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이라고 해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가 친구로 느껴지진 않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고, 그를 둘러싼 세세한 모든 것에 질투가 났다.
‘여기는 와이프가 타는 자리겠지…’
내가 앉은 조수석을 보며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런 내 마음을 모른 채 일정에 대해 물었다.
“너희 어디 갈 예정이었어?”
“어, 오늘은 현대 미술관에 갔다가 그냥 숙소에서 쉬려고 했지”
“그럼, 내가 타슈켄트 관광을 시켜줄게”
그렇게 타슈켄트에서 아이비에커 투어가 시작되었다.
나는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운전하는 그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짧은 머리스타일은 그대로였다. 동그랗고 예쁜 눈, 긴 속눈썹도 여전했다. 돈이 없어 아껴 쓰던 청년은 이제 능숙하게 차를 모는, 그러나 잘 웃지 않는 영락없는 직장인 아저씨였다. 혹시 회사일로 바쁜데 나 때문에 회사일에 지장이 생긴 건 아닌지 괜히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가웠다. 15년 만에 느끼는 감정에 어색하기도, 편하기도 해 괜스레 긴장했다. 무슨 말을,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몰랐다.
“바허, 아살람 알레쿰, 여기 옆에 타고 있는 사람 누구게? Takito가 왔어!”
그는 바허에게 전화를 했다. Takito는 중국유학시절 나를 부르던 별명이었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Takito 정말 오랜만이야!! 하하하”
바허도 15년 전 목소리 그대로였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여행을 준비하면서 바허와 아이비에커 모두 나를 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반가워해 주니 순간 얼떨떨했다. 수줍고 당황했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자꾸만 어색한 웃음이 나왔다.
“바허, 흐흐흐…. 안녕.. 흐흐흐”
일하고 있어 퇴근 후에 만날 수 있는 바허와 짧은 통화를 끝내고 그와 나, 나의 아들과 엄마가 탄 차는 모스크로 향했다.
Minor Mosque는 새로 지은 듯 반듯하고 새하얬다. 차에서 내려 모스크로 향하는데 완전 땡볕이었다. 그는 더워서 어쩔 줄 몰라 미간을 찌푸린 채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는 그 뒤를 졸졸 쫓아갔다. 그는 모스크를 둘러보며 가이드처럼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할 수 있는 기부함, 기도하기 전에 몸을 씻는 세면장, 메카 방향과 사람들이 기도하는 카펫이 잔뜩 깔린 광장… 그가 나에게 중국어로 설명하면 나는 간단히 요약해서 엄마에게 설명해 주었다.
“들어가 보고 싶어?”
“됐어, 모스크 안에 여자는 못 들어가는 거 알고 있거든.”
모스크의 기도실은 남자만 들어갈 수 있고, 메카를 가리키는 방향 외에는 모두 절하는 너른 공간이라, 아무리 멋있는 모스크라 해도 여자 관광객 입장에서는 볼 만한 게 그다지 없다.
"너의 아들이 원하면 내가 저기까지 들어가서 사진 찍어줄게."
주원이는 처음 보는 낯선 외국인 아저씨가 무서워 들어가기 싫다고 했다. 도착한 지 5분도 안되어 모스크에서는 더는 할 것이 없어지게 되었다.
“내가 사진 찍어줄게”
그는 계단아래로 내려가 무릎까지 굽히면서 사진을 여러 장 찍어주었다. 사진을 다 찍은 후 그는 자신의 카메라를 엄마에게 내밀며 나와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엄마는 내 옆을 스치며 ‘뭘 둘이 찍니?’라고 했지만, 다행히도 한국어를 모르는 그의 귀엔 들리지 않는 듯했다. 모스크를 배경으로 그와 나는 나란히 서서 자세를 잡았다. 그의 팔이 살짝 맞닿았다. 모스크는 더웠고 그의 팔에서 온기가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