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기 3

2020년 청주 ME 회보 기고 글

by 신미영 sopia

우리는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에서 숙박하면서 아침 기도와 저녁기도에 참석하였다. 경건하고 엄숙한 기도가 몸과 마음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이제 산티아고까지 300km 남았다. 레온에서 보름 일정으로 출발하는 순례자가 상당히 많다. 순례길도 어렵지 않고 순례 확인서와 완주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순례를 시작한 지 24일 되었다. 두 번째 1500미터 고지를 넘는 일정으로 산 중턱 있는 라바날 델 까미노 마을을 지나간다. 여기에 베네딕도 수도원이 있고 인영균 끌레멘스 한국 신부님이 파견해 계신다. 인사만 하고 출발하려고 했는데 일단 순례길을 멈추라고 하신다, 그래야 보인다고. 그 말씀에 눈물을 왈칵 쏟았다.

계속 앞만 보고 바삐 걷느라 피곤도 힘듦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휴식의 시간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왜 우리가 이 길을 가고 있는지, 또 무엇 때문에 걷고 있는지 생각하고 대화할 시간도 필요했다. 수도원에서 미사와 기도를 드리고 순례자로서 마음을 새롭게 할 수 있어서 머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였던 알베르게는 식당을 같이 하고 있는데 라면과 김치도 팔고 있다. 한국 순례자들은 라면을 먹기 위해 이곳에 들리기도 한다. 우리도 모처럼 뜨끈한 라면과 칼칼한 김치로 식사를 하니 입맛이 확 살아난다. 그리고 이곳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 스페인 전통 음식으로 잘 삼은 문어숙회에 고춧가루를 뿌려 먹는 것을 ‘뿔뽀(pulpo)'라고 하는데 아주 부드럽고 맛도 좋았다.


큰 산을 넘어 며칠 더 걸으면 비아 블랑카 마을이 있다. 여기에 TV 스페인 하숙에서 방송해서 유명해진 니콜라스 알베르게가 있어서 숙박하였다. 대성당에서 미사도 보고 알베르게에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 마을을 지나면 마지막 큰 산을 넘게 되는데, 1300M 정상에 오 세브레이로 마을이 있다. 알베르게가 한 개 있는데 500명 정도 숙박할 수 있다. 늦게 도착하면 방이 없을 수도 있어서 시간 조절을 잘해야 한다.


새벽 6시에 오 세브레이로에서 출발하여 깊은 내림과 오름을 반복하며 40킬로를 걸어 사리아에 도착했다. 라바날에서 연박을 하여 이틀에 걸을 거리를 하루에 간신히 걸었다. 산티아고까지 100km 지점이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열흘 일정으로 순례를 많이 온다. 그래서 사리아부터 순례자들이 부쩍 많음을 느낄 수 있다. 알베르게는 가격이 올라가고 동키(배낭을 차로 이동) 비용은 확실히 저렴해진다.


우리는 사리아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였다. 순례를 하다 보면 알베르게에서 베드 버그(빈데 종류)에 물려 고생을 한다. 우리는 순례 막판에 베드 버그에 물려서 통증과 가려움으로 병원을 찾았다. 지나가는 현지인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사리아 국립의료원에서 주사와 약을 주며 정성껏 치료해 주었다. 병원비가 무료라고 하니 정말 고마웠다.

산티아고까지 순례길에 160여 개의 도시와 마을을 지나간다. 대부분 도시와 마을에는 축제 문화가 있다. 축제에는 제일 아끼는 좋은 옷을 입고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한다. 스페인은 축제를 통하여 항상 즐겁고 멋지게 사는 나라 같다. 그리고 독특한 문화가 있다.‘시에스타’ 낮잠 시간이 2시부터 5시까지이다. 태양이 강렬하고 뜨거워서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이때 관공서와 상점이 문을 닫는데 대신 저녁 8시에서 9시쯤 퇴근한다.


이제 순례 32일째로 마지막 코스인 산티아고 입성만 남겨 두고 있다. 마지막 마을인 몬테 도 고조에서 5km이다.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실에서는 매일 열 번째 순례자까지 점심 초대권과 박물관 관람권을 준다. 도전하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5시에 출발했는데 보름달이 밝게 비춘다. 30분 걸었는데 산티아고 시내의 많은 빌딩과 건물들이 보인다.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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