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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Jun 01. 2021

책 리뷰 - {여자에게 여행이 필요할 때}

카시오페아 2016.1 / 조예은 / 239page

<여자에게 여행이 필요할 때> 저자 조예은은 여행지보다는 여행자가 중요하다는 신념을 가진 생활 여행작가다. 20대의 방황을 여행으로 정리하면서 살았다. 남들에게는 꿈의 직장인 골드만삭스에 입사했지만 고 스펙이 행복의 절대조건이 아님을 길 위에서 깨달음을 통해 확신했다. 증권업계의 삭막한 세계에서 당장의 월급만 바라보며 불만족스럽게 살기보다, 꿈꿔왔던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삶을 실천하고자 좋아하는 여행과 글쓰기에 미래를 걸었다. 프랑스 유학을 계기로 여행의 참된 가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현재 여행 경험과 치열한 금융계 경험, 작가 도전기를 바탕으로 꿈과 잠재력을 발굴하고 있다. 그리고 동기부여 전문가로 강의 활동과 블로그에 일상을 여행처럼 글로 쓰고 있다. 저서로 <서른 살 독하게 도도하게> <꿈의 직장 골드만삭스에서 꿈을 찾아 떠나다>가 있다


삶이 바닥을 쳤을 때 여행은 시작되었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발버둥, 즐기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떠났다. 진짜 사랑을 찾기 위해 양은 냄비 같은 사랑을 수차례 반복했지만 허무함과 외로움만 더해갔다. 강제해고를 당한 뒤 꿈의 직장이라는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 최고의 스펙들만 모아 놓은 그곳을 '금 양말'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저자는 인스턴트 만족감으로 행복을 대체하고 살았다. 직장상사와 동료는 긴장감으로 가득했고 그들을 통해 내 미래도 순탄치 않음을 에감했다. 인생의 슬럼프는 하루가 멀다고 찾아왔다. 삶의 변화가 절실했던 저자는 여행을 업으로 삼고 글로 그 삶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여행으로 삶을 바꾸고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째 돈과 시간을 지불하고 떠났으니 무언가 결실을 얻고 돌아와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면 된다. 둘째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 그 자체를 여행의 초기 과정이라 생각하고 담담히 받아들인다. 셋째 혼자라서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서, 회사에서 내 자리가 불안해서라는 이유로 처한 상황의 모든 것을 죄다 만족시키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 한 번의 여행으로 사회에서 설자리가 작아지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방랑자로 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의 떠남은 인생의 수많은 쉼표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저자는 인턴생활을 하면서 100만 원씩을 적금을 했다. 6개월 후 정규직 전환을 하면서 회사가 적성에 안 맞음을 직감하고 적금을 서 일주일 프랑스 여행을 다녀왔다. 용기를 낸 첫 도발은 그다음 여행은 쉽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여행은 나에게 기력을 보충하고 허기를 달래는 밥 같은 존재가 되었다. " 여행이란 어차피 집으로 향하는 길이니까." 행을 업으로 삼은 빌 브라이슨에게도 여행은 삶의 부분이었으며, 본질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지금 저자가 글을 쓰는 2015년과 미래의 2020년은 나도 세상도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만큼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 만날 수 없는 행복이 있다. 핑계로 미뤄둔, 당장 절실했던 자유와 즐거움이 어쩌면 미래에 오지 않을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여행은 선택하기에 달려있다. 선택을 미루기 전에 일상의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하느라, 남의 시선을 쓰느라, 회사와 가족에 의지하느라 내가 진정 누구인지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라. 가끔은 내 인생을 위하여 이기적이어도 된다. 지금 아니면 기회는 없을지 모른다!


낯선 장소에서는 익숙한 것이 없다. 눈에 들어오는 신기한 풍경, 손으로 느껴지는 새로운 대상의 촉감, 처음 접하는 맛과 냄새, 익숙한 생활패턴으로 무뎌져 버린 감각들이 살아난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긴장감을 적당히 선사한다.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세상을 느끼며 살아 있음을 깨닫는다. 끊임없이 흔들리고 상처 받은 여자들이여, 괜찮은 척은 더 이상 그만해도 좋다. 삶에 대한 열정이라는 명분 아래 깊이 감춰져 있던 진짜 '쉼'에 대한 욕망을 이제 마음껏 표현할 차례다. 쉴 때도 여유가 부족한 우리는 '천천히 서두를' 줄 아는 휴식의 리듬을 찾아야 한다.


길을 따라 천천히 풍경을 음미하는 여행, 몸과 마음에 여유가 있는 여행, 목적 중심에서 벗어나 과정에 가치를 두는 여행, 이것이 진정한 해방감을 선사하는 여행이 아닐까?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발견하는 새로운 것들, 두 다리 사이의 너비는 인생의 보폭을 그려가는 캠퍼스가 된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데  익숙했던 여행 대신 걷기 여행을 계획해 보자. 얽매였던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되찾는 것이 여행의 본질이라면, 이제 두 다리 여정에 맡겨보자. 길 위에 다시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여행의 진수인 자유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걸어라, 그리고 마음껏 느껴라!


 여행을 다니다 보면 사물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찰력이 생긴다. 여행에서 만난 대상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길가의 꽃과 나무, 낡은 벽과 창문, 동네의 작은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와 커피 향, 거리의 연주자 등 예전에는 평범해 보였던 것들이 여행지에서 만났기 때문에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된다. 여행자의 시선은 떠나 있는 매 순간 마주치는 대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그 장소의 이방인인이자 관찰자이자 제3의 눈으로 삶의 현장을 포착한다. 비로소 멀리 떠나온 여정 안에서 자기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여행은 인생의 은유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언제, 어디든 떠날 수 있게 도와주는 민주적인 여행이 지하철 여행이다. 계획을 세우지 않더라도, 돈이나 시간이 없더라도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주말 오전에 느긋하게 출발해서 몇 시간 동안 즐기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반나절의 행복이다. 퇴근 후에도 가능하고 반차를 내고 살짝 일탈하더라도 충분하다. 여행은 이래야 한다는 정답이 없다. 장소와 시간에 따른 기준도 없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마누하는 공간마다 새롭게 바라볼 줄 알면 된다.


여행은 해방이다. 익숙함으로부터, 규칙으로부터, 잊고 싶은 아픔이나 골칫거리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욕망에서 출발한다. 해방에 대한 로망으로 우리는 늘 떠남을 꿈꾼다. 더 이국적이고 더 색다른, 내가 처한 현실 세계와 전혀 다른 곳을 찾길 원한다. 여기서 얻지 못하는 값진 깨달음과 즐거움을 기대한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얻는 것은 이국의 단순한 즐거움 그 이상이다. 여행지의 자연과 사람 사는 모습 속에서 내 삶을 발견한다. 평범한 속에도 특별함을 발견하는 여행자의 눈을 기르게 된다. 여자는 풍부한 감성으로 사소한 것에서도 낭만을 캐치하고, 부드러움으로 친화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강한 인내심으로 불편함도 이겨낼 수 있다. 여자는 여행에 최적화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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