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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by 박수소리

도대체 뭐 하느라 이 글을 이제야 마무리했을까요? 3년 전 재회의 끝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너무 쪽팔려서 차마 공개하고 싶지 않았던 건지도요. 하지만 이젠 털어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래야 브런치 스토리 폴더 정리를 하고 새 이야기를 쓰는 데 방해가 안 될 것 같습니다.


살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아이는 잘 지내고 있나?’
옛 친구들을 문득 떠올리는 것처럼요. 다시 만날 거라곤 생각지 않았기에, 그저 가끔 스쳐가는 기억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다시 만나게 되다니요.


20대의 찬란했던 국제 연애는, 다시 마주한 순간 영화처럼 반짝이지 않았습니다.

뭉클하다가도 치졸하고, 치사하다가도 또 웃기고, 그런 감정들이 몇 번이고 뒤섞이며 지나갔습니다.



그때 그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쩌면, 제가 잘 몰랐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재회의 충격이 지나간 후, 저는 우즈베키스탄, 무슬림 가족문화, 성평등 지수, 전통 음식들까지 하나하나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서야, 그때 그의 행동들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저 추억으로 남았더라면 아름다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굳이 다시 만났다는 건, 그 만남을 통해 제가 더 배워야 할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다시는 마주칠 일은 없겠지만,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아이비에커도, 바허도,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도 부디 모두 건강하길 바랍니다.

이 영 치졸하기만 했던 우왕좌왕 재회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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