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기 4

by 신미영 sopia

서둘러 순례자 사무실로 가보니 벌써 몇 명이 줄을 서 있다. 우리는 여섯 번째로 열 명 안에 들어 원하던 선물을 받게 되었다. 새벽부터 고생한 보람이 있다. 7시가 넘으니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든다. 하루 순례자를 1,500명으로 마감한다고 한다. 순례 확인서와 완주증서를 받고 대성당 광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만끽하였다.

그리고 야고보 성인 유해가 안치된 산티아고 대성당을 관람하였다. 먼저 야고보 성인 묘에 참배하며 장궤 틀에 무릎 꿇고 찬미와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야고보 성인의 살아 있는 생명수가 우리 몸에 깊숙이 들어오는 듯 뭉클한 감동이었다. 이 순간을 위하여 발에 물집이 생기고 온몸이 천근만근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을 극복하며 32일간 780km를 걸었다.


산티아고 대성당은 현재 보수 중이어서 천정에서 긴 줄로 성당 안을 오가며 향 치는 것을 못 본 것이 정말 아쉽다. 근처에 있는 프란치스코 대성당에서 순례자 미사를 드렸다. 세계에서 온 많은 순례자와 미사를 보면서 산티아고 순례를 완주할 수 있는 은총과 축복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미사를 마치고 점심 초대에 참석하였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외국 순례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순례 동안의 회포를 나누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오늘은 산티아고 야경까지 구경하고 다음 날은 버스를 타고 대서양이 시작되는 서쪽 땅끝마을 피니스테라와 묵시아를 여행하였다.

부부가 32일을 온전히 함께한다는 것은 축복이면서도 서로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다. 순례하면서 마음이 맞지 않아 따로 걷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긴 시간을 같이 다니면 당연히 의견 충돌이 생긴다. 우리도 여러 번 마음이 맞지 않아 말없이 몇 시간을 걷기도 하고 따로 걷기도 하였다. 화가 많이 날 때는 포기하고 집으로 가자고 언성을 높이기도 하였다. 이런 충돌은 있었지만 ‘사랑하는 것은 결심이다.’라는 ME가치관을 되새기며 일치되고 친밀해져 순례를 끝까지 할 수 있었다.


길 위에서 한국인들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걷기도 하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다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는다. 순례길에서 만난 인상적인 순례자가 있었다. 한 순례자는 하와이에서 온 65세 쥴리아 이다. 25살에 오고 40년 만에 두 번째 왔다. 사진을 보여주며 이곳이 전에 찍은 장소라며 감회에 젖었다. 또 다른 순례자는 프랑스에서 조카와 온 87세 어르신이다. 몸 중심을 잡기 위해 배낭을 등과 가슴에 두 개를 메고 다닌다. 어르신은 오스트리아에서 산티아고까지 2,000km를 걷기도 하셨단다. 두 분의 순례자를 보면서 다시 도전하겠다는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슴 깊이 새겼다.


한 발 한 발 걸어 닿은 세상의 끝에서‘지금 여기’가 바로 시작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힘든 피레네 산맥을 넘고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그늘 하나 없는 메세타 고원을 걸으면서, 출발할 때 배낭에 가득 채워진 짐들은 우리의 욕심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우리 부부가 어쩌면 평생 걸었던 길보다 더 멀고 험한 길을 포기하지 않고 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의 보호자 하느님께서 함께 계셨기 때문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여행을 갔다 온 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아직도 산티아고 순례의 감동과 여운이 선명하다. 지금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해외여행을 갈 수 없고, 스페인 순례길의 알베르게도 거의 폐쇄된 상황이 되고 보니, 우리 부부는 정말 운 좋게 다녀왔다. 속히 정상화되어 원하는 사람들이 다시 산티아고 순례길을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도 5년 후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시 걷기로 다짐해 본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가장 많이 들었고, 우리도 했던 세 개 단어를 소개해 본다.

Hola (안녕하세요.), Buen Camino (좋은 순례길 되세요.), Gracias (감사합니다)

산티아고 순례를 꼭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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