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희 Jan 12. 2022

처음 한글을 떼던 순간

처음 읽어낸 글자는 '피리 부는 어부'

아마도 엄마가 한글을 가르쳐줬겠지? 배우는 과정은 가물가물한데 어느 순간 한글을 한 자 한 자 읽게 된 순간이 기억난다. 배운 대로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나갔는데 그게 바로 ‘피리 부는 어부’였다. 엄마가 꽤나 대견해했던 게 생각나고(우리 엄마치고 그 정도 반응이면 최고의 리액션), 모르던 그림이 눈에 들어오는 경험이 나도 신기했다. 

그다음 내 이름 석자를 알려줬는데 난 유독 ㅅ자를 쓰는데 어려워했다. 내가 보기에 이 글자의 구조는 막대기 하나를 놓고 그 가운데에 작은 막대기가 붙는 것인데, 그걸 그대로 써도 ㅅ 자가 안 나오는 거다. 아기돼지 삼 형제 책 위에 잘못 쓴 ㅅ 자를 몇 번이나 썼는데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애꿎은 동화책에 흉한 낙서만 늘었나. 

아빠가 출장에서 사다준 (무슨 출장이었을까?) 동화책 전집. 표지가 노란. 한 30권쯤? 참 많이도 읽었다. 아마 내 생애에서 책을 가장 열심히 읽었던 순간. 

글 읽는 데 재미가 붙어 언니가 보던 세로로 된 어려운 책도 읽어보고(홍당무, 수레바퀴 밑에서 같은 것들. 그러나 활자만 읽음), 소년소녀 전집 보물섬 같은 것도 읽어보고. 

작가의 이전글 1981년 12월 유아세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