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신미영 sopia
Jul 24. 2021
책 리뷰 -{ 세상의 질문 앞에 우리는 마주 앉아 }
열매 하나 출판 2021년 / 정한샘. 조요엘 / 206page
이 책은 한순간의 무모함으로 고단한 20대를 겪어서 두려움을 가진 엄마와 홈스쿨링을 통해 5년을 공부한 딸이 책 친구가 되어 서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각자의 책을 읽으며 인간에 대해, 삶에 대해, 세상에 대해 묻고 답한다. 엄마의 글에 혼계나 교훈 같은 건 없다. 함께 책을 읽어가는 친구로 책과 세상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들에 자신은 어떻게 찾아갔는지, 또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흔들리며 산다는 솔직한 자기 고백이 있을 뿐이다.
요엘은 어려서 두 달이나 빨리 나와서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고 머리에 피가 고여 있었다고 한다. 꿈에서 괴물이 나오면 도망가기 바빴던 그래서 어려부터 용기가 없었던 딸 요엘은 음악과 책이라면 책을 선택하고 책을 읽을 수 없다면 글을 쓰고 싶다고 한다. 요엘은 외출할 때도 책을 챙기고 밥 먹을 때도 책을 읽으며 되는지 묻는 정말 책을 좋아하는 아이다. 홈스쿨을 통해 공부를 했다. 홈스쿨링은 정말 많은 기회와 도움을 주었다. 책을 읽고 토론하고 시를 쓰고 다양한 문제를 담은 영화나 책을 보고 감상문을 썼다. 더디지만 글을 쓸수록 조금씩 실력이 느는 것 같았고, 글쓰기에 대한 즐거움도 쌓였다.
저자는 요엘과 어울려 놀기만 하다가 학교에 입학을 시켰다. 그 결과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하는 못하는 아이가 되었다. 그래서 맞춤법이 엉망인 아이의 일기를 교정해 주면서 짧은 생각을 적어 주며 교환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느리게 걸으며 서로를 응원하는 엄마와 딸이 책을 읽고 나눈 이야기를 담았다. 새로 읽은 책도 있고 다시 읽은 책도 있다. 좋은 문장을 쓰려고 노력했다기보다는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대화 속에서 흘려버렸던 아이의 마음을 글을 통해 알게 되기도 했고 그래서 운 날도 있었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분들도 어떤 계기로든 서로가 놓쳤던 마음들을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책방 여행은 일정 내내 즐거웠다. 오로지 책을 위한 여행이었다. 며칠 동안 책을 구경하고 고른 책을 사고 산 책을 읽으며 먹고 대화하고 놀았다. 책을 읽다가 산책을 하고, 느리게 걷고 숙소로 들어와 읽은 책에 관해 이야기하다 잠들며 행복했다. 여행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책만 읽어도 별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세상의 시끄러운 속에서도 평온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원하는 대로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웃고, 최대한 논다. 관계에 대하여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그리고 자신에 대하여 긴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때로는 가보지 않은 곳들과 해보지 않은 것들을 상상한다.
딸 저자는 요엘은 나니아 연대기를 엄마가 매일 한쪽씩 읽어주자 아쉬워 어느 날 혼자 다 읽어버렸다고 한다. 책은 많은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책은 우리에게 새롭고 귀한 사실을 알려주고 넓은 상상력과 귀한 사실을 알려주고, 넓은 상상력을 갖게 해 준다. 책이 여행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은 것처럼 어쩌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 그렇다. 책은 삶을 살아가는 원천이 되어준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것처럼 그 자체로 즐거움이 된다. 그러나 가끔은 세상의 속도와 가까운 이들의 불안에 영향을 받아 불안해지고 두려워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저자가 아이의 책 읽는 모습에서 배우며, 아이의 글에 감동받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를 완성하는 것은 책 읽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 속에서 비로소 세상을 만났다. 적절한 시기에 필요했던 문장들이 쓰인 글을 통해 위로를 받고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저자는 독서의 의미와 진정한 가치를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를 위해 온전히 헌신하며 깨달았다. 우리는 계속해서 함께 책을 읽을 것이다. 책 읽기를 교육의 한 도구로 생각하지 않으며 어떠한 지점에 이르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에게도 책이 어떤 순간이든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로 존재하기를 바랄 뿐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마주 앉아 책을 함께 읽었다고 말해 주길 바란다.
요엘은 이 책을 쓰기 직전에 초졸 검정고시를 봤다. 중학교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려고 시험을 본 것이다. 결과가 나온 뒤 몇 번의 가족회의를 거치며 중등 과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했다. 한 달여 고민한 끝에 중등과정도 학교 밖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지금 자신이 즐거워하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작년 겨울에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서 문학 모임에 등록해 주었다. 편견을 갖지 않고 살아가는 세상을 기대한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고 조건으로 구분 짓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편견 때문에 고통을 받거나 정당하지 못한 이유로 따돌림 상황에서 움츠려 들지 않고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살아야겠다.
저자는 딸에게 여러 번 길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혹 그렇더라도 가고 깊은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디딜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 길을 만들기 위해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 마음을 흔드는 말들로 딸의 의지가 꺾여 원치 않는 길을 택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걷고 만들어 갈 길 위에는 어려움만큼 충만한 성취감과 행복도 따르기를 바라며, 혹시나 선택의 순간에 부모가 돼서 딸을 마음을 흔들어 놓지 않기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