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파묘

시-신미영

by 신미영 sopia

아버지는 파묘를 결정하셨다

볕 좋은 봄날에 가족 불러 모았다

자식 된 도리 다하지 못하는 아픔

깊은 곳에다 묻으려 하시는지

아니면 이참에 마음의 부담까지

훌훌 벗어던지려 하시는지

해마다 조상들 묘 찾아가

풀을 깎는 벌초는 끝내기로 했다


이제 홀로 남으신 아버지는

무거운 짐을 끌어모아 훨훨 태웠다

깊은 애환과 남은 사랑까지 넣어서

나무 밑에 한 줌의 재로 고이 뿌렸다

안식을 누릴 조상의 영혼이여

고요한 잠에서 깨어나

마음껏 세상 속으로 날아가소서

온전히 마음에 묻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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