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기 2

2020년 청주 ME 회보 기고 글

by 신미영 sopia


팜플로나는 헤밍웨이의‘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1926년)’에서 묘사한 산 페르민 축제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스페인과 프랑스를 잇는 교통의 요지로 7월 엔시에로 (Encierro) 근처에서 투우가 벌어진다. 이미 소몰이 축제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우리는 구경하지 못했어도, 거리에 많은 관광객을 보면서 축제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팜플로나를 벗어나 드넓은 해바라기 밭과 밀밭을 가로질러 산언덕을 오르면 순례자 철제 조형물이 있다. 용서의 언덕으로 잘 알려진 장소이다. 원래 이 자리는 작은 성당이 있었으며 순례자 병원을 운영하던 곳이라고 한다. 우리는 상처와 미움, 원망에 대해 용서의 마음을 담아 주모경을 받쳤다.


에스떼야를 지나 나바라에는 보데가 이라체(Bodegas Irache) 수도원이 있다. 수도원에서는 수도꼭지를 통해 순례자들에게 와인을 무료 제공한다. 우리 부부는 가리비에 와인을 받아서 마시고 물병에 담아 가서 쉴 때 달콤함을 만끽했다.

여러 마을을 지나 부르고스에 도착하였다. 이 도시는 유네스코에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스페인 3대 성당에 속하는 고딕 양식의 부르고스 산타마리아 대성당이 있다. 부르고스부터는 이베리아 반도의 중심을 차지하는 평균 해발 700M의 메세타 고원이 시작된다.


부르고스에서 레온까지는 180여 킬로이며 일주일 이상은 걸어야 하는 대평원이다. 끝없는 밀밭과 지평선과 파란 하늘만 보인다. 고원 가운데로 난 시골 신작로 같은 길에는 순례자들의 발걸음과 스틱 소리가 행진곡처럼 들려온다.


쏟아지는 뜨거운 태양을 등지고 걷는 걸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처지는 다리를 힘들게 옮기며 목적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정신과 체력의 한계를 온몸으로 느끼며 걷는 메세타 고원은 나 자신을 온전히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작정 걷다가 보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뼈저리게 알게 된다.

스페인에서 아침 6시는 새벽 4시처럼 캄캄하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히 빛난다. 이른 새벽에 손전등으로 길을 비추며 조심스럽게 걷는다. 어둠 속에 갈래 길이 나오면 노란 화살표를 잘 찾아 걸어야 한다. 순례길에는 화장실이 없어 바에 들렸을 때 화장실을 꼭 가야 한다. 바에서는 음식을 사 먹지 않으면 사용료를 받기 때문이다. 도시나 마을이 없는 순례 중에는 자연 화장실에서 눈치껏 해결해야 한다. 나무 뒤나 숲으로 들어가면 볼일 본 흔적과 화장지가 즐비하다.


메세타 고원이 끝나는 지역의 순례길에서 중요한 도시 레온이 나온다.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길에 있어서 레온 도시는 중세 때 상당한 정치적·문화적·경제적 영향을 끼쳤다. 예술적 흥미 거리가 풍부해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고딕 양식의 산타마리아 데레 글라 대성당(1199 건립)으로 '풀크라 레오니나'라고 하는 스테인 글라스 창이 특징이다.


그리고 레온에는 WOK이라는 유명한 중국 음식 뷔페가 있다.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많이 있다. 초밥, 해산물과 고기 등 다양한 요리가 모두 18유로다. 힘든 메세타 고원을 걸으면서 소진한 체력을 충전하기 위해서 우린 맛있게 먹으며 포식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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