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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Jun 03. 2021

책 리뷰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다산북스 2009년 33쇄 발행/ 바바라 오코너 /261page

이 책은 가족소설이며 성장소설이다. 그래서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3 쇄도 찍어내기 어렵다는 출판시장에서 일 년 만에 33쇄를 찍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끈 책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김성호 감독이 영화로 제작하여 30만 명이 넘게 관람하였다. 지은이는 바바라 오코너이고 옮긴이는 신선해이다. 옮긴이 글에서 내용을 그대로 적었다. 가장 잘 전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아빠가 사라지고 집세가 없어져 길거리로 쫓겨나고...... 당연하게 누려왔던 평범한 일상이 갑자기 망가졌을 때 초등학교 어린 소녀는 어떤 감정에 휩싸이게 될까? 절망감, 수치심, 슬픔, 분노? 아마도 이 모든 것이었을 거다. 그러나 조지나는 그 감정적인 상처를 곱씹을 틈도 없다. 엄마, 철부지 어린 동생 토비와 자동차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그녀를 덮친 것은 슬픔보다는 수치심이었다. 그리고 아빠가 없다는 공허감보다는 집이 없다는 불편함이었다. 숙제를 제때 해가지 못하고, 새 옷은 꿈도 못 꾸는 상황에서 조지나는 엄마의 직장 생활보다는 자신의 학교 생활이 더 신경 쓰이고, 친구들의 시선이 더 버겁다.


그 시점에서 이 책은 꽤 특별한 선택을 했다. 우울함에 휩싸여 자기 안으로 파고드는 애어른 대신, 적당히 영리하고 적당히 순수하고 적당히 자기중심적인 주인공을 내세운 것이다. 그럼으로써 벼락같은 생황에 부딪힌 한 소녀의 고군분투기는 자신만의 통통 튀는 생명력을 얻었다. 조지나는 포기할 줄 모른다. 우는 대신 화를 낸다. 체념하는 대신 머리를 굴린다. 떠나버린 아빠를 그리워하는 대신 지금 자신 곁에 있는 엄마와 동생을 위해(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위해) 세상을 향해 씩씩 거린다. 그리고 가장 어린아이다운 발상으로 '세상에서 재기 발랄한 집 구하기 프로젝트'를 꾸민다.


분명 절망적인 상황인데도 어찌 된 일인지 작업하는 내내 암울함보다는 희망을 느꼈다. 눈시울을 적시는 대신 수없이 키득키득거렸다. 당돌하고 영악한 소녀의 말도 안 되는 음모는 어른의 눈앞에선 어쩔 수 없이 순수한 것이다. 게다가 이제 한 집안의 가장이 돼버린 엄마의 모습은 또 어떤가, '떡 사세요~'를 외치며 눈물겨운 모정을 보여줬던 드라마의 어느 주인공과 달리, 하늘을 향해 욕도 하고 때때로 아이들에게 벌컥 짜증도 낸다. 하지만 그녀 역시 아이들도, 자신의 삶도,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는다. 천진난만한 사고뭉치 동생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가족을 감쌀 줄도 알고 , 뭐가 잘못된 일이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 일인지 분명하게 구분해낸다.


이 더없이 의욕적이고, 생생한 캐릭터들의 향연을 보다 보면 불현듯 이런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더없이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심지어 피해 자격인 강아지마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손가락이 세 개밖에 없는 떠돌이 무키 아저씨도 알고 보면 정감 가는 캐릭터다. 집 없고, 가족 없고, 어린 조지나에게 망설임 없이 "그 입 다물라"라고 하는 그조차도 (솔직히 이런 사람과 숲 속에서 마주친다면 난 도망가버리고 말았을 거다) 이런 주옥같은 말을 남긴다. " 때로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의 발자취가 더 중요한 법이야." "내게 돈이 필요한 것보다 세상이 내 힘을 필요로 할 때가 더 많으니까" 그리고 그의 가장 사랑스러운 면은 조지나의 '집 구하기 프로젝트 메인 음모'인 '개 훔치기'를 알고 있음에도 모른 척 지켜봐 준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를 몰아세우는 대신 자신의 행동과 말로써 조지나를 일깨워준다.


이 책,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가난과 부서진 가족'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아프고 힘들어도 항상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삶은 살아온 기억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아름다운 삶을 만들기 위해선 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때로는 살면서 뒤에 남긴 자취가 앞에 놓인 길보다 더 중요한 법이다. 조지나는 마지막 순간에 이 교훈을 깨닫는다. 아무도 자신의 등을 떠밀지 않았고, 아무도 다그치지 않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벌인 일을 되돌려 놓기 위해서 힘든 결정을 한다. 그녀는 갑자기 들이닥친 고난과 고통을,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용기와 지혜로 이겨나간다. 나쁜 상황이 꼭 나쁜 마음만을 불러내는 건 아니다. 성장의 시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 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이다. 이 책을 작업하는 데 저 문장이 생각난 걸까? 분위기도 주제의식도 주인공도 비슷한 게 없는데, 사실 저 문장은 조지나가 읽고 나서 울컥 눈물을 흘릴만한 것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건너가고 있는 계절, 내가 뒤에 남긴 자취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문득 궁금해진다. 무키 아저씨. 카멜라 아줌마, 윌리와 토비, 그리고 조금 더 성숙해진 조지나와 함께하는 동안 옮긴이도 조금은 더 깊은 사람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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