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지옥, 자카르타
2화. 누가 보면 피난 가는 줄 알겠어...
자카르타가 세계에서 가장 교통이 혼잡한 도시 2위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저는 몰랐습니다. 동남아에서 도로가 혼잡해봤자 서울만 하겠니 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그동안 살아왔던 거 같습니다. 자카르타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픽업하러 온 직원은 자카르타의 교통에 대해 푸념하기 시작했습니다. '20km 가는데 4시간도 걸려봤다.'
'차가 어떻게 막힐지 모르니 나중에 출국할 때는 4시간 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이 도시의 교통문제를 해결하려면 전쟁이 나서 도시를 다시 재건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이런 말들을 했습니다.
<왜... 버스 위에 타서 달리는거지??>사실 베트남에서 거주했던 적이 있어서 베트남의 강물 같은 오토바이의 흐름에 적응했던지라 그 직원의 말을 조금은 무시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허나, 베트남은 세발의 피였어요. 베트남은 수없는 오토바이와 차들이 도로 위를 흘러갑니다. 속도는 많이 못내요. 시내에서 보통 40~50km/h의 속도로 주행합니다. 그래도 베트남은 무질서 속의 질서 같은 게 있었어요. 근데 자카르타의 교통은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 자카르타 경제신문>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자카르타는 차량 2부제 같은 걸 해서 다닐 수 없는 도로들이 있어요.(보통은 큰 도로들이죠) 어느 정도 교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정책인 듯합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도로들은 더 막힙니다.
<인도네시아 보고르>제가 그동안 지켜봤을 때 자카르타의 교통과 관련한 가장 큰 문제는 첫째, 도시계획이 엉망이라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개발계획을 가지고 도시를 만들어낸 것 같지 않습니다. 한동안은 그냥 건물 짓고 도로 짓고 그냥 심시티(Simcity, 도시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만들었었나 봐요.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사거리 이런 곳도 많이 없어요. 직진하면 되는 도로를 좌회전했다가 유턴해서 가도록 만든 곳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늘 한 차선은 막힙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차량들이 있습니다. 다들 차나 오토바이를 끌고 다닙니다. 자카르타는 인도(人道)가 엉망이라 길거리를 걸어 다니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들 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닙니다. 그리고 큰 도로로 모든 차들이 몰리게 도로 계획이 되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출퇴근 시간만 되면 아주 피난 가는 듯 도로가 꽉 막혀버렵니다. 주말에는 쇼핑몰 가겠다는 사람들로 인해 쇼핑몰 주변 도로들이 꽉 막힙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랜스 자카르타 같은 버스와 그 버스를 위한 전용차로를 만들긴 했는데 그 많은 유동인구를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도로를 더 낼 곳은 없어서 지하나 위로 올려야 하는데 자카르타는 지질이 좋지 않아 지하철이나 지하도를 만들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도로를 위로 올립니다. 고가가 많이 생겼죠. 최근에는 차량 10부제를 운영하겠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2018년 아시안게임이 여기서 치러지거든요. 그때 아시안게임을 위해 교통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자카르타 코타 역>차가 이렇게 많이 막히다 보니 자카르타 도로에서는 심심치 않게 앵벌이나 우리나라 고속도로 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뻥튀기 장수 같은 장사꾼들을 자주 만나게 되요. 가끔은 도로에서 공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창문을 두드리면서 음료나 기념품을 사라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무시하는 편인데 정말 무시하기 어려운 것은 앵벌이 아이들이에요. 예닐곱 살 된 꼬마 아이들이 꽃을 들고 차 창문을 들여다보면서 꽃을 사달라고 말합니다. 그땐 정말 안쓰러워서 지갑을 열고 다 사주고 싶지만 제가 그때 그걸 사주면 그 돈이 이 아이들에게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어른들이 갈취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사 줄 수가 없어요.
자카르타에서 살다 보면 이 교통체증 때문에 인내심이 극대화되거나 화병이 생기거나 둘 중 하나일 거예요. 자카르타에 오신다면 출퇴근 시간에 이동은 자제하고 특히 토, 일 오후에는 극심한 정체가 시작되니 미리 일정을 감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나마 빨리 이동하고 싶다면 Go-jek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이동하면 조금은 빨리 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