를 돌렸지. 날 안고 있는 엄마 아닌 아줌마는 당황했고, 뒤로 반쯤 젖혀진 나를 다들 붙잡아 세웠다. 아까의 그 키 큰 아저씨는 축축한 손가락을 내 이마에 지그시 댔다. 물 닿는 게 찝찝했다. 그런데 그게 내 유아세례였단다. 1981년 12월, 둔촌동 성당. 채 세 돌이 채 안 됐을 때이지만 놀랍게도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도 내 인생 첫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