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뜨거운 날씨다. 스페인 산티아고 가기 전 실전 연습을 하기로 했다. 엊그제 신탄진까지 걸어서 갔다가 올 때는 버스를 타고 왔다. 오늘은 청주 시내 외곽으로 돌아볼 참이다.남편과 어디를 걸어볼까 하다가 무심천 하상 도로를 걷기로 했다.요즘 대부분은 고은 삼거리 쪽으로 걸었다.왕복 12km 정도 된다.
문암 생태공원 방향으로는 3년 전에 자주 걸었던 곳이다. 그곳은 사람도 많고 공기도 고은 삼거리 쪽 보다는 좋지 않아서 잘 걷지 않았다. 그런데 가다 보니 걷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이제는 나름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지 중간중간 쉬는 건 거의 없었다. 우린 아침은 문암 생태 공원에서 먹기로 했다. 어제처럼 김밥 세 줄을 샀다.
야외 수영장 개장을 준비 중이라서 중간쯤 자리를 잡았다. 김밥을 다 먹고서 물을 마시고 자리에 누웠다. 그늘이 없어 벤치에 누워있는 내내 햇볕이 무척이나 따갑다.그래도 걸어오면서 숙였던 몸을 누워서 스트레칭을 하니 시원하다. 10분쯤 쉬고 공원을 돌았다.문암 생태공원이 이렇게 크고 좋은 줄 몰랐다.
초창기에 몇 번 온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공원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 휴식의 공간으로 좋았다. 다만 거리가 먼데다 일부러 와야 하기 때문에 자주 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바깥으로 돌아 화장실을 들려 정문으로 나왔다.차가 다니는 도로를 가로질러 무심천을 건넜다.
한참을 걸으니 미호천이 보인다. 하얀 구름이 몽실몽실 하늘이 파랗고들은 온통 녹색이다.쭉쭉 올라간 아파트가 많다. '대체 저 집엔 누가다 사는 건지~~'미호천을 따라 걷는 길도 좋았다. 차가 많지 않고 사람도 없어 한적하다.가끔 농사지으시는 분들의 모습이 보인다.
초록의 들판이 마치 붓으로 그린 수채화 그림 같다.이 길을 걷는 우리 마음도 초록으로 물들며 싱그럽다. 남들은 바다로 산으로 휴가를 떠나고 있는데 우린 삼복더위에 왜 길을 걷고 있는가? 우리의 목표가 확실하니 덥고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생기는 것 같다. 산티아고로 출발할 날이 보름도 남지 않았다.
미호천 부근 오창과학단지 아파트
힘들 때 쉬고 싶었는데 깔개를 안 가져왔다.혹시나 해서 넣고 왔던 비옷을 깔고 앉아 과자를 먹었다. 약간의 요기는 에너지를 나게 한다. 쭉 이여지는 길을 걸었다. 한참을 걸으니 오근장 역이 보였다. 역을 지나기 전 육교를 통해 넘어왔다. 뜨거운 날씨에 목이 마르다. 물이 따뜻하다.이것도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오다가 식당 정수기에서 물을 받으려 했으나 미카엘 씨가 말렸다. 영업하는 집에 아침부터 그러는 건 예의가 아니란다.그래서 오다가 오창 동시무소에 들려서 시원한 정수기 물을 받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와우! 역시 공공기관이 쉬어가는 데는 제격이네 ㅎ눈치 볼 것도 없이 딱이다!" 에어컨 바람에 한참을 쉬다 나왔다.
'이제부터는 또 걸어야지~' 내수 공군사관학교 부근을 걸었다. 쭈욱 빠져나오니 그곳이 오창에서 성모병원을 향해 가는 길이었다. 시내길로 가면 시간이 단축될 것 같아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우회도로가 더좋단다. 할 수 없이 남편의 말을 들어서 좀 돌아가긴 해도 걸어볼 만하겠다 싶어 알았다고 하며 뒤따라 걷는다.
멀긴 하다, 뜨겁기도 하다. '참 사서 고생이네' "여보 차 타고 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면 뭐라고 할까?" 하고 물었다. 남편은 허허 웃기만 했다. '뜨거운 여름에 저 사람들 미친 거 아냐?' 하며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를 일이다.차를 몰고 교구청을 자주 오가던 길인데 이제는 걸어서 왔다.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인데~ 어찌 이런 일이~~ '
가다가 옷가게 마당 한편에 큰 나무 아래 벤치가 보여 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더운 날씨에집에서 에어컨을 틀고 있어도 힘들다 할판에 길 옆 벤치에 누운 우리 부부 모습이란~ '여유로움일까? 궁상을 떠는 것일까?' 그래도 이 더운 날에 뜨거움 속에서도살랑이는 바람을 느낄 수 있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니 우린 행복한 부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