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소중한 너에게
친구.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깝고, 부모에게 하지 못한 말도 기꺼이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너도 친구가 소중한 아이였지. 비록 너의 마음만큼 보답받지 못해도 늘 더 베푸는 쪽을 선택했더랬지.
호의가 지나치면 호구가 된다는 식의 충고는 하지 않을게.
다만, 지금 곁에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걱정을 가장해서 마치 심판자인 양 너를 늘 판단하고 비난하지는 않는지 둘러봐.
스쳐 지나가는 말이라도 친구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았지만 관계가 어색해질까 봐 참고 내 탓을 하는 쪽을 택하진 않았니?
다시 너의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친구들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워 친구의 비난을 오롯이 감내하고 있지는 않을 거야.
얼마 전에도 오랜만에 친구 A와 연락을 했는데 "항상(!) 물가에 내놓은 애 마냥 네가 걱정이다"는 말을 들었어. 당시에는 날 걱정해 주는가 보다 하고 그냥 넘겼는데, 메시지라서 뉘앙스까지 파악이 되지 않으니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넘겼거든.
그런데 A와 대화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 자꾸 그 말이 걸리는 거야.
10대부터 알던 친구인데 그런 말을 하는 의미가 뭔지 앞뒤 맥락을 모르겠으니 딱히 뭐라고 하긴 그렇지만 기분이 가히 좋지는 않았어.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20대 때 A와 있었던 일이 떠올랐어.
그때 나는 몇 년간 솔로였는데 A는 남자친구가 없었던 적이 없는 애였어. 친구의 남자친구와 같이 만난 자리에서 내가 남자친구가 없는 이유에 대해 품평(?)을 하는 거야. 한마디로 "너는 이래서 남자친구가 없다", "저래서 그렇다" 이런 식으로 훈수를 두는 거였어.
딴에는 자신의 연애 꿀팁(?)을 전수해 주려고 한 모양인데 당시에 별 말 못 하고 그냥 듣고 있었던 기억이 나. A의 남자친구도 거기에 동조하는 모양새였거든. 딱히 나의 외모를 지적하거나 한 건 아닌데 종합적인 뜻은 내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거였지. 지금보다 훨씬 내성적이었던 나는 그 자리에서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했어.
며칠이 지나도 그때의 일이 잊히지 않아서 다른 친구 b한테 얘기하면서 내가 정말 예민한 건지 물어봤어. b는 친구 사이에도 예의를 중시하는 애였는데 당연히 화를 냈지. 참다못한 나는 A에게 "너무 기분이 상했고, 상처받았으며, 그런 식으로 나를 대할 거면 연락하지 말라"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어.
A는 자존심이 무척 강한 친구인데 웬일인지 순순히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며 사과를 하는 바람에 유야무야 넘어갔던 기억이 있어.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일인데 오랜만에 A와 연락을 하면서 들은 "항상(!) 물가에 내놓은 애 마냥 네가 걱정이다"라는 말 때문에 다시 생각이 나지 뭐야. 무의식이란 참으로 신기하지. 나조차 그 일이 아직도 앙금이 되어 남아있는 줄 몰랐거든.
친구마다 성향이 다 다르지만 적어도 친구라면 서로 동등해야 한다고 생각해. 설령 친구가 나보다 더 잘살고(잘 사는 것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지만), 성공했다고 해도 그건 그 친구의 인생이지 나를 평가할 자격이 생기는 건 아니잖아?
물론, 나도 친구에게 선을 넘어서 오지랖을 부린 적이 있을 거야. 개인적인 취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생각이 다를지라도 그걸로 친구를 비난하면 안 되잖아? 그 친구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아니라면 말이야. 친구라면 비난보다는 곁에 있어주기를 바랄 거야.
나도 그런 친구가 되어 주지 못한 거 같아.
내가 너무 거창한 걸 바라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아무리 친구라도 걱정이 지나쳐 비난이나 평가를 한다면 좀 거리를 두길 바래.
너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거고, 결과적으로 네가 힘들어질 때 따뜻하게 위로해 줄 친구가 아니야.
불행을 위안 삼아 너의 에너지를 좀 먹는 사람을 친구로 여기지 마.
너무 단호한 거 아니냐고? 그러다가 남는 친구 하나도 없겠다고?
그게 걱정이라면 넌 자신보다 친구가 더 소중해? 그 정도로 가치가 있나 되물어봐.
언제나 너를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