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다

엄마는 살기 위해 약을 구입했다.

by 박수소리

나무가 있는 부하라성

히바에서 부하라로 오니, 부하라의 모든 것이 다 세련되고 아름다워 보였다. 깨끗함과 아랍 특유의 화려함, 그리고 역사가 주는 고즈넉함, 곳곳에 있는 나무까지... 산책 첫날, 나는 부하라에게 별명 붙였다. '낭만 부하라'

10여분 걸었을까. 부하라성을 관통하는 주요 도로가 나오더니, 곧이어 부하라성의 관광포인트인 라비하우스가 나왔다. 라비 하우스의 라비는 연못 근처라고 한다. 즉 연못을 끼고 있는 집이다. 히바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물웅덩이가 보이니 쾌적함이 더했다.
라비하우스 근처에는 나무들이 울창한 공원도 있었고, 관광객들을 위한 아름다운 벤치들도 많았다. 나무를 이렇게 뼛속까지 그리워했는지 히바를 탈출해서야 느꼈다. 공기 중에 물기가 느껴지는 부하라가 주는 느낌은 신선 그 자체였다.

라비하우스

부하라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다
"안 되겠다. 약국 좀 들르자."

콜록콜록 기침에 콧물까지... 감기로 생기를 잃어가는 엄마가 말했다. 히바에서 뜨거운 건사우나 날씨와 추운 에어컨 사이를 오고 가니 몸이 버틸 리 없었다. 엄마는 내가 감기에 안 걸린 게 용하다고 하셨다.

다행히 라비하우스 근처에 약국(우즈베크어 : dorixona)이 바로 있었다. 약국은 장사가 잘 안 되는지, 이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안 틀고 있어, 내부가 건조하고 더웠다. 가게는 열어놓은 채 약사는 어디로 갔을까? 남자 손님 한 명만 우두커니 벽 창문에 기대고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5분쯤 지났을까, 잠시 후 하얀 가운을 입은 여자 약사가 나타났다.

우리가 갔었던 약국



"콜록콜록하고, 킁킁!"

엄마는 약사에게 마른기침 몇 번을 하고, 코를 푸는 시늉을 함으로써 번역기와 딸의 도움 없이 자신이 감기 증세라는 것을 어필할 수 있었다. 약사가 바로 종합감기약 알약과 마시는 감기약, 코 스프레이 등 자신이 파는 감기 관련 6개의 제품을 몽땅 가져왔다. 우리보다 약국에 먼저 도착한 20대 후반의 현지인 남자는, 우리에게 순서도 양보한 채 외국인들의 감기약 사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엄마가 약사와 제스처를 주고받자, 현지인 남자가 측은지심으로 말을 걸어왔다.


"감기약을 찾고 있는 거죠?"

약사는 남자가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난 후 급격히 표정이 폈다. 감기약의 전형적인 표지그림만 보더라도 뻔히 알 수 있는 것들, 가령 코 스프레이는 코에 뿌리라던가, 시럽은 목이 아플 때 먹으라던가 등의 단순한 설명을 굳이 하나하나 해주기 시작했고, 그 남자는 성심성의껏 약사와 우리를 번갈아보며 또 하나하나 영어로 통역해 주기 시작했다. 그 설명을 모두 듣고는 6개의 약 중에 일부 구입할 약을 골라야 할 때 덥고 좁은 약국에 도착한 지 이미 15분이 지났다. 주원이는 옆에서 몸을 베베 꼬며, 지루한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시간은 너무 오래 걸렸지만, 도와주는 남자의 선의가 고마웠다.

우즈베키스탄 약 (인후통 약) :출처 https://ailehekimi.az/


우즈베크에서는 영어 잘하는 사람은 많이 없었기에 나는 남자에게 물었다.

"영어를 정말 잘하시네요. 영어 관련 일을 하시는 거예요?"
"네, 저는 이 부근에서 관광가이드를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우즈베크 여행에서 우리가 만난 현지인 중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물어보면 영어강사, 영어가이드 등 거의 영어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쓰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는 영어에 대한 친숙도가 매우 낮았다.


약사는 우리가 고른 4개의 약을 하루 3번 식후 30분 후 먹으라는 등의 설명을 다시 남자를 보며 하기 시작했고, 남자는 또다시 통역해 주기 시작했다. 이 남자도 바쁜 일상 속에 짬을 내서 약국에 간단한 약을 사러 왔을 텐데, 우리 때문에 이 더운 약국에서 벌써 20분째 우리에게 통역해주고 있었다. 그래도 남자는 자신이 영어로 외국인을 도와준 것에 있어서 나름 뿌듯해하는 듯했다.


감기가 무서운 엄마는 4개의 약을 모두 구입했고, 미화로 35달러나 지불했다. 약값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비쌌다. 우즈베크 물가와 우즈베크 현지 GDP를 생각했을 때, 현지인들에게 이 가격은 너무 비싼 거였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더 비싸게 판 건 아닌 것 같은데, 알고 보니 우즈베키스탄의 약 대부분은 인도, 독일, 터키에서 수입해 온단다. 30분은 더 걸려, 현지인 남자가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면서 통역을 해서, 결국 한국보다 배는 더 비싸게 산 이 약들을, 엄마는 살기 위해 꾸준히 복용했다. 물론 약이 모두 소진된 3일 뒤에도 감기는 차도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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