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편지

고등학교 2학년 둘째 딸에게

by 신미영 sopia


사랑하는 둘째 예지에게

엄마란다, 예지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 메일을 보내려니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까지 난다.

널 생각하면 놀이터에서 투정 부리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구나. 어릴 적에 꽤나 설치며 돌아다니던 모습과는 달리 이제는 참하고 예쁜 숙녀로 자라준 예지에게 정말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언니와 동생 사이에 사랑과 관심이 부족했음에도 이해심 많은 예쁜 딸로 자라줘서 고맙다. 남을 배려하고 야무지게 학교생활도 잘하며 마음이 착한 널 보고 있으면 내 딸이지만 참 기특하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


그동안 살아온 날들의 빠름을 엄마는 너희들이 자라준 것을 보며 많이 느끼고 있단다. 바쁘게 앞만 보고 사느라 너희에게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벌써 이제는 엄마의 손길을 받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엊그제 엄마에게 투정 부리듯이 쓴 편지를 무관심으로 지나친 엄마를 용서해 주렴. 모처럼 엄마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어서 마음을 다해 쓴 편지를 엄마가 무심코 지나치고 말다니 얼마나 실망했을까? 미안해, 딸아


요즈음 엄마가 이것저것 배우러 다닌다고 아빠나 너희들에게 마음을 써주지 못한 것은 정말이지 미안하다. 그래서 결국 오늘 아침에 아빠한테 한마디를 들었지. 분주한 아침식사를 끝내고 출근하는 아빠가 "구충제 사 왔어?" 하고 묻더구나. 엊그제부터 사다 놓으라고 말씀하셨는데 구충제의 생각은 감쪽같이 잊어버렸지. 그리고 아빠의 메리야스가 낡은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아빠가 하시는 말씀...

" 바쁘더라도 집안일에 신경 좀 써"

하며 정곡을 찌르는 말씀을 하실 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그 말을 듣고 미안한 마음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알았다고 대답하곤 오늘은 정말 잊지 않으려고 손바닥에 자그마하게 구충제와 메리를 적어 놓았단다.


네가 보기에도 엄마가 요즈음 괜히 마음이 들떠 있는 것처럼 보이니? 그래, 사실 아빠 말씀이 맞을 거다. 전에는 어쩌다 집을 비웠는데 이제는 거의 매일 나가다시피 하니까 말이야. 집 근처에 도서관이 생기고부터 많이 바빠졌지. 시 창작에다 다른 배우는 게 있다 보니 그런 거란다. 그리고 집에 있을 때는 컴퓨터 하느라 네가 오는 것도 건성으로 맞이 할 때가 많지. 두 군데 모임에서 카페지기를 맡아서 그때그때 올려야 할 것들이 생겨서 말이야. 엄마가 바쁘다고 집안일이나 가족들한테 소홀히 한 것은 엄마가 각성하고 좀 더 잘해 보도록 노력할게.


사랑하는 예지야~♡

엄마도 이제는 중년의 아줌마란다. 평소에 실감을 못하고 살아도 어느 자리에 가든지 이제는 윗사람의 대접을 받는 자리에 있거든. 어느새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지 서글프기도 하다. 마음은 아직도 늘 소녀 같은데 말이야. 그래서 어느 때는 마음이 급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단다. 그동안 너희들 키우느라 소홀했던 것들과 평소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들에 대해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야. 아직도 끊임없이 배우고 싶고 알고 싶은 지적인 호기심이 있는 걸 어떡하겠니?

네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는지,,,,,,


이제 예지도 고 삼이 되는구나. 너도 부담이 많이 되지? 생각처럼 잘 따라주지 않아서 너 나름대로 스트레스도 쌓이고 답답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더 잘해야 하는 게 문제이긴 하지?. 너는 그래도 엄마하고 코드가 잘 맞는 편이지. 둘째라서 그런지 눈치도 빠르고 알아서 책임감 있게 척척 잘하는 네가 기특하고 사랑스럽단다. 특히 공부는 알아서 노력하는 너한테 왜 자꾸 엄마 아빠는 잔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건 아마 너에게 거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일 게다. 너는 관심이 다소 불편하겠지만 말이야.


그러나 지금 좀 더 열심히 노력한다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을 알기에 자꾸만 다그치게 되고 잔소리를 하는 거란다. 네가 나중에 엄마 나이쯤 되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될 거다. 사람은 대개 그때에 알았더라면 하는 것을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 그런 것은 너네를 키우는 엄마도 마찬가지야. 이것은 누구나 겪는 아픔이기도 하지. 후회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준비를 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으니 말이다.

예지야, 요즈음 많이 힘들고 고단하지? 네가 이따금 소화도 안되고 힘들어할 때마다 따뜻한 말 한마다와 손길로 보듬어 주지를 못해 미안하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말을 하면 괜히 부드럽게 하지 못하고 약간 짜증을 내는 말투가 되는 것 같아서 말이야. 너무 힘들고 고단할 때는 가끔 엄마에게 편지를 써 줘~~ 그러면 엄마도 네 마음을 알고 더욱 신경 쓰도록 할게.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야. 알겠지?

예쁘고 사랑스러운 예지~~ 파이팅!

널 무진장 사랑하는 엄마로부터.


이제는 혼인하여 잘 살고 있는 둘째 딸에게 고등학교 2학년 때 쓴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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