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열차에서의 소동

기행문- 열두 전사 보성차밭 나들이(2004년 4월 30일)

by 신미영 sopia


집 근처에 2003년 청주시립 정보 도서관이 개관하면서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해서 독서모임에 등록을 했다. 독서모임은 요일을 달리해서 책 어울과 글 산책 두 곳인데 목요일 오전에 만남을 하는 <책 어울>이다. 사서를 포함 18명이고 독서모임은 한 달에 두 번 만난다. 선정된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독서 감상문을 써서 공유하기도 한다. 이 모임에서 하루 일탈을 하기로 했다. 보성녹차 밭과 낙안 읍성을 가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 남편 회사랑 야유회가 겹치면서 어떻게 할까 하고 망설이던 차에

"그래 한번 가 보는 거야 " 하고 과감하게 결정을 해버렸다.


남편은 조금 서운 했을 것이다. 그런데 회사 야유회가 취소되면서 남편이 "그래 잘 다녀와... 모처럼의 여행인데..." 하면서 마음을 써 주기 시작했다. 차도 태워다 주겠다, 여행 경비도 주겠다고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었다. 그래서 미리 열무김치도 담가 놓고 반찬도 만들면서 내가 없는 동안에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애를 썼다.


당일 날 밤새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이라 조금이라도 잠을 청해 보았지만 웬일인지 잠은 오지 않고 날 찾는 전화는 왜 그렇게 오는지~ 결국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화장을 하고 옷을 입었다. 남편과 밤 11시에 회원들을 만나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다들 한껏 멋을 내고 들뜬 마음으로 시간에 맞추어 나왔다. 12명이 차를 타고 조치원 역으로 향하였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며 도착한 시간이 12시가 좀 안되었다. 독서모임 회장으로부터 기차표를 하나씩 받아서 주머니에 넣고는 커피 마시며 여유 있게 기다렸다. 몇 분 후에 일어날 대 소동은 아무도 모른 채 말이다.


드디어 기적소리 울리며 기차가 도착하고 열두 전사들은 표를 가지고 3칸으로 나누어 당당하게 차에 올랐다. 그런데 자리에 앉으려고 보니까 자리가 없었다. 같은 번호를 가진 사람이 앉아 있어 당황했다. "어~이상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그때부터 우리는 핸드폰으로 회원들과 연락을 취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 팀만 그런 게 아니고 모두 같은 상황들이라 더욱 놀랬다. 그래서 다들 한자리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날따라 연휴라 그런지 기차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회장이 여행사와 통화를 해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표를 자세히 보니 5월 1일 23시 45분으로 되어 있고... 그 위에 자그마한 글씨로 00시 22분이라고 적혀 있었다. 비로소 "서로 날짜와 시간을 착각했구나." 하고 수군거렸다. 한데 어찌하겠는가? 우리는 이미 기차를 탔고 순천으로 향하고 있는데. 회장이 연신 큰소리로 사정을 해 보면서 이해를 시켰다.


지금은 기차도 끊긴 상황이라 돌아갈 수도 없는데 말이다. 여행사 쪽에서는 무조건 내려오지 말라고 강경하게 나오니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결국은 사장님과 통해 해서 20인승 차를 오후 2시까지만 쓰는 조건으로 순천역에서 만나기로 합의를 보았다. 다들 안도의 한숨과 함께 고난의 길을 택했다. 눈치 볼 것도 없이 신문지 한 장씩을 들고 바닥에 쭈그리고 앉기 시작했다.

우리는 두 팀으로 자연스럽게 나누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 개월 동안 만나와서 그런지 이제는 흉허물 없는 사이가 되었고 어느 누구 보다도 마음이 척척 맞는 것 같았다. 쭈그리고 앉아서 별별 수다를 다 떨면서 연신 웃었고 그 별난 풍경도 디카에 소중히 담았다. 이것은 우리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어느 분이 "여행의 참맛은 고생을 해야 오래도록 추억에 남는다"는 말씀을 해 주었다. 맞는 말이고 경험으로 봐도 그랬다. 고생하고 힘들었던 여행은 두고두고 얘기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다. 새벽 4시 30분쯤에 순천에 도착을 하니 여행사 사장님이 노란 차를 가지고 나왔다. 서로의 입장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돌아갈 표를 끊기 위해 매표소에 갔는데 표가 하나도 없는 거다. 할 수 없이 오후 5시 35분 입석을 끊었다.


아~~ 편하게 여행하기는 틀렸네. 대기하고 있는 노란색 봉고차에 올라서 잠시 여행사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율포항으로 향했다. 어둠을 가르며 율포항에 도착하니 조금은 어둠이 벗어지고 연 초록의 나무들과 집들이 언덕 위에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오호~~~~!!! 음~~ 바다 냄새 죽인다." 여행사 사장님이 율포항은 볼 것 없다고 우리를 꼬시더니 우리는 좋기만 했다. 매일 다녀 가는 사장님과 느낌이 다르다는 걸 모르고 하는 말씀이었다. 방파제를 한 바퀴 돌아오는 중에 한 명이 제안 하나를 했다.

"제일 먼저 남편한테 전화 오는 사람은 커피 사기.."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편이 일등으로 전화해서 당첨되었다. 하여간에 이럴 때는 눈치도 없이 전화한다니까~ㅎ.


그런데 밤을 새워 온 탓인지 출출하기도 하고 속이 쓰린 것 같아서 조개죽을 먹기로 했다. 그러면서 식당에 들어가서 잠시 쉬었다. 따끈한 죽을 먹으니 좀 살 것 같다. 서로의 모습을 보니 다들 초췌한 모습들인데도 즐거운 모습이다. 해변을 가로질러 모래를 밟으며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고 나서 차를 타고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작은 주택으로 만든 식당에서 한식을 먹었는데 반찬이 입맛에 안 맞는다. 너무 짜서 손이 가지 않는다. 밥을 대충 먹고 양치질을 하고서 식당 문을 나섰다.


녹차밭을 가기 전에 잠시 여름향기 촬영지에 들렸다. 그리 넓지 않은 길에 양쪽으로 쭉쭉 서있는 나무 사이를 걸으며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아침 공기도 들이마시며 산림욕도 실 컷하고... 약간의 이슬비를 맞았지만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녹차밭으로 향했다. 산 등성에 광활하게 펼쳐진 차밭을 보면서 " 정말 대단하구나" 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녹차가 풀인 줄 알았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허리 아래까지 오는 나무가 골을 이루며 비스듬히 펼쳐져 있었다. 해마다 이 나무들에게서 잎을 따는걸 이 곳에 오고서야 알았다. 정상으로 올라가 사진도 찍고 감탄도 하며 녹차밭을 가로질러 내려오는데 관리인 아저씨가 호각을 불며 뭐라 하는 것이었다. 아마 녹차나무가 다치니까 길로 내려오라는 말씀 같았다. 눈치 빠른 우리들은 얼른 옆으로 비켜서 내려왔다.


이른 아침인데도 녹차 잎을 따는 아주머니들을 촬영하기 위해 사진사들이 줄 비하게 서 있었다.

낮보다는 이른 아침의 녹차밭 모습은 보기에도 무척 싱그럽고 예뻤다. 녹차 시음을 하기 위해 어느 찻집으로 들어갔다. 시음하는 녹차를 마셔보니 맛이 좋았다. 구수한 맛과 부드러운 맛이 어우러져 집에서 먹던 녹차 맛 하고는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선물로 가루녹차와 녹차가 들어간 젤리들을 사 가지고 차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그다음에 간 곳은 낙안 읍성이다. 가본 성 중에는 제일 큰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거의가 살고 있는 집이었는데, 사람의 훈기도 느껴지고 볼거리들이 많았다.


각종 야생화부터 나물을 파는 할머니들...

여러 가지의 꽃들도 예쁘게 피어 있고, 소도 초가집과 어울려 한 풍경을 이루었다. 거의 끝자락에 가니 대장금 촬영지가 있었는데, 연속극을 안 봐서 그런지 공감이 되지 않았다.

빙 둘러친 성들을 끼고 돌아서 점심 먹는 식당으로 갔다 마치 시골 장터를 연상케 했다.

열두명은 자리를 잡고서 읍성을 걸어서 지친 몸을 점심식사를 기다리며 잠시 쉬었다. 맛있는 반찬과 밥이 나왔다. 시장해서인지 모든 반찬들이 입맛에 딱 맞았다. 거기서 먹은 꼬막 맛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사서님이 제일 맛있게 먹는다. 마지막에 운전기사 아저씨가 준비해 주신 커피까지 맛있게 마시고 낙안 읍성을 나왔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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