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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Jun 11. 2022

정에 약한 사람. 그게 나에요

진정한 인연, 무심코 지나쳐야 할 인연


비록 악필이지만은, 마음에 맞는 좋은 글귀를 만나면 며칠을 곱씹다가 필사하기를 즐긴다. 이번에는 어딘가 카드 뉴스(?) 짤로 올라온 글이었는데, 내게는 그야말로 적재적소에 나타나서 심금을 울리는 글이었는지라 조심조심 써 내려갔다. 중간에 지렁이가 몇 번 출현한 것은, 1 년 생이 돼가며 나날이 힘세지는 앞발로 볼펜을 쳐내는 나의 동거 고양이의 앞발 소행.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만큼 스스로에게 투자하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내가 생을 살며 쏟은 모든 에너지는 편중되어 있다. 그것이 득이 됐던 관계든, 득이 되지 않던 관계든. 요새 식으로 말하면, 이것이 내가 해방되야할 나의 어떤 부분이라고 여길 만큼 나는 지독하리만큼 관계지향적인 사람이다. 나이가 들며 안그렇척, 맞지 않는 관계는 턱턱 쳐내는 면모도 길러졌지만, 정말 안 맞는 사람들을 쳐내는 상황도 있었지만은, 그것 또한 내가 그 특정한 관계에 쏟는 에너지가 너무 크게 느껴질 때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자구책에서 나온 현상이지 진짜 관계에서 자유로워서 해내는 양상은 아니라는 걸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기대가 크고, 애정 했던 관계일수록, 어쩌면 그래서 이쪽에서 미리 끊기 쉬웠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래서 그렇게 끊은 관계도 먼저 다가오면 다시 곁을 내어 주고, 소모적이다 이미 결론을 내놓고도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건 아닌지. 저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건 아닌지. 자꾸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 좋게 말하면 정이 많고, 나쁘게 말하면 헤픈 그런 쉬운 사람. 결국에는 그게 나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유리되어 많은 시간을 홀로 보내는 것은 그래서 내게 이롭기도, 나쁘기도 하다. 관계지향적인 사람이 관계를 떠나 쩍쩍 마른 사막처럼 갈라져서 그렇고, 다시 스스로에게 억지로라도 집중할 시간이 주어져서 그렇다. 나쁘고 좋다는 것을 확실한 선으로 결론 내릴 수 없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오랜 시간 이어 내려온 관계가 있고, 있는 역량 없는 역량 다 쏟아부었는데도 결국 뚝뚝 끊긴 관계도 있다. 전자에 진짜 감사할 타이밍이고 후자에 미련 없이 안녕을 고할 타이밍이다. 요즘은, 매일이 아마도 그런 인생의 타이밍이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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