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진 논둑길

시-신미영

by 신미영 sopia

산 정상에서 바라본 논들

두부를 자른 모판처럼 정교하다

휘감긴 실타래를 잡아당긴 듯

논두렁들이 허리를 곧추 세웠다


고향의 구불구불한 논둑길

아버지가 한 짐을 지고 걷던 그 길

늙은 청춘이 자식들에게

야금야금 먹힐 때

우리는 논둑길에서 별을 보았다


주전자에 흥을 담아

어머니 치맛자락 잡고

뒤질세라 나서던 두어 뼘 논둑길

자유를 갈망하던 자식들은

세상 속으로 날아갔다


힘겨운 짐을 지고 가던

아버지의 굽은 논둑길

불혹의 짐 지고

내가 그 길을 걸어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머니와 꽁치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