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Letter to ME 11화

미래의 나에게

1, 3, 5, 10년 후의 나에게

by 백소피

Dear MySelf


과거의 나에게 쓰는 것보다 미래의 나에게 쓰는 게 훨씬 어렵구나.

과거는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 다 알고 있잖아. 근데 미래는 알 수 없어.

알 수 없어서 기대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해.


일 년 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처럼만 하면 돼."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너에게 필요한 건 뭘 더 하는 게 아니라 '꾸준함'이니까 지금의 루틴을 잘 유지하기만 하면 분명히 성장해 있을 거야.


3년 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드디어 박사가 되었구나. 축하해! 백박사!"

논문 쓰느라 고생했어. 석사 때 돈은 안되고 고생길이 훤한 길이라는 걸 알면서 '굳이' 박사까지 마쳤구나. 돈 쓰느라 애썼고, 끝까지 하느라 고생했어.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부터 계속 이 길이 맞나 고민했지만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텼지.


만약 끝까지 하지 못했어도 너무 자책하지 마.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야.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지 말고, 니 식대로 앞으로 나아가면 돼. 공부를 관두면 할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기를 바라. 좀 더 용기를 가지고, 자신에게 솔직해지면 길이 보일 거야.


5년 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지금처럼 뭔가를 계속 쓰고 공부도 하고 있다면 뭐라도 됐겠네?" 뭐가 됐는지는 나도 몰라. 어릴 때는 몇 년 후에 뭐가 되어야 한다는 식의 정의가 뚜렷했는데 세상 일이 그런 식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잖아? 그렇다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지 않았을 거라는 건 잘 알아.


5년 후라니까 엄청나게 긴 시간 같아. 그때 내가 뭘 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어. 되고 싶은 건 있지만 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너 대로' 살아가면 좋겠어. 여행도 많이 하고, 즐겁게 지내렴. 자신의 결핍을 포용하고, 좀 더 관대해지길 바라. 자신을 아끼는 법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좀 더 좋아하게 되면 좋겠어.


10년 후의 나에게. 30대의 10년과 40대의 10년은 같은 시간이라도 밀도가 다르구나. 나는 네가 좀 더 현명한 사람이 되었을 거라고 믿어. 여전히 불안하고,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고, 자신에게 인색하더라도 10년 전보다는 회복탄력성이 높아졌을 거야.


자신을 좀 더 믿게 되었겠지? 부럽네. 아직은 좀 멀었나 봐. 그래도 괜찮아. 지금의 불확실함을 안고 끝까지 가기고 했으니까. 매일 하지는 못해도 계속하기로 결심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현재에 살지만 언제 죽어도 후회하지 않아. 예전엔 지금 죽는다고 생각하면 억울했는데 그렇지는 않아. 세상에 그럴 수 없는 일은 없으니까. 후회 없는 삶을 살아서라기보다 이제 조금은 나와 함께 사는 게 좋아지기 시작했거든. 자신의 바운더리를 지킨다고 너무 경계하지 말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야.


fROM 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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