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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스트 Sep 01. 2017

또 한번의 자취방 이사

<자취 유목민>


이전 글에서 이웃의 구성에 대해 이야기 했었지만 고난을 겪으며 새로 이사한 자취방을 또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생겼다. 이웃들 때문이었다.

[이전글] 자취방 이웃의 구성


죽을 것 같았던 겨울이 지나고 춘삼월을 보내고 따뜻한 봄날을 만끽하고 있을 때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처럼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동생이 말했다.


 " 형~ 우리 이사가자"


응? 여기는 저번집처럼 주인장 아주머니가 탐욕꾸러기도 아니였고 저글링 개미도 없고 마귀도 없고 지붕에 구멍도 안나고 집이 흔들리지도 않는데 왜 이사를 가자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미 겨울도 지나서 찬물로 머리를 감으면서 머리가 쪼그라드는 고통도 없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왜? 무슨일 있냐?"

 "아니.. 그냥 저기 ㄷㅇ마을로 가볼려고"


뭔가 이유가 있는게 분명했다. 몇번을 더 추궁해보니 말을 한다.


 "저기 앞집에 사는 학생들 있잖아... 음식물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데 국물을 질질 흘리면서 버리더라고 그러더니 내 쓰레빠에 그걸 흘려놓은거야.. 내가 그거 빨면서 어찌나 화가 나야지... 줘 팰수도 없고.. 그냥 이사가자. 여기도 물 많이 버렸어. 내가 집 알아놨어..ㄷㅇ마을에"


ㄷㅇ마을? ㄷㅇ마을이라고 하면 ㅇㅎ마을과 쌍벽을 이루는 자취촌이다. 내가 20살때부터 거기의 악명을 익히 들었었고 우리 선배들이 거기에 자취하는 분들이 많아서 여러번 갔었는데 좋은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던.. 일명 "폐인촌"이라 불리는 곳이 아닌가..


ㄷㅇ마을로 이사가는 건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러나 동생의 완강한 의지로 인해 우리는 새로 이사를 하게 된다. 


동생은 이사의 달인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내가 없이도 혼자서 저 먼 곳까지 이사를 끝냈다. 학교 해병전우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리는 1~2년 사이에 짐이 좀 많아졌기에 이사를 하려면 차량이 꼭 있었어야 했는데 해병전우회에서 차량을 무상으로 지원해 주었다. 나중에 이사를 끝내고 이사를 도와준 전우회 학생들에게 알바 월급을 털어 삼계탕을 대접해 주었다.


새로 이사하는 그 집 주인장님들도 정이 많으시고 친절했고 좋으신 분들이였다. 집을 가는 길이 좀 오르막길이긴 했으나 젊은 우리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새로 이사하는 자취방으로부터 동네슈퍼가 1분거리에 있는 것은 좋았고 방은 좀 작은 것은 단점이었다. 

보증금없이 월 11만원.


방 안에 주방이 별도의 실로 구획되어 있는 점은 좋았고 옥상에 올라가면 인근 공원과 호수가 보이는 낭만적인 환경이였다. 화장실이 하나뿐인 것은 불편했으나 우리 옆방에 할아버지 한 분이 계신 것 외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건 마음에 들었다. 집이 좀 더울 것 같았는데 이젠 그려려니 했다.


<이사한 직 후의 동생의 모습. 여기서 3형제가 살았다.>


주인집에서 바닥 장판을 다시 깔아주는 친절함에 몸둘바를 모르고 있을 즈음.. 

우리에게 재앙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막내동생의 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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