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상에서 바라본 논들
두부를 자른 모판처럼 정교하다
휘감긴 실타래를 잡아당긴 듯
논두렁들이 허리를 곧추 세웠다
고향의 구불구불한 논둑길
아버지가 한 짐을 지고 걷던 그 길
늙은 청춘이 자식들에게
야금야금 먹힐 때
우리는 논둑길에서 별을 보았다
주전자에 흥을 담아
어머니 치맛자락 잡고
뒤질세라 나서던 두어 뼘 논둑길
자유를 갈망하던 자식들은
세상 속으로 날아갔다
힘겨운 짐을 지고 가던
아버지의 굽은 논둑길
불혹의 짐 지고
내가 그 길을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