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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희 Jan 12. 2022

처음 한글을 떼던 순간

처음 읽어낸 글자는 '피리 부는 어부'

아마도 엄마가 한글을 가르쳐줬겠지? 배우는 과정은 가물가물한데 어느 순간 한글을 한 자 한 자 읽게 된 순간이 기억난다. 배운 대로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나갔는데 그게 바로 ‘피리 부는 어부’였다. 엄마가 꽤나 대견해했던 게 생각나고(우리 엄마치고 그 정도 반응이면 최고의 리액션), 모르던 그림이 눈에 들어오는 경험이 나도 신기했다. 

그다음 내 이름 석자를 알려줬는데 난 유독 ㅅ자를 쓰는데 어려워했다. 내가 보기에 이 글자의 구조는 막대기 하나를 놓고 그 가운데에 작은 막대기가 붙는 것인데, 그걸 그대로 써도 ㅅ 자가 안 나오는 거다. 아기돼지 삼 형제 책 위에 잘못 쓴 ㅅ 자를 몇 번이나 썼는데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애꿎은 동화책에 흉한 낙서만 늘었나. 

아빠가 출장에서 사다준 (무슨 출장이었을까?) 동화책 전집. 표지가 노란. 한 30권쯤? 참 많이도 읽었다. 아마 내 생애에서 책을 가장 열심히 읽었던 순간. 

글 읽는 데 재미가 붙어 언니가 보던 세로로 된 어려운 책도 읽어보고(홍당무, 수레바퀴 밑에서 같은 것들. 그러나 활자만 읽음), 소년소녀 전집 보물섬 같은 것도 읽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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