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초면이지만 제법 멋진 팀인데 말입니다
벌써 30일 넘게 같이 호흡을 맞춰 온
해이든의 얼굴을 오늘 처음 뵈었다.
요새는 우리 엄마보다도 연락을 자주 하는 사람인데
대면은 처음이라니!
왠지 들떠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원피스를 입고 갔다.
(보고 계신가요 해이든)
출근시간대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환승을 했다.
엄청난 인파와 다수의 플랫폼에서 어질어질 헤맨 끝에
약간 지각을 하고 말았다.
그래도 무사히 FDS 프로젝트의 발원지에
성지순례를 간 기념적인 날.
X세대 끝자락의 릭, M세대 전형 소피,
은근 Z세대 해이든.
같은 목표로 함께 일을 하고 있지만
각자의 동기와 관점이 다른 것이 흥미로웠다.
좋은 협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통과 실행"이 중요하다는 평소의 생각을 전달했다.
소통은 기대치를 맞추는 작업이다.
어떤 게 필요하고 어떤 부분을 해줄 수 있는지.
실행. 맞춰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낸다.
때로 그것보다 조금 더 (extra mile) 해낸다면
팀에서 사랑받는 센스쟁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이걸 소통.
소통과 실행을 반복하며
개인의 기여가 팀의 성과가 된다.
같은 방향으로 쌓아 올리는 하나의 덩어리.
지금껏 해이든은 솔직하게 소통을 해주셨고
기대에 걸맞은 실행도 같이 해주셨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신뢰를 쌓기에는 충분한 상호작용이 있었다.
같이 일하기 좋은 분이다! 하고
기쁜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해이든은 여전히
이 프로젝트의 성공가능성... 이 아니라
실패가능성을 60%으로 보고 계신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다.
네? 지금? 오늘? 43일 차 아침인데? 아직도요?
안 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지만
그렇게 본인의 몫을 다 해주시는 것도 너무 신기했다.
놀란 나는 가능한 강력한 말들을 뱉었다.
"저는 실패할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이면 절대 안 해요"
"이미 시작한 거라고 해도 바로 그만두어요"
한참 대화 끝에 우리는 프로젝트의 '성공'에 대해서
우리의 몫과 세상의 몫을 구분하여 정의했다.
대화의 끝자락에 성패 확률에 대한
해이든의 의견은 49%와 51%로 정리.
어느 쪽이 성공인지는 비밀이라고.
저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신기하고
그런 생각을 그대로 말해주시는 것도 신기하다.
신입시절 선배들이 나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는데 이런 건가.
제가 경험이 달라서 그런가 봐요,
하고 덤덤하게 얘기하시는 해이든.
하긴 나도 작품으로 수익이 나는 걸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
어쨌든 이렇게 다른 시선과 온도를 가진 해이든과
첫걸음을 뗀 릭도 신기하다.
참 신기하다 신기해.
+) 오늘의 기쁜 일
하나. 릭을 똑 닮은 2세 이도와 아내분을 만났다.
조금 더 자라면 너희 아버지가 아주 멋진 분인걸 알게 될 거야, 귀염둥이!
둘. 가벼운 마음으로 인터뷰를 참관했다가 역시나 근사한 분을 만났다. 젊은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섣부른 판단 없이 필요한 말을 해주시는 어른. 설교나 잔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닿아서 대화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30년 뒤에는 좀 더 잘 익은 다정함을 가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