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기록한 자의 편
작년 이 맘쯤에, 정든 직장과 동료들을 떠날 채비를 했어요. 마지막 출근일에는 "도비는 자유에요 Dobby is Free" 카드도 선물 받았어요.
작년의 일상이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2021년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한 해였어요.
1월에는 국토교통부에서, 3월부터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창업 교육과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3월 중순에 법인을 만들고, 한 달 쯤 뒤 엔젤투자를 받고,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지요. 목표는 연내 시범운영 고객 10곳 확보.
야심차게 기획했던 서비스는 7월 쯤 개발이 얼추 끝나버렸어요. 창업자 셋이 각각 디자인(솦)-기계공학(댄)-소프트웨어(빈) 를 맡아서 스크럼 사이클 몇 번 돌렸더니 뚝딱 만들어졌지 뭐에요. 말이 잘 통하는 건 알았는데, 다행히 손발도 잘 맞았어요. 엔젤투자를 받고 개발팀을 꾸리려고 했는데, 개발이 병목이 아니어서 오히려 디자인을 기다릴 때도 있었어요. 팀 자랑을 하자면 끝이 없지만 아무튼 저도 나름 2011년부터 웹서비스를 기획하고 직접 구현도 해봤는데, R&D 실무 업무만족도는 진짜 최상이었어요.
PMF를 탐색하는 동안 "Try not to hire" 하라는 어느 실리콘밸리 투자자의 영상이 인상적이었어요. 서쪽 보고 절이라도 해야겠어요. 유튜브에서 "How to start a startup" 을 검색하길 잘 했지요. 업계에서 받은 전략투자 덕분에 초기 고객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어요. 초기 아이디어는 아마 시장 상황과 다를테니 솔루션이 아닌 문제에 집중하라는 Survival to Thrival 이라는 책의 구절이 힘이 되었지요. 주변의 창업자분들, 투자자분들도 항상 저희 이야기 귀 기울여 들어주시고 방향 설정을 진심으로 도와주셨어요.
브랜딩과 타겟, 서비스 범위를 다시 정비해서 10월에 시범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첫번째 상경계열 전공자 레이첼도 합류해서 경영지원을 맡아주고 있어요.
11월에 검증해보고 싶었던 건 이게 매출이 날까? 였는데 청년창업사관학교 정량평가 기준인 2천만원을 거짓말처럼 딱 맞게 채웠어요. 지갑이 열리는 지점들을 찾은 것 같아요. 12월은 도끼날을 갈았어요. 스케일업과 차별화를 위한 정비 기간이에요. 이제 우리 서비스를 거쳐간 에어컨이 700개가 좀 넘는데, 그 중 7개를 직접 해보겠다고 덤볐다가 아주 고생을 했지요. 제대로 알았으니 더 좋은 시스템이 나올 거에요. IT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었어요. 10배, 100배 성장하려면 기술의 힘이 조금 더 필요해요. B2B에서는 아직도 디지털 전환이 한창이에요. 사람과 기술 사이에서 계속 핑퐁하고 있어요.
우리 팀원들은 비염과 알러지로 아주 고생하는 사람들이라, 숨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78억 인구는 매년 1억씩 늘어나고, 숨쉬는 사람이 계속 많아지는 지구에요.
올해도 재밌었지만 내년은 훨씬 더 재밌을 거에요.
Happy Holi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