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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스트 Aug 31. 2017

자취방 이웃의 구성

자취생활의 강력한 외부환경요인

기업의 전략경영을 위해 내부환경과 외부환경을 분석하듯이 자취생활에 있어 내부위험요소와 외부환경요소를 점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내부위험요소는 거의 대다수가 식량과 관련된 일이 많았다. 간간히 막노동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고 이런 저런 일거리들을 받아 먹거리를 사서 동생과 살아내고 있었다.


새로 온 자취방에서는 일이 잘 풀리려고 하는지 개강을 하자마자 학원강의 알바 제의가 들어왔고 이 때부터 1년가량 아주 고급진 알바를 통해 시간을 덜 들이면서 안정적인 수입(대략 40~50만원/월)을 얻을 수 있었다. 


외부환경요인은 가장 중요한 것이 이웃이다. 

이웃의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자취생활이 천국이 될 수도 있고(아... 뭐든 천국은 아니겠다)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새로 이사간 집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체크한 것은 주인집 아주머니의 인성과 품성이고 그 다음이 이웃의 구성이었다. 


우리 형제가 이사를 한 시점에 이웃은 두가구였다. 한가구는 젊은(나보다 더 젊어보이는) 남녀 커플이었고 또 한 가구는 매우매우 조용했던 나이많으신 아저씨 한분이 거주하고 있었다. 남녀커플은 10대처럼 보였고 학교는 다니지 않는 듯 했다. 가끔 공동 샤워실을 독차지하는 것 말고는 크게 부딪히는 일은 당시에는 없었다. 아저씨는 상당히 삶에 찌든 모습으로 안쓰러운 생각까지 드는 외모를 가졌다. 그리고 하루종일 집에 계시는 일이 많았다.


이 두가구만 있을 때는 자취방이 조용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곤충들이 날라다니기 시작하자 자취방에도 이웃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전보다 단 두가구만 추가되었음에도 화장실과 샤워장을 사용하기가 불편해졌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에 대한 애착이 없어보였다. 화장실은 언제부터인가 늘 지저분했고 세탁기와 샤워장을 제멋대로 사용하는 통에 욕지거리가 나오곤 했다.


문제는 너무 시끄러워졌다는 것이다. 밤만되면 새로운 이웃들이 떠드는 소리가 거슬렸다. 물론 나는 학교에서 밤을 세우고 오는 날이 많아 자주 겪는 일은 아니었으나 동생의 증언에 따르면 정도가 좀 심했다. 나는 동생이 그 사람들을 때릴까봐 걱정이 되었다. 내동생은 법을 공부하고 있었지만 법보다 주먹이 더 효과적이라고 믿는 녀석이었으니까.


여러번 자취방을 옮기면서 느끼는 것이 이웃이 맘에 들지 않으면 결국 우리가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우리 자취방의 이웃들은 좋은 사람들이었으나 이번 자취방에서는 좀 힘들었다. 그래서 인성좋은 주인아주머니와 방안에 싱크대가 있는 좋은 환경의 자취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이사를 떠나야 했다.


<본 글과 이 사진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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