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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서울 30대 2인 가구

생활상을 남겨보자

by 소피

6년이 지났다.

2018년 9월 지어진 경기도의 아파트를 떠나 서울로 왔다.

두 차례 더 이사를 했다. 살고 있는 2020년 4월 지어진 26평 아파트.

방이 세 개, 화장실 두 개, 거실과 주방이 있다.


코로나가 지났고, 사람의 손을 타는 기계가 줄었다.

다시 쓰는 집안일 기록.


<2025년 30대 2인 가구의 집안일>

- 재택근무 : 각자 책상과 의자로 홈오피스를 꾸몄다.

- 로봇청소기 : 소음이 있어서 외출할 때 돌려놓는다.

- 세탁건조기 : 일체형 제품. 세탁시간이 길지만 건조기로 옮길 필요가 없다.

- 욕조 청소 : 물 받고 청소하는 게 귀찮아서 단지 커뮤니티 사우나 시설 이용.

- 고양이 돌보기 : IoT 사료통과 물그릇. 시간이 되면 밥이 나오고 물이 부족하면 알람이 뜬다. 고양이 화장실 청소는 손으로. 와요라는 앱으로 가끔 펫시터분이 오신다. 긴 여행을 갈 때는 친구들에게 부탁.

- 식기세척기 : 자동 세제 투입기능도 있다던데 굳이. 한번씩 수동으로 넣고 돌린다.

- 음식물쓰레기 : 아파트 계단에 처리기(중량측정+수직운송장치)가 있다.

- 장보기 : 온라인은 쿠팡프레시,어글리어스. 오프라인은 킴스클럽, 하나로마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단가는 비싸지만 소량을 바로 가져다주는 배민B마트도 있다.

- 도우미 이모님 : 로봇청소기 도입 이후 더 이상 주기적으로 고용하지 않는다. 당근알바가 생겨서 가끔씩 SOS.

- 빨래 : 세탁특공대, 런드리고를 쓰다가 동네 세탁소에 걸어가서 맡긴다. 수요일에는 할인.

- 쓰레기 : 오늘수거로 아웃소싱을 하다가 수동으로 처리중.


-

아래는 6년 전의 기록



< 2019년 30대 2인 가구의 집안일>

가사(housekeeping)는 꽤나 반복적이다. 우리집은 둘 다 일을 하는데다 살림도 서툴러서 최대한 다른 사람과 기계의 손을 빌린다. 탄소배출량을 생각하면 석연치 않지만 많은 시간과 수고를 아낄 수 있다. 18세기 선비의 마음으로 소소한 생활상을 기록해보았다.

- 당근마켓에서 구인구직으로 모신 이웃 이모님께서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청소를 도와주신다. 바닥 먼지 제거, 욕실 청소, 쓰레기 배출, 침구 교체 등. 회당 3만원.

- 닥터키친에서 일주일에 한 번 다듬어서 밀봉된 냉장 식자재와 즉석밥, 밑반찬을 배송 받는다. 주 4일 2끼니 옵션으로 짜여진 식단을 구독. 끼니당 약 1만원.

- 마이닭에서 세 달에 한 번 냉동 닭가슴살 볶음밥을 주문한다. 끼니당 약 3천원.

- 음식 찌꺼기는 싱크에서 헹구고 음식물 분쇄기로 처리.

- 식기세척기로 매일 1회 설거지.

- 코스트코에서 월 1회 냉동/가공식품, 소모품 대량구매.

- 쿠팡에서 월 1회 위생용품 정기배송.

- 매일 1회 의류관리기(스타일러)에서 가벼운 오염을 제거하고, 물 빨래할 의류는 바구니에 보관.

- 세탁기로 물빨래 한 옷은 건조기로 말리고 일부 자연건조.

- 가끔 크린토피아에서 오염 제거와 드라이클리닝.

몇 번의 화면 터치와 지문인식이면 온갖 물건들이 문 앞으로 오는 세상. 어릴 적에는 부모님과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것이 퍽 즐거운 주간 행사였지만 나의 먹고 살기와는 영 거리가 멀다. 손님맞이 주류를 사러 모처럼 방문하니, 조명은 쨍하고 냉장 코너는 춥고 음악과 인사말이 쟁쟁 울려서 새삼 낯설었다.

2029년의 생활상은 또 어떤 모습일까.

평균 기대 수명 때 까지 건강하다면, 2079년의 생활상도 적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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