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리뷰 -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걷는 나무 / 신현림 / 173page

by 신미영 sopia


이 책의 저자

신현림 시인은 경기도

의왕에서 태어났다. 아주대에서 문학을,

상명대 문화예술 대학원에서 비주얼 아트를 전공하고

한국예술 종합학교와 아주대에서 강사를 역임했다.

신선하고 파격적인 상상력, 특이한 매혹의 시와 사진으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방위적 작가다.


신현림은

세계 시인 전집을 볼 때마다

엄마가 떠 오른다고 말한다. 많은 딸들이

그런 것처럼 그녀도 때로는 엄마에게 아픈

말을 하며 싸웠던 철없는 딸이었다. 그런

자신을 되돌아볼 때마다 그녀는 시집을 뒤적거렸다.

그렇게 시를 통해 성찰하며

인생의 지혜를 배웠고, 몸과 마음을

배인 시의 긍정적인 기운으로

매번 다시 태어나는

힘을 얻었다.


딸아,

너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어.

그리고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늙어도 늙지

않으며, 절망스러울 때도 절망하지 않는단다.

시는 넘어져도 씩씩하게 훌훌 털고 일어나는 힘을 줄테니까,

시에서 얻은 힘만큼

네 사랑은 용감해지고, 인생은

깊어지고 풍요로워질 거야.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될 거라 확신한다.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맙다.

그리고 사랑해!




뭐든

예쁘게 포장해서

마음을 전달했던 사랑스러운 후배가

내 딸에게 엄마를 대신해 몇 년 전에

건넨 시집이다. 나연이는 도서관 독서모임에서 만났다.

함께 시도 쓰고 같이 논술교사로 활동했던 띠동갑 후배이다.

각별하게 지냈던 터라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해서

두 딸에게도 마치 이모처럼

지냈다.

큰 딸 생일에 케이크와

커피 그리고 시집을 선물했다.

엄마가 되어 딸에게 해 주지 못한

말을 후배가 메모해 준 것을 보니

한동안 만나지 못한

후배가 그립다.


내겐

너무 젊고 예쁜 수지야!

엄마가 되어도 인생은 고독하기도 하고

남편이 곁에 있어도 외롭기도 해

그래서 우린 시를 만들고

읽고 음미하나 봐

늘 책을 가까이하는

수지가 됐음......


알콩달콩 철들기 싫은 나연 이모가

(늘 케이크와 차 향기처럼 달콤하렴)



상처


조르주 상드


덤블 속에 가시가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꽃을 더듬는 내 손 거두지 않는다

덤불 속의 모든 꽃이 아름답진 않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꽃의 향기조차 맡을 수 없기에


꽃을 꺾기 위하여 가시에 찔리듯

사랑을 얻기 위해

내 영혼의 상처를 낸다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므로




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중략-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장미와 가시


김승희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 투성이었어


가시 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가 피겠구나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잇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러 퍼진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희망


루쉰


희망이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곳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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