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Letter to ME 02화

드디어 두려움을 꿈에서 이겼어

Letter To Me

by 백소피
Dear MySelf

악몽을 꿨어.

그 전날에는 아주 행복한 꿈을 꿨는데 말이지.

사파이어보다 맑고 푸른 바다 한가운데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누워있었어. 수영도 못하는데도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 엄청나게 포근하고 안전한 느낌. 엄마 뱃속의 양수에 누워있으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왠지 그럴 거 같아.

왜 행복한 꿈은 오래가지 않을까? 악몽이 아주 생생해. 주로 내가 두려움에 목소리가 안 나와 헉헉대다가 소리를 지르면 깨곤 해.

근데 말이야. 오늘은 내가 이겼다?! 아마 넌 잘 모를 거야. 내가 너였을 때, 꿈에서 맨날 지기만 했거든. 늘 쫓기고, 헤매다 끝났지. 지금도 그럴 때가 더 많았는데 언젠가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더라.

가끔은 나도 맞서서 싸우더라고? 물론 깨고 나면 기분이 더러운 건 매한가지지만. 못다 한 말 때문에 분하기도 했어. 분함은 꼬리를 물고 예전에 분했던 기억으로 거슬러가.

면접 때 왜 대답을 못했지? 왜 그런 말을 듣고만 있었지? 상대방이 나에게 함부로 대할 때 왜 나는 나를 지켜주지 못했지? 미안해. 너일 때부터 나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나 봐.

이젠 아니라는 걸 알아.

이번 악몽은 단골로 등장하는 악령(과거의 트라우마)인데 안방에서 자리를 잡고 드러누워 있는 거야. 나를 약 올리면서 말이지. 내가 나가라고 소리를 쳐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 내 말에 꿈쩍도 하지 않길래 욕을 하고, 협박을 했어. 악다구니를 쓰니까 그제야 좀 눈치를 보면서 나가려고 움찔하더라.

하필 그때 깼어. 좀만 더 싸웠으면 쫓아냈을 텐데 깨어나서도 어찌나 분한지. 담에 만나면 꼭 쫓아내고 말 거야. 아직도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이젠 할 수 있어.

두려움을 억지로 외면하거나 아무 일도 아닌 척 하기는 불가능해. 대신 싸울 순 있어. 두려움을 인정하고 싸울 거야. 왜냐하면 더 이상 두려움을 곁에 두지 않기로 결정했으니까.

너도 참 두렵지? 걱정하지 마. 결국에는 이기게 될 테니까.

오늘은 절반의 승리였지만 다음에는 그 자식의 면상에 죽방을 날리길 바라며 완판승으로 소식 전할게!

from 오늘의 반쪽 승자.




* 함께 읽고 싶은 책

http://aladin.kr/p/dyhSv

이 책은 너무 두꺼워서 일단 보기만 해도 거부감이 들 수는 있어. 그래도 궁금하면 원하는 키워드만 찾아서 읽어도 좋아. 사실 나는 꿈을 꾸면 길몽인지 흉몽인지 인터넷으로 찾아보곤 했어. 카더라 식의 해석이지만 그게 더 직관적으로 와닿았거든.


정신분석에서 꿈의 해석은 훨씬 복잡해. 나도 잘 몰라.

프로이트는 꿈에는 의미가 있으며, 모종의 심리학적 원칙에 의해서 꿈꾸는 사람의 깨어 있는 삶 속에 끼워 넣을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을 해. 한마디로 꿈의 해석은 무의미하게 보이는 꿈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삶의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야.


프로이트가 뭐라고 하는지 몇 구절 들려줄게.


나는 여기에서 꿈의 해석을 서술하는 동안 신경 병리학적 관심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심리학 조사를 통해 꿈은 정상에서 벗어난 일련의 심리적 형성물의 첫 번째 구성 요소라는 것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중략)
나의 꿈을 이야기하면 내 정신적 삶의 내밀한 부분을 원하는 것 이상으로 타인에게 보여 주어야만 했다... 곤혹스럽지만 불가피한 일이었다. 심리학 연구 결과에 대한 증명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상황이 요구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생략하거나 덧붙임으로써 비밀을 감추고 싶은 유혹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게 할 때마다 이용한 사례들의 가치는 결정적으로 손상되었다.

나로서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내 어려운 입장을 너그럽게 헤아려 주고, 나아가 앞으로 이야기하게 되는 꿈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과 관계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꿈-생활에서만큼은 사고의 자유를 부인하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 프로이트, <꿈의 해석> 제1판 서문


어느 누구도 자신의 꿈을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해석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 프로이트, <꿈의 해석> p.631


꿈을 심리학적으로 평가하려는 시도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둠 속에 길을 내야 헸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자. 우리가 전적으로 길을 잘못 들지 않았다면, 다른 관점에서도 대략 같은 영역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보다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프로이트, <꿈의 해석> p.661


꿈을 꾸는 것은 극복된 유년기 정신생활의 일부이다. 평소 깨어 있는 동안의 생활에서 억압된, 정신 기관의 이러한 작업 방식은 정신병에서 다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무리하게 노력하고, 그 결과 외부 세계에 대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무능력을 드러낸다.
- 프로이트, <꿈의 해석> p.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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