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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발자전거

한창 신나게 달리던 2024년 3월 8일 기록

by 소피

브런치에 공개하지 않았던 글을 발견했다.

1년 반 만에 삶과 사람이 많이 달라졌구나.

연말에 폐업을 하면 그동안의 이야기도 좀 적어봐야겠다.


작년 이 맘 때, 회사의 2주년을 기념하며 작은 조각 케이크에 다 같이 촛불 하나를 불었다.


"내년에도 초를 불게 해주세요." 속으로 말했다.


말라가는 몸뚱이로 천사들의 도움을 받아 곧 말라가는 회사 잔고에 크고 작은 물줄기를 댔다. 동료들을 어깨에 태우고 휘청휘청 외발자전거를 운전하는 기분이었다. 바퀴는 작고, 운전은 초보에다가, 길도 험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창업 후 2년 동안 공들여 모셔온 분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외발자전거에서 내려 두 번째 바퀴를 만들기 시작하셨다. Clifton 검사에서 그분의 강점은 Arranger와 Maximizer다. 믿고 맡겨 두었더니 어느 날은 시장조사가 끝나있고, 어느 날 세부 기획이 시작되더니, 프로토타입이 나오고, 알파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적절히 일을 맡기고, 피드백을 주며 하나의 프로덕트로 담아내는 능력. 나도 비슷한 직무를 맡아보았지만 또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내시는 모습이 멋지고 자랑스럽다.


그렇게 두 번째 바퀴가 만들어 이제 곧 클로즈베타. 우리가 직접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가까운 분들로 시작해서 연초에 영어 공부를 결심한 뒤 큰돈을 쓰고 별 진전이 없어 서비스가 아닌 본인을 자책하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씩 스며들 계획이다.


내 어깨가 가벼워진 사이 첫 번째 바퀴도 꽤 튼튼해졌다. 더 크게 벌이거나 영업을 뛰지 않는데 그동안 쌓은 네트워크에서 들어오는 일만 쳐내기도 바쁘다. 처음에 워낙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해서 매해 서너 배씩 매출이 커졌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지난 두 달 계약액이 재작년 매출을 훌쩍 넘는다. 신기하다.


찾아오신 고객분들에게는 크든 작든 나름 최선을 다 했다. 나라면 어떨까, 하고 상상하려 애썼다. 당장은 조금 손해더라도 책임 범위를 넓게 잡아 적극적으로 해결한 신뢰가 쌓이고 더 큰 고객이 되셔서 우리에게 다시 오셨다.


얼핏 앞바퀴와 뒷바퀴가 너무 달라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기술로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향한다.


2024년 4월에 두 바퀴 자전거가 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1. 여러분들의 관심 ♥ 영어가 평생의 숙제이신 분들, 외국에 살 던 시절의 회화 실력을 유지하고 싶으신 분들 편하게 dm 주세요.


2. 중니어~시니어 디자이너. 줏대 있게 여러분들 바로 이게 좋은 겁니다!라고 본인의 철학을 가지고 끌고 나갈 수 있는 디자인 리드가 필요하다. 신입에 대한 편견 때문에 가까이에 있던 아까운 인재를 놓쳤는데, 실력이 좋으시고 소통만 잘 되면 경력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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