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신미영 sopia
Aug 31. 2021
책 리뷰 - { 짧게 잘 쓰는 법 }
교유 서가 /벌린 클링 켄 보그 /263page
<짧게 잘 쓰는 법> 책은 짧은 문장으로 익히는 글쓰기의 기본 번역서이다. 2020년 8월 발행되었으며 1달 만에 3쇄를 찍은 인기 있는 글쓰기 책이다. 저자는 <뉴욕 타임스> 편집인 벌린 클링 켄 보그이다. 그는 자신의 농장에 관해 기고한 글을 모아 <전원생활>과 <단순하지만 충만한 나의 전원생활>을 출간했다. 책의 구성은 글쓰기에 관한 짧은 문장들, 산문 몇 편과 질문들, 실전문제로 되어 있다. 글의 내용이 짤막하게 되어 있다. 읽기 편하고 내용도 쏙 들어온다. 다만 번역서이기에 전달력이 다소 부족하다.
어째서 글을 짧게 쓰는 게 좋을까? 문장이 짧으면 의도가 잘 전달되고 접속어가 필요 없다. 문장의 의미가 뚜렷해져 파악하기가 쉽다. 주어와 동사가 단도직입적이고 명료해진다. 관계 대명사나 종속절과 같이 긴 문장을 만드는 주된 요소들과 전치사, 수동 구분, 종속 어구와 같이 부차적인 요소들을 덜어 낼 수 있다. 단문을 쓰다 보면 길이에 상관없이 강력하고 균형 잡힌 문장을 쓸 수 있게 된다. 두세 문장이 어우러져 생성하는 리듬감, 소리와 울림의 리듬감뿐 아니라 배열에서 나오는 리듬감, 문장과 단어의 배치를 통해 의미를 강화하고 억양을 터득하자.
얼마나 짧아야 할까? 문장을 짧게 유지하는 방법은 되도록 문장 사이의 공간을 비워두는 것이다. 대부분의 문장에는 서두나 마무리가 필요 없다. 단문을 쓰려면 불필요한 단어를 모두 없애야 한다. 우리의 경험이 바뀔수록 필요성의 개념도 바뀔 것이다. 단어를 하나씩 지우면서 무엇을 잃거나 얻게 되는지 확인해야만 꼭 필요한 단어를 결정할 수 있다. 단어를 지울 때마다 문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눈여겨보고 변화를 감지하면 되는 것이다. 그 단어가 없어도 좋은 문장과 그렇지 않은 문장을 비교해 보고 관련 없는 단어나 문구, 절을 지우면 공간이 생긴다. 문장이 길수록 밀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암시의 글쓰기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 중의 하나다.
작가의 일은 문장을 만드는 일이다. 그것은 끊임없이 문장을 고르고, 꾸준히 가능성을 탐구하는 일이다. 말할 수 있게 된 가능성을 항상 주시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작가가 하는 일이다. 모든 것은 문장이 명료해질 때 비로소 분명해지게 마련이다. 나름의 시각과 지각을 갖게 되면 배열의 원리를 인식하기가 쉬워진다. 글을 잘 쓰고 읽으려면 문장에 표현된 세부사항에 집중해야 한다. 세부 사항의 양과 종류는 우리의 감식안에 달려 있다. 문장은 그 자체로 리듬이 있는데 빠르거나 느리다. 문장은 독자를 알아보는데 잠시 쉬어가게 하고 세계를 새로 재건축하기도 한다. 우리는 문장의 이런 특징들을 조합하는 큐레이터이다.
글은 작가의 선택이 만드는 생명체와 같다. 그 결정들을 곱씹어 보고 문장 하나하나가 쓰인 이유를 추론해 본다. 왜 이렇게 되어야 했는지, 왜 이런 단어와 문구 그리고 리듬인지 생각해 본다. 이런 질문은 글의 형태를 파악하는데 도움과 효과를 느끼는데 중요하다. 작가는 각 문장의, 형태를 선택하고 한 문장이 다른 문장을 형성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작가로서 글을 읽는 방법이다. 문장 하나하나에 내재되어 있는 결정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읽는 것. 논리 전개는 신중해야 한다. 문장과 단락을 이어주는 연결과 논리 전개 결과물은 전달력을 위해 반드시 버려야 한다. 짧은 문장들 사이에서 느끼는 허전함은 대개 논리 전개와 연결의 기능이 사라진 자리 때문이다. 하나의 장황한 문장은 자기밖에 관계할 대상이 없다. 문장 내부에서의 무기력한 교감만이 가능할 뿐이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권위를 부여하는 행위의 연속이다. 자신만이 스스로에게 권위를 부여할 수 있다. 글을 잘 씀으로써, 끊임없는 발견을 통해서 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알아차린 것에 신경 쓰지 않도록 배웠다. 그래서 본인의 흥미가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또한 사람들은 세상이 완벽하게 알려져 있고, 가지런히 분류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들은 흔히 순식간의 관찰과 찰나의 경험을 되도록 글감으로 바꾸려는 충동에 사로 잡힌다. 알아차리는 것을 연습하는 방식으로 문장을 만들 수 있다. 머릿속에 문구를 떠올리고 그것에 담긴 가능성을 살펴보고, 그런 다음 꺼내놓아서, 단지 안에 보관하듯 정형화된 문장들로 묶어 두지 말고 사라지게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알아차릴 것들은 있고 몇 개쯤 버려도 문장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할까? 우선 관심 가는 문장을 찾는다. 글 전체의 첫 문장이 될만한 것으로 한다. 첫 문장은 다음 문장을 터주도록 역할이면 된다. 문장은 쓰지 말고 우선 만족스러울 때까지 상상한다. 개요를 짜지 말고 자료조사, 독서, 알아차리기, 취재, 여행, 주목하기, 기록을 해본다. 무엇보다 관심과 생각한 것을 기록한다. 문장을 만들면서 또 고치면서 각 문장에 힘을 쏟아본다. 토시 하나까지 바꾸거나 작은 단위에서 시작해 큰 단위로 올라가며 고치고 쓴다. 글쓰기는 지각을 배열하는 기술이다. 다만 많은 경우에 작가가 발견한 것에 맞춤한 형식으로 한다. 글쓰기는 타고난 소질이 아니라 기술이다. 문장이 좋아질수록 자기만의 권위가 언어 속에 굳건히 뿌리를 내릴 것이다. 글쓰기의 목적은 존재하는 세상을 증명하며 사물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있는 그대로 입증하는 것이다.
퇴고는 이렇게 하면 된다. 되도록 간결하게 단어를 덜어 낸다. 되도록 직접적으로 얼버무리거나 에두르는 표현은 삼간다. 단순하게 복잡한 구조와 어려운 단어는 피하고, 명료하게 매 순간 모호함을 경계한다. 글 전체가 리듬감을 갖게 하고 불분명한 수사를 고쳐 쓴다. 암시를 활용하여 문장이 침묵으로 말하게 한다. 되도록 변화를 통해 항상 명심하고 과묵하게 늘어놓으면 안 된다. 세상을 향해 자신만의 세상을 발견하며 개입함으로써 굳건한 권위를 토대로 정리한다.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읽기를 멈추지 말라는 것이다. 좋은 문장으로 말할 줄 알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을 말하면 된다. 행간을 읽어내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