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파묘를 결정하셨다
볕 좋은 봄날에 가족 불러 모았다
자식 된 도리 다하지 못하는 아픔
깊은 곳에다 묻으려 하시는지
아니면 이참에 마음의 부담까지
훌훌 벗어던지려 하시는지
해마다 조상들 묘 찾아가
풀을 깎는 벌초는 끝내기로 했다
이제 홀로 남으신 아버지는
무거운 짐을 끌어모아 훨훨 태웠다
깊은 애환과 남은 사랑까지 넣어서
나무 밑에 한 줌의 재로 고이 뿌렸다
안식을 누릴 조상의 영혼이여
고요한 잠에서 깨어나
마음껏 세상 속으로 날아가소서
온전히 마음에 묻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