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Letter to ME 01화

스무 살의 나에게

귀인을 알아보는 법

by 백소피

Dear MySelf


스무 살의 나.

너무 생소해. 그때의 나를 한 번도 돌이켜 본 적이 없어. 별로 좋았던 기억이 없는 것 같거든.

그때나 지금이나 한 가지 공통점은 나이와 상관없이 저마다의 '불안'이 존재하더라.


스무 살 때는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거라고 믿었지.

서른, 마흔 일 때는 아마 내가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져 있을 거라고.


스무 살 때 내가 원하는 모습이 어땠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분명한 건 지금의 나를 예상하지 못했을 거야.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나에 대해 잘 몰랐을 때니까.


즐겨 듣는 '비밀보장' 팟캐스트에서 스무 살의 나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다들 그때의 나를 제대로 부르지도 못하더라. 이름만 불러도 울컥하는 거야.

스무 살이면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던 시절, 곱절의 나이를 먹은 지금 얼마나 어설프고 미숙한 나로 보였을까. 불완전하고, 서투른 모습으로 잘 살아보겠다고 아웅다웅하던 스무 살의 나를 생각만 해도 안쓰러운 감정이 북받쳐 오르나 봐.


스무 살 때 내가 뭘 알았을까? 주변의 사람들은 그냥 학교를 거치면서 알게 된 비자발적 인연일 뿐.

솔메이트인 것처럼 붙어 다녔던 친구들도 마찬가지야. 그때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지금도 잘 지내면 좋은 인연이지만 대개는 사는 게 달라서 과거의 추억으로 관계를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어.


더 이상 친구에 목메지 않게 되는 나이가 되어서 좋은 점은 내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됐다는 거야.

인생에서 친구를 포함한 인간관계 대신 나 자신을 중심에 놓으면 의미 없는 만남, 무의미한 대화, 재미없는 술자리에 억지로 끼지 않아도 되거든. 집에서 혼자 드라마나 보면서 빈둥댈지언정 억지로라도 끼지 않으면 소외될까 봐 두려워서 내 시간을 함부로 허비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스무 살 때는 시간에 관대했던 것 같아. 아직 살 날이 많으니까 남한테 들이는 시간에 인색하지 않았어.

지금은 돈만큼, 아니 어쩌면 돈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내 시간이야.


아직은 경험도 인맥도 성장도 덜한 스무 살의 내가 어떻게 하면 진짜 귀인을 알아볼 수 있을까?

계산적으로 나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을 귀인이라고 하지 않아. 적어도 내가 생가하는 귀인은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야.


스무 살의 나는 친구들과 동화되려고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그냥 쉽게 포기했던 것 같아. 그게 제일 안타까워. 스스로 확신이 부족하니까, 튀고 싶지 않아서 대충 시간을 죽이는 일이 많았어.


사람을 제대로 안다는 건 나이가 들어도 어려운 일이야.

대신 나 자신을 아는데 시간을 썼으면 좋겠어.


나를 깊이 탐구하는 시간은 아무리 써도 아깝지가 않아. 만약에 그런 너를 방해하거나 시기 질투로 비아냥대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라도 과감하게 손절하기를 추천한다.

어차피 네가 손절하지 않아도 시간이 가면 저절로 끊어질 시절인연이니까 친구가 없을까 봐 전전긍긍해하지 않아도 돼.


잊지 마.
너의 시간은 싸구려가 아니야.

너의 시간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간에 그렇게 하도록 허락하지 마.

관계를 망칠까 봐 두려워서 그대로 놔두면 정작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망치게 될 거야.


실수투성이에 어리석은 행동을 해도 괜찮아. 스무 살의 특권 아니겠니.

대신 무엇을 하든 자신을 좀 더 믿어봐.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자신에게 의지하면 가장 든든한 백(!)이 되어 줄 거야.


항상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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