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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Sep 07. 2021

책 리뷰 - {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

김수현 글. 그림/ 다산북스 /293page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책을 둘러봤다.

대여 선택을 하고 보니 책 표지 대부분 디자인이 단조롭다. 특히 <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책은 연노랑 바탕에 작은 무늬 벽지 같다. 그리고 귀여운 캐릭터에 작은 글씨가 마음에 들었다.

책 제목처럼  저자가 그린 그림과 세로의 제목이 애쓰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보였다. 이 책은 2020년 5월에 발행하여 일 년이 지난 2021년에 36쇄를 발행했다. 총 6장으로 56편의 꼭지로 구성되었다. 시간이 될 때마다 아무 때나 어느 장소에서 읽어도 부담 없이 편안하게 읽히기 좋은 책이다.


책 간간이 저자의  짧은 메시지와 그림이 조화롭고 여유가 있다. 선이 적당하면서 정감 가는 그림으로 글과 잘 어울린다. 저자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살아가며 좀 더 유연하고 단단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주변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살려는 저자의 행동수정과 마음가짐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살다 보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상대가 생각하는 게 많이 다름을 알게 된다. 잘못된 점을 인정하는 게 불편했지만 행동을 돌아보면서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려면 불안전함을 안고 살아가야 하며 균형을 찾아야 했다. 여전히 관계에 자신은 없지만 조금 덜 애쓰게 되었고, 조금 더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로 살기로 한 우리의 넥스트 스텝은

         '나를 지키기 위한 관계 맺기'다


글 중에 몇 편을 소개한다.

저자는 활달한 사람임에도 첫 만남에서 낯을 가려 말이 없다 보면 얌전한 사람이라고 상대방이 생각한다. 그러면 계속 그 이미지를 유지해야 해서 불편했다. 낯가림으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의식적으로 긴장하지 않는 척해야 했다. 그래서 집에서부터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되면서 낯가림도 개선이 되었다. 낯을 가린다는 것은 낯선 상황에 움츠려 들고 긴장이 되어서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거다. 발표나 면접을 연습하다 보면 좋아지는 것처럼 긴장을 푸는 사회화 훈련으로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원래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이 억지로 밝은 척하면 자신을 위장하는 일이라 자신도 상대도 불편해진다. 다른 사람인 척 애쓰지 않아도 자신을 사랑할 이유는 수없이 많다. 대신 긴장 풀고 관계에 진심 보이며 편안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저자가 친구와 영화를 봤다.

신선하고 속도감이 느껴져 취향저격을 당한 영화라서 다들 좋아하는 걸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라서 악평이 도무지 공감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에 다른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지루했다. 그래서 리뷰를 보게 되었는데 열에 여덟은 호평이었고 나머지 둘은 악평이었다. 똑같은 영화를 봐도 사람마다 감상이 다르고, 어느 정도의 부정적인 평가는 기본값으로 존재하게 됨을 알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미움을 받지 않고 싶다는 바람을 품지만 모두가 좋아할 수 없듯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 되려 애써도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그러니 우리에게 상처 주는 목소리가 아닌 우리를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저자의 강연이 끝나고 어떤 독자가 찾아온 적이 있었다. 낮은 자존감과 우울증으로 힘들었다는 그녀는 자신의 책에 메모를 부탁했다. '충분히 예쁘다 '라고 적어 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게 선뜻해줬다. 그녀는 충분히 예뻤고, 그런 말을 해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타인의 칭찬과 따뜻한 시선을 통해 자존감이 회복되는 듯한 착각을 느꼈을 것이다. 자존감이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는 마음이라 착각하곤 하지만, 자존감은 특별하지 않더라도 그런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예쁘지 않으면 어떤가. 특별하지 않으면 어떤가. 사람은 누구나 열등감과 무력감, 초라함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는 자체로 온전하며 각자의 삶은 여전히 소중하다.


아닌 건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성격 때문에 고민이라는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교수님이 수업에 늦으면 설명과 사과를 요구할 만큼 깐깐했다. 본인은 정당한 이야기를 한 것뿐인데 취업이 잘 안 되는 것 같고, 주변에서 성격을 고치라고 하니 고민이 된다. 이런 성격을 가진 인물이 등장할 때는 속 시원한데 막상 현실에서는 불편하다고 느낀다. 단호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은 정의의 사도가 될 수 있지만 조금은 상대를 배려하며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을 익혀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습관처럼 굳어진 대처 방식의 자동조절 장치를 멈추어야 한다. 자신에게 섣부른 꼬리표를 붙이지도 전혀 다른 사람이 되려 애쓰지도 말자. 변화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아닌 삶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책이 사랑을 받자 저자는 친구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고 이것저것 챙겨 주고 싶었다. 그러다 혹시나 책이 잘돼서 잘난 척한다고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럼 밥 같은 건 사지 말고 내색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혹시 책도 잘됐는데 엄살을 떤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됐다. 몇 달 동안 실제로 이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다. 자신이 흐려지면 안 된다고 말해 왔음에도 타인의 마음을 염려하느라 내가 흐려지고 있는 걸 잊고 있었다. 결코 타인의 마음을 통제할 수 없다는 진실. 아무리 노력해도 관계는 완벽할 수 없다는 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세상에는 아무리 애써도 안 맞는 사람이 존재하고 어처구니없는 오해가 생길 때도 있다. 의도치 않게 적이 생길지도 모르며 때론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관계가 어그러지기도 한다. 인간관계에 완벽한 답은 없다.


상대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착각은 거절이나 불쾌감을 예방할 수 있을 거라는 안도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실재하지 않았던 갈등을 스스로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 비현실적인 드라마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과거의 편향을 단 번에 무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신경가소성이라는 게 있어서 노력 여하에 따라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다. 새로운 길을 만들려면 어디까지나 추측임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카페 직원이 손님을 미안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손걸레로 닦는 퍼포먼스를 벌였다면 그는 그저 스스로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일 뿐이고, 상대의 노력을 가상하게 여겨 조금 더 미안함을 느끼면 그만이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볼 필요가 없듯이 상대의 속마음을 알 필요가 없다. 그건 상대가 아닌 자신이 만든 허상일 뿐이다.


과거보다 월등히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이나 조울증 같은 기분장애에 시달린다. 많은 학자들은 그 원인 중 하나를 현대사회의 불확실성으로 설명한다. 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불안장애에 시달리고 있을까? 저자는 우리가 마치 전체 동의 사이에 끼어있던 광고 수신 동의처럼 우리도 모르는 사이, 불안에 동의하고 있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너무 많은 정보는 우리의 마음을 예민하게 만들고 불안에 탈진하게 한다. 어떻게 해야 예민함과 불안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적당히 피해 가며 마음이 무리하지 않게 조절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실시간 이슈를 확인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바라보는 것으로 물드는 법이다. 마음과 힘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 힘쓰지 말고,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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