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미영 sopia Jun 16. 2021

책 리뷰 - {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

오리 여인 에세이-2020. 7쇄 / 수오 서재  /267page


<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는 2020년 4월에 출간되었으며 그 해 8월에 7쇄를 찍은 나름 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은 총 4부로 되어 있으며 1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 2부 함께 사는 것이니까 / 3부, 완벽하지 않은 날들이 쌓여/ 4부 마음이 훌쩍 차오른다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본명이 아닌 오리 여인으로 쓰고 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이다. 귀엽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모토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는 <우말 꽃이 피었습니다> <마음이 보이면> <수상한 드로잉 노트>가 있다.


오리 연인의 직무실은 남산 해방촌에 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고, 책을 쓰고,  가끔 몇 개의 미팅과 강의, 낭독회를 하며 지낸다. 그녀는 30대 중반으로 연핑크 머리를 하기도 하고 기분전환으로 갈색머리를 한다. 아직 핑크색 끈이 리본처럼 묶여 있는 꽤 높은 웨지힐과 노랑 원피스를 사고 싶어 하기도 한다.

 책 속에 담긴 오리 인 작가 그림들


식목일에 뭐라도 심을까 하고 다섯 가지 씨앗을 사 와서 화분에 심었다고 한다. 땅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던 나팔꽃이 새싹을 틔우고 싹트기 어렵다던 아보카도가 싹을 올릴 때마다 관심을 보이고 신기해한다. 그러면서 식물에게서 각자에게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을 배우고 우리에게도 필요함을 느낀다.


우리에게는 천천히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학교 주변에서 운전할 때, 자전거로 내리막을 내려갈 때, 길고양이에게 다가갈 때, 프라이팬에 식빵 구울 때, 바느질로 옷을 꿰맬 때다. 이런 것들에는 '빠르게' 보다는 '천천히'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우리 인생도 천천히 가야 한다. 우리 인생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리 여인은 운이 좋아 몇 권의 책을 냈지만 여전히 글 쓰는 게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글 쓰는 이야기를 하게 되거나 편집자를 만날 때면 움츠러든다. 그런데 그림을 지도하는 그녀가 수업할 때 선을 그리는데도 겁먹은 티가 나는 수강생에게 힘을 빼라고 한다. 그건 편집자가 저자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글이든 그림이든 힘을 빼야 하는 것을 깨닫는다.


저자가 무화과나무를 키워서 12개의 열매가 달렸다. 작업실 바깥에 두어서 5개를 도둑맞고 7개로 잼을 만들었다. 몇 개월 애정으로 키운 작물의 수확을 통해 더 귀하게 느껴져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잼을 만든 것이다. 작은 유리병 한 통 분량이지만 첫 수확의 잼이라 애정이 간다. 바싹 구운 빵에 잼을 펴서 바를 때 서걱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으로 풍족해진다.


오리 여인은 고민에도 여러 가지 크기가 있다고 한다. 하루는 작은 고민의 연속이다. 샴푸를 살 때도 어떤 향이 좋을지 고민되고, 친구와 약속 때도 어떤 원피스를 입을지 고민이다. 작은 고민은 위험부담도 크지 않다는 것을 안다. '우산을 가져갈까?' 하고 고민하다 두고 나가도 새싹처럼 비를 맞아 커지겠다고 생각하면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리 여인으로 활동한 지 5년 만에 휴식기를 갖기로 했다. 가장 먼저 SNS 업로드를 그만두었다. '팔로우' 숫자보다 '좋아요'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림이나 글을 계정에 올리고 나서 '좋아요'가 1분 만에 얼마나 눌리는지, 10분 뒤, 1시간 뒤, 잠자기 전, 아침에 눈뜨자마자도 확인했다. 그게 글과 그림에 대한 척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작게 만드는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SNS 앱을 지웠고, 필요할 때만 들어갔다. 이후에 따뜻함과 동그란 마음이 채워진 듯했다.


이 책의 저자 오리 여인은 아침에 일어나면 나무와 산이 보이고, 조그만 텃밭이 있고, 키운 것들로 밥을 지어먹고 밤에는 별과 고요함만이 있는 그런 삶을 꿈꾸고 있다. 또 팝송을 알게 되고 민트 초코칩을 좋아하게 되고 비 오는 날이 좋아지고 시집을 즐겨 읽게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궁금하고 읽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세월이 지나도 다시 찾고 싶고, 보고 싶은 그런 사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 리뷰 -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달린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