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오신 아버지(1)

15년 전에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쓴 글

by 신미영 sopia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나신지도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그저 사느라고 바빠서 그리운 마음을 이제야 들추어내는 고명딸을 용서해 주세요. 아버지는 무뚝뚝하셨지만 그래도 아들 여섯에 하나 있는 딸이라고 많이 예뻐하셨지요. 동네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늘 아버지를 찾아와 상의를 할 만큼 아버지는 현명하셨습니다. 어떤 일에 중심을 잡고 판단을 잘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즈음 들어서 그런 당신이 간간이 기억 속에 되살아나 나의 눈시울을 적시곤 합니다. 전 엄마보다 아버지가 더 좋다는 말도 했으니까요.


그때는 몰랐지요. 당신께서 그렇게 힘들고 고단하셨다는 것을요. 누구든지 그 나이가 되어야 알아지는 것이 있나 봅니다. 이제 제가 나이를 먹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자식 일곱의 아비로써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며 그만큼 육체도 고단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갑니다. 해주고 싶은 맘은 굴뚝같으나, 해 줄 수 없는 마음을 부모가 되어보니 알겠습니다. 그때 당시엔 가난해서 겨우 밥 먹고 사는 게 전부이니 포기하고 살았던 것도 많았겠지요.


지금 제 기억 속 당신의 모습은 컷의 흑 백사진으로 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것도 이제 점점 더 희미해져 그것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답니다. 숱 많은 머리를 단정히 넘기시고 두루마기에 모자를 쓰신 모습과 , 지게에 삶의 무게만큼이나 잔뜩 짐을 지시고 집으로 돌아오시던 아버지... 새벽같이 일어나 불을 지피시고 화롯불을 가져다 방에 놓으시던 아버지, 당신의 모습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떠난 지 20년이 되어 가지만 당신은 내 마음속에 지울 수 없는 진정한 사랑을 심어 놓고 가셨지요.


겨울 아침에는 헛기침을 하시며, 화롯불로 저희의 마음을 녹여 주셨고, 밤에는 출출하다는 저와 김치볶음밥을 해서 맛있게 먹었지요. 그리고 여름에 해 질 녘이 되면 쑥으로 사랑의 모기향을 피워 주셨지요. 그러면 우리는 멍석에 벌렁 드러누워 하늘의 별들을 세며 별 하나 나하나를 세곤 했지요. 또 삶은 옥수수를 먹으며 누가 더 많이 옥수수알을 뗄 수 있나 하고 내기를 했던 걸 기억합니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다가 친구 집에서 자고 들어 오던 날, 지게 작대기를 가지고 어디서 그런 못돼 먹은 걸 배웠느냐며 저를 겁에 질리게도 하셨습니다. 이제 당신은 가시고 없지만 늘 마음속에 살아서 나의 어릴 적 감성을 깨워 주고 계십니다.


비록 가난했지만 남들을 사랑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주셨습니다. 시골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디도 따먹고 가재와 메뚜기도 잡고 돌멩이로 땅따먹기도 했었지요. 여름엔 개울가에서 미역도 감고 겨울엔 발야구와 구슬치기 그리고 술래잡기도 많이 했어요. 그렇게 매일 놀아도 아버지는 늘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봐 주셨습니다. 그러나 난 당신하고 사는 동안에 너무나 철부지였고, 힘겨운 당신을 한 번도 위로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지금 그리움으로 내게 돌아오신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말로 반갑게 맞아드리고 싶군요.

아버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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