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혼자가 좋다
Dear MySelf
오랜만이야. 난 요즘처럼 집에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자가격리(?)의 끝판왕이랄까.
20대 때는 집에만 있는 건 며칠간 밖에서 소진한 체력을 충전하기 위한 목적뿐이었는데 지금은 일상이 돼버렸네.
나이대가 높아질수록 사회생활 경력도 많아졌지만 이상하게 친구는 점점 줄어드네?
내 탓일까? 내가 너일 때는 무조것 내 탓부터 했었어. 반성이라는 주입식 교육의 폐해랄까 나부터 돌아보지 않으면 이기적인 인간이 될까 봐 두려웠거든. 참 어리석은 짓이지. 정작 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모른 채.
인간관계가 갈수록 단출해지는 건 나의 선택에 의한 결과겠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말이야.
예전에는 외로움이 몰려올 때 연락처를 뒤져 누구에게든 전화를 하거나 약속을 잡으려고 했었어. 그렇게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왠지 모를 헛헛함에 야식으로 배를 채우기도 했지.
인연은 함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될 때쯤에는 먼저 손 내미는 걸 그만두었어. 이유 없이 주기적으로 묻는 안부 문자, 새해와 연말에 의례적으로 보내는 인사말까지 모두 하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지.
마음에 없는 인사라도 사회적 관계를 위해서는 필요할 때가 있다는 걸 알지만, 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어.
내가 의례적인 안부 묻기를 관두자 먼저 오는 연락도 없더라. 결국 내가 관두면 끊어질 관계였던 거지. 나는 거기에 뭘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 카톡에 친구가 몇 명인지, 하루에 연락 오는 사람이 몇 명인지 그런 걸로 나의 존재를 평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제는 '친구'보다 '지인'이 더 많아졌어. 지인보다 가깝지만 친구라기엔 먼 사이도 있지만 애써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아. 친구에 대한 기준이 좀 까다로워진 건가?
카톡에 나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생일 표시도 뜨지 않게 해 놨는데 올해 생일에 오래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어.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니까 가장 오래된 사이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만난 시간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의외였어. 그 친구도 사느라 바쁜 걸 알았거든. 매년 챙겨준 건 아니지만 연락해 줘서 고마웠어. 오랜만에 느낀 순수한 기쁨이었어. 비록 만나지는 못했지만(만날 생각도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전달된 것 같아.
요즘은 나랑 만나는 시간이 가장 길어졌어. 아이러니한 건 나랑 그다지 친한 것 같지는 않아. 아직까지 나를 그렇게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아. 좀 더 시간을 보내면 나아질까. 이제 더 이상 밖으로 에너지를 쏟지 않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는데 생각만 많아지네.
예전에 김영하 작가가 "어릴 때 친구를 만나느라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더라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이라며 "살아보니 친구는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더라"라고 했지. 작가라서 더 그런 걸까. 어느 정도 공감은 해. "친구가 없어도 된다"가 아니라 쓸데없이 친구에게 시간을 쏟는 것이 낭비라는 뜻이겠지.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 연인, 가까운 사람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야. 내가 그랬거든. 그렇게 상대의 시선을 의식하고 사느라 눈치는 늘었지만 뭐, 내면은 뒤늦게 우울이 찾아오더라. 인생이 바뀌는 힘든 일이 찾아왔을 때 내면의 빈 틈을 파고들어 와르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어.
아무것도 없게 되니까 오히려 평안해졌어.
더 늦기 전에 나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인거지.
나를 생각해서 연락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고맙고 기쁘지. 하지만 없어도 외롭거나 아쉽지는 않아.
어쨌거나 인생은 흘러가는 거니까 나는 나의 삶을 묵묵히 사는 거야.
매일 글을 끄적일 용기를 내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