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함부로 하지 마라
Dear MySelf
힘들게 대학을 7년 만에 졸업하고 시작한 사회생활은 역시나 녹록지 않았어.
집안 사정 때문에 사회생활을 시작도 하기 전에 신용도가 바닥이라 정상적인 회사는 들어갈 엄두도 못 냈지. 그나마 경력이 있는 논술학원 강사로 첫 발을 내디뎠을 때, 별로 원하던 일이 아니었기에 설레는 감정도 없었어.
학습지도 아닌 학원인데 초등학교를 2개 낀 대단지라는 이유로 가정 방문 수업을 하는데 낯선 집에 가는 일은 아무리 해도 적응이 안 되더라.
학원이 아닌 집에서 수업을 받다 보니 산만한 아이들도 많았고, 마치 내가 불청객이 된 듯한 느낌에 더욱 강압적으로 수업을 했던 거 같아. 아이들과 교감보다 수업이 끝나면 결과물을 가지고 학부모에게 브리핑을 해야 했기에 진도가 느린 아이들은 닦달하기 바빴거든.
그날도 그다음 수업시간에 맞춰 이동할 생각에 수업 마치기 10분 전부터 아이들을 다그쳤던 거 같아. 다행히 학부모가 집에 없어서 바로 이동할 수 있었는데 방금 전에 수업했던 곳의 학부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어.
"우리 애한테 답답하다, 바보 같이 이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말했나요?"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했어. 의도적으로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지만 유독 속도가 느린 애가 있었는데 그날 수업 교재를 절반도 못 푼 아이에게 화가 나서 그런 식으로 막말을 했던 거야.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된 거지.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급한 마음에 OO 이를 다그치다가 막말을 한 것 같습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
변명할 말이 없었어. 아니 변명할 자격도 안된다고 생각했지. 너무나 부끄러웠어.
OO는 다른 아이들보다 속도가 좀 느릴 뿐 영특한 아이였어. 다만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정해진 시간에 결과물을 만들려고 하니까 뭐가 중요한지 잊어버린 거지.
다행히 그 학부모는 나를 이해해 주었어. 그분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분이라 초보 선생의 미숙함과 열정이 뒤섞여서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신 듯했어. 정말 다행이었지. 아마 그분이 문제를 키웠으면 그날로 강사를 관두지 않았을까.
너무나 감사하게도 나를 이해해 주셨고, 다음 시간에 아이를 만나서 사과를 했어. 지금 생각하면 겨우 초등학교 3학년 밖에 안된 아이가 답안지를 다 쓰지 못하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아이를 위한 수업이 아니라 학부모에게 보여주기식 수업에 급급했던 거지.
20대의 미숙함과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있던 나는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는 변명으로 엉뚱하게 화풀이나 하는 저질이었던 거야.
그날 후로 상대방을 평가하는 말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근데 또 세월이 흐르니 그런 결심도 흐려지고, 나도 모르게 남을 재단하고 규정짓는 말을 남발하고 있더라. 그 말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는 줄도 모른 채.
공부를 할수록 어설프게 아는 범위가 확장되니까 착각을 하게 되는 거야.
내가 더 잘 안다고.
자존감이 낮을수록 더욱 남에게 신경을 쏟게 되더라. 남을 깎아 내리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잊는거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억압된 열등감을 포장해서 다른 대상에게 투사하는 거야. 바보같이.
당연하게도 내가 남을 평가하고, 멋대로 판단할 때 어디선가 나를 두고 똑같이 한다?!
20대 때 깨달았는데 여전히 학습이 덜 됐나봐.
40대가 된 지금 다시 한번 다짐할게.
습관적으로 남의 말 함부로 하면 반드시 나에게 되돌아 온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