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오늘부터 걷자고 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눈이 많이 부었다. 어제저녁에 훈제 닭에 골뱅이 무침을 먹으며 맥주를 마신 탓이다. 요즘 들어 몸이 많이 무겁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온지도 1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제대로 걷지도 않았고 별다른 운동도 안 해서 살이 쪘다. 특히복부가 두툼해
"여보 당신 배가 왜 그래? 임신한 거 아냐?"
남편이 가끔 농담 삼아놀린다. 자극을 주려고 일부러 던지는 말인지 알지만 듣기는 싫다.
그도 그럴 것이 산티아고 다녀온 후에 제대로 걷기나운동을 하지 않았다. 작년 한 해 코로나 19로 바깥 활동이 줄다 보니 더 그랬다. 핑계 대며 운동을 안 했더니 군살이 장난 아니게 붙었다. 산티아고 다녀와서 딱 3개월 몸이 가벼웠다.그땐 군살도 쏙 빠지고 옷을 입어도 맵시가 났다. 그때 계속해서 몸 관리를 잘했더라면 이지경이 되지 않았을 텐데 후회막급이다.
오늘은 주일이라서 성당을 가야 한다. 미카엘과 집에서 구운 빵과 야채샐러드, 원두커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했다. 서둘러 8시 30분 미사를 갔다.성당에서 돌아오자마자 발가락 양말과 등산양말을 신고 등산화를 신고 준비했다. 묵주와 물 그리고 휴대폰만 미니 가방에 넣어 남편과 걸으러 나갔다. 오늘 걷는 코스는 집에서 고은 삼거리 12킬로다. 산티아고 걷기 전에 우리가 가장 많이 걸었던 코스이기도 하다. 오늘은 해가 구름에 가려서 걷기에 오히려 괜찮다. 날씨가 조금 차갑긴 해도 걷기엔 무리가 없다. 이젠 삼월이라 겨울이라 말하는 것보다는 봄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옆으로 무심천 물이 대청댐에서 가두어 그런지 많이 흐르지 않는다.오늘은 주일이고 이제 날씨도 어느 정도 풀린 탓인지 걷는 사람이 많다. 모처럼 걷는데 생각보다는 몸이 무겁지는 않다. 밖으로 나오니바람이 상쾌하다. 오늘 걷는 사람이 제법 있다.혼자 걷는 사람, 둘이 걷는 사람, 가족이 나온 경우도 있다. 무심천에 청둥오리와 두루미들이 보인다. 막아 놓은 곳에서 내리쏟는 물소리가 힘차다. 단재 초등학교를 지나 다리를 지났다.오르막을 걷고 있는데 남편이 길가 쪽 나무를 가리키며
" 여보 산수유가 노랗게 피었네"
해서 가보니벌써 산수유 몽우리에서 노란 꽃이 피기 시작한다. 아~ 이렇게 봄이 우리 곁에 와 있구나 싶었다. 남편과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나누며 걸었다. 올라가다 보니 사람들이 꽤 많았다. 걷는 사람인가 했는데 가까이 가보니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었다. 환경단체에서나온 사람들인가 하며 물었더니 봉사단체에서나왔다고 한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네고 위쪽으로 걸었다.
처음 걸을 땐 6km 걷는 길도 몇 번을 쉬어서 가곤 했는데 오늘 모처럼 걷는데도 힘들지는 않다.몸이 기억을 하는 있는 것일까? 다행이다. 무심천 변에는 돌들이 많다. 이 돌을 쌓아 올리던 분이 계셨는데, 안 보인다. 돌탑도 모두 무너지고 없다. 전에 정성 들여 쌓곤 했는데 이제는 포기를 했나 보다. 돌탑은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기는 쉽다. 걸을 때 탑을 보며 걷는 재미도 좋았는데 무너지고 없는 걸 보니 안타깝다.
오늘의 종착지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잠깐 신발과 양말을 벗고 쉬었다. 쉴 때는 발을
통풍시켜 주는 게 좋다. 잠시 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쉬지 않고 걸었다. 이제 쑥도 보이기 시작한다. 쑥이 좀 자라는 4월 초에는 쑥을 뜯어서 쑥개떡을 좀 해 먹어야겠다. 모처럼 걷는 거라서 다소 걱정했는데 쉬지 않고 집까지 걸었다. 12km에 3시간 정도 걸렸다. 사진도 찍고 여유 있게 걸었더니 전보다 30분 정도 늦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걸어야겠다.걸어서 살을 빼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먹는 것도 좀 줄이고 훌라후프라도 꾸준히 해야겠다. 몸을 건강하고 가볍게 해서 좀 더 활력 있는 삶을 살아야 하니까~ 그리고 3년 뒤에는 다시 스페인 프랑스 길을 걷고자 한다. 그때는 좀 더 여유롭게 다녀오고 싶다. 너무 걷는 거에만 집중하지 않고 주변도 살펴보고 마을 구경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까미노 친구들과 더 많이 나눔 하고 즐거운 추억도 많이 갖기를 소망한다. 그때를 위해 걷기를 자주 해서 지구력도 높이고 건강한 몸으로 다음 까미노를 가고 싶다. 그때까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