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노트 #소피
서늘하고 촉촉한 비 오는 아침.
어제 만난 사람들이 생각났다.
름름과 비다, 릭을 만났다.
현재의 모습을 담기 위해 대화를 나눴다.
우리가 정말 ‘아는’ 사이였을까?
각자가 가진 깊은 서사를 왜 평소에는 잘 몰랐을까?
일상적인 대화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라서 한 사람이 대화를 독점하지 않는다.
하나의 주제를 깊게 파고 내려가는 것보다
서로의 접점을 빠르게 탐색하는 시간 일지도.
인터뷰는 발화량이 한쪽에 치우쳐진 특이한 대화 형식이다.
혼자 품고 있던 내면의 생각이 꺼내어지기도 하고
말로 설명을 하다 보니 정리가 되면서 새삼스럽게 다시 발견되기도 한다.
인터뷰 현장에서 우리의 작업은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가 지각하는 ‘나’라는 경계에서 소통을 시도한다.
기존의 경계가 부서지기도 하고 넓어지기도 하고
어떤 경계는 물리적으로 넘을 수 없다는 것이 밝혀진다.
지난 주말 다른 자리에서 름름과 대화를 나눌 때
자신도 나만의 영역이 있는 사람인데
그 경계는 마당에 조약돌을 쫑쫑 놓아 둘러놓은 것처럼 낮은 것이라고 했다.
나만의 영역이지만 친구들이 구경해도 된다고.
서로 다른 두 가지의 경계에서 각각의 고유함이 두드러지고
적당한 단어의 옷을 찾아 입으며 재정의된다.
그 “고유함”이 자체로도 멋지다.
사람, 국가, 문화.
경계를 조망하다 보면 현재가 더 잘 보인다.
10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시간축을 따라 또 한 번 경계를 짓고 나면 같은 존재도 더 선명해진다.
처음 이 프로젝트는 ‘100일 동안 멋진 사람 100명을 담는 것’이었다.
딱 20명을 만난 지금,
20명이 가진 20가지 멋짐이 기록되었다.
아마 이걸 계속한다면 ‘멋진 100명’이 아니라 ‘100가지의 멋짐’이 남을 것이다.
100명이 가진 각자의 경계가 대조되면서
서로 다른 고유성이 보이고 서로 닮은 시대상이 발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