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리뷰 - 처음처럼

다산북스 / 신경림 / 200page

by 신미영 sopia

이 시집의

저자 신경림은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동국대 영문과에서 수학했다.

우리 시대 존경받는 시인인 신경림 선생이

직접 뽑고 유려한 해설을 덧붙인

이 시집에는 주옥같은 50편의

한국 현대시가 담겨있다.

이 짧고 우수한 명시 선집은

우리 시를 널리 알리는 것을

목표로 편집되었다.




시로는

돈을 벌지도 못하고

쌀을 생산하지도 못하며 자동차도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돈을 벌고 쌀을

생산하고 자동차를 만드는 그 주체인 사람을 즐겁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들고 사람답게 만든다. 이 시집은 여러 작가들이 모은 시를

좀 더 읽히는 것을 목표로 편집되었다.

시 선정은 '소리 내어 읽고 싶은'이라는

수식 그대로 저자가 평소에 외고 있는

시들 중 자주 암송하는 것 중심으로

했다. 일단 좋은 시의 기준을

잘 외워지는 시'에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동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신경림 시인의 책머리에서 인용




문득 / 정호승


문득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성산포 앞바다는 잘 있는지

그때처럼

수평선 위로

당신하고

걷고 싶었어요


아주 단순한 시다. 그러나 이 단순한 표현 뒤에 아름답고 순결한 사랑의 밑그림이 도사리고 있다. 성산포 앞바다 그 수평선 위로 당신과 함께 걸었던 실루엣이 손에 잡힐 것만 같다.




장미 / 송욱


장미밭이다.

붉은 꽃잎 바로 옆에

푸른 잎이 우거져

가시도 햇살 받고

서슬이 푸르렀다

춤을 추리라,

벌거숭이 그대로

춤을 추리라

눈물에 씻기 운

발을 뻗고서

붉은 해가 지도록

춤을 추리라

장미밭이다

핏방울 지면

꽃잎이 먹고

푸른 잎을 두르고

기진하면은

가시마다

살이 묻은

꽃이 피리라


시는 뜻으로 읽지 않고 느낌으로 읽어야 할 때가 있다. 이 시 역시 느낌으로 읽어야 한다. 내용은 뜨거운 대낮에 핀 새빨간 장미와 짙푸른 잎이 전부지만, 무언가 강렬하고 치열하고 짙다. 원색적인 색채와 단음절로 끝나는 강렬한 리듬이 이 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여름 숲 / 장석남



저만치 여름 숲은 무모한 키로서 반성도 없이 섰다

반성이라고는 없는 녹음뿐이다

저만치 여름 숲은 성보다도 높이, 살림보다도 높이 섰다

비바람이 휘몰아쳐 오는 날이면 아무 대책 없이 짓눌리어

도망치다가

휘갈기는 몽둥이에 등뼈를 두들겨 맞듯이 휘어졌다가 겨우,

겨우 펴고 일어난다

그토록 맞아도

그대로 일어나 있다

진물이 흐르는 햇빛과 뼈를 익히는 더위 속에서도 서 있다

그대로 거느 릴 것 다 거느리고 날 죽이시오 하듯이

삶 전체로 전체를 커버한다 조금의 반성도 죄악이라는 듯이

묵묵하다

그건 도전이다

그래도 그 위에 울음이 예쁜 새를 허락한다

휘몰아치는 그 격랑 위의 작은 가지에도 새는 앉아서 운다

떠오르며 가라앉으며 아슬아슬하게 앉아

여름의 노래를 부른다

새는

졸아드는 고요 속에서도 여름 숲을 운다

성보다도 높이, 살림보다도 높이

여름을 운다


여름 숲의 싱싱하고 힘 있는 모습을 이렇게

싱싱하고 힘찬 가락으로 노래한 시가 과연 우리 시에 얼마나 있을까! "반성도 없이"

"날 죽이시오 하듯이!" "전체를 커버한다."

같은 어쩌면 비시적으로 여길 수 있는

표현이 시의 건강성을 돋움 새긴다.

소도구로 동원된 "울음이 예쁜 새"가

이 시의 결정적인 악센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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