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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Feb 11. 2022

넷플릭스 영화  - 《 아빠의 바이올린 》

터키 2022년 제작 / 감독-안닥 하즈네다로글루 / 111분

내용 스포일러 포함 주의


요즘 넷플릭스에 푹 빠져 산다. 보고 싶은 영화가 무척이나 많고,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워낙에 영화를 좋아해서다. 아쉬운 건 리뷰를 공유해도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 때문에 갑자기 스마트 TV로 바꿨지만 정말 잘한 것 같다. 엄마의 마음을 알고 TV를 선뜻 사준 두 딸에게 진심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영화는 오리지널 넷플릭스에서 만든 터키의 영화다. (안다고 하즈네다로글루)의 여성 감독으로 음악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알리 라자는 길거리에서 8살 딸과 동료 세 사람과 같이 노래를 부르며 연주를 한다. 딸이 모인 사람들에게 큰소리를 외치며 박수와 돈을 받는다. 불법이라서 그들은 경찰에 쫓기며 생활하는 거리의 악사들로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반면에 동생 마히르는 연주 여행을 마치고 귀국했다. 현재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공연하며 귀한 대접을 받으며 전석 매진을 자랑한다. 그는 이태리에서 음악을 전공한 수재로 박수갈채를 받으며 살아간다. 바이올린을 연주하지만 딸을 키우며 경찰에 쫓기는 생활을 하는 형, 국민의 주목을 받으며 박수갈채를 박는 동생의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마히르의 바이올린 연주가 현란하고 멋지다. 객석은 꽉 찼고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나오자마자 다른 공연에도 섭외된다. 항상 잘하고 최고가 되려고 노력했다. 마히르는 형의 모습을 목격하고 아내 수나를 먼저 집에 보냈다. 형은 인사를 나누며 어릴 적 둘이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마히르는 같은 사진을 갖고 있었지만 찢어버렸다고 했다. 그는 서랍에 잘 보관하고 있었다. 형과 단절하고 싶어 그렇게 말했다는 생각이 든다. 연주하는 동생을 자랑스러워하면서 조카 오즐렘을 맡기려 한다. 32년 동안 헤어졌던 형이 갑자기 나타나 조카를 맡기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은 형에게 버려졌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오즐렘과 라자

형 라자(오)와 동생 마히르(왼)


형은 앞으로 얼마 살지 못한다면서 오즐렘이 혼자 남겨지는 거에 절망했다. 그래서 딸을 동생이 돌보았으면 했던 것인데 거절당했다. 마히르는 내겐 형도 조카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마히르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어서 그런지 집은 호화저택이다. 그의 몸에도 흉터가 많다. 마히르는 수나에게 형의 얘기를 꺼낸다. 어릴 때 버렸던 날의 순간처럼 형이 자신을 쳐다봤다고 했다. 그는 형의 이야기를 하면서 침대에 엎드려 밀려오는 슬픔을 참는 듯했다. 거리의 악사들과 늦은 밤에 연주를 마치고 돌아오던 형 라자는 쓰러졌다. 각혈을 하였고 오즐렘은 그 모습을 보고 울었다. 라자는 서러운 죽음을 맞이할 때,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오즐렘에게 영혼으로 들려주었다. 아빠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마음과 오즐렘이 험한 세상에서 잘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여자 주인공 곁을 떠나지 못했던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라자의 죽음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네가 숨 쉴 때마다 나도 그럴 거야,  

바람이 불 때마다 네 머리를 쓰다듬어 줄게

비가 올 때마다 네 볼에 키스할 거야

네가 땅을 걸을 때마다 네 손을 잡아 줄게  

네가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마다 네 어깨에 머리를 기댈 거야

항상 네 소리를 들을 거야

네가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마다 내가 들어줄게

나한테 말해, 절대 조용해지지 마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사회복지국에서 혼자 남게 된 오즐렘을 데려갔다. 공연하는 거리악사들은 오즐렘을 돌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키울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그래서 동생 마히르를 찾아가 형의 죽음을 알리고 조카를 부탁했다. 형제이기 때문에 양육권으로 맡아주면 한 달 정도 후에 데려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히르는 그들도 자신도 키울 수 없음을 짐작하고 거절한다. 수나는 아빠 잃은 아이에게 지인까지 잃게 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마히르는 거리의 악사들은 키울 수 없기에 보육원에서 맡기는 게 낫다고 했다. 대형 콘서트를 앞둔 마히르는 신경이 예민하다. 아이 문제에 단호한 그에게 수나는 음악보다 중요한 건 조카라고 했다. 마히르는 고민 끝에 오즐렘을 데리고 온다.

 거리악사들과 마히르


복지원에서는 키울 환경이나 모든 상황이 적절한 지 절차상 집으로 방문할 거라고 했다. 후견인은 조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수나는 아직 서먹해하는 오즐렘을 설득해서 집안으로 데려온다. 마히르는 공연 연습에 바쁘고 세심한 수나가 오즐렘을 잠자리에 뉘인다. 한밤중 집을 나가려던 오즐렘으로 인해 경보가 울린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복지원에 데려다 주기로 합의를 본다. 수나와 오즐렘은 친숙하게 지내는데 마히르는 그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다. 복지원에서 전화가 왔을 때 수나는 마히르의 의견을 무시하고 오즐렘을 키우기로 결정했다고 말해 버린다.

수나와 마히르


마히르와 수나는 결혼 14년째인데 자녀가 없다. 서로 원하는 시기가 달랐고 같이 원할 때는 하느님이 주시지 않았다. 연주회 공연이 끝나고 식사자리에서 수나가 오즐렘 손을 씻기러 간 사이 복지 센터장이 마히르에게 왔다. 키우기로 한 것을 잘했다며 절차는 처리해 준다고 했다. 마히르는 수나에게 자신의 뒤통수를 쳤다면서 아이를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수나도 음악을 전공한 수재이다. 피아노를 그만둔 건 그의 삶에 맞춰 살았기 때문이다. 늘 그의 그늘에서 있는 게 좋지만은 않았다. 그런 수나에게 마히르는 자존심을 건드는 말을 잇따라했다. 아이는 단지 수나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기 위해서라는 말을 해서 그녀를 가슴 아프게 했다.


이때 격정적인 음악이 흐른다. 참던 수나는 울면서 가방을 싸서 나가 버린다. 마히르는 집에 혼자 둘 수 없는 오즐렘을 데리고 다닌다. 오즐렘은 자판기에 먹을 것을 사려고 공연 후 돈을 받았지만 뜯기기도 한다. 자신의 일에 철두 철미한 마히르가 꼬마 눈에는 많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살갑게 해 주지도 않았고 사무적으로만 대하는 그의 모습에 말을 붙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즐렘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마히르에게 돈을 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을 열고 이제는 전에 아빠와 새벽까지 공연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마히르는 직접 작사한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즐렘은 작은 아빠도 상처가 정말 많다고 했다. 마히르는 만지면 아프지 않지만 생각할 때 상처가 아프다고 했다. 마히르의 마음을 알고 오즐렘은 마히르에게 길거리 공연하는 곳에 같이 간다. 연주하며 반가워하는 그들과 같이 자리에 앉아 함께 한다. 오즐렘이 춤추며 사람들에게 돈을 받다가 경찰에 또 쫓긴다. 마히르는 뛰면서 형의 삶을 조금 이해하는 듯했다. 마히르는 오즐렘을 복지 담당자에게 데려다 줄거라 했다. 그러나 복지 아동국으로 갔지만 들여보내고 싶지 않아서 다시 데려온다. 차츰 오즐렘과의 생활에 적응해간다. 그러나 전화통화에서 자신을 사회 복지국으로 보낼 생각을 눈치챈 오즐렘은 집을 뛰쳐나간다. 거리 악사들과 같이 오즐렘을 찾았다. 한숨을 돌린 마히르는 오즐렘이 바이올린을 잘 켠다고 칭찬했다. 아빠가 살아 계실 때 자신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마히르와 오즐렘


"모든 게 멜로디야, 사람을 보는 법을 알면 그 멜로디를 들을 수 있어".  


마히르는 어릴 적 자신이 살던 집에서 형과의 추억을 떠올려 본다. 새아빠에게 바이올린 줄로 맞던 아픈 기억이 생각났다. 엄마는 무시하고 술을 마셨으며 외면했다. 새아빠는 미친놈 같이 매를 들고 살았다. 둘은 도망가자고 항구에 갔지만 돈이 없어 동생만 이태리 가는 배에 태워 보냈다. 마히르는 이사실을 몰랐었다. 아빠는 오즐렘에게 돈이 없어 같이 못 갔다는 말을 자주 했다. 게다가 마히르가 활동했던 모습을 보물처럼 스크랩해 놓은 것을 보게 된다. 그동안 자신이 형을 오해했음을 알아 차리고 오열한다. 여기서 마히르는 가족의 사랑을 발견했다. 정을 느끼게 되고 다시 가정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서 수나를 찾아간다. 마히르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용서를 청했다. 이때 바이올린을 켜고 오즐렘이 나타나자 수나의 마음은 그대로 해제된다.


"난 정말 바보야. 나 외에는 아무도 못 봤어.

눈이 멀어서 당신조차도 못 봤어.

가족이 되는 데 실패했어.

알고 보니... 가족이 되는 데는 사랑과 보살핌

헌신과 희생이 필요하더라고.

가족은 서로 다른 음으로 이루어진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야."


마히르는 작곡한 멜로디를 들려주며 수나에게 이번 공연에 피아노 연주를 제안한다. 연습하는 시간에 오즐렘이 자판기에서 땅콩이 든 과자를 샀다. 음악은 점점 고조되어 가고 오즐렘이 연습하는 무대에서 쓰러졌다. 땅콩 알레르기였다. 담당자는 아이를 책임지지 못했기 때문에 주 정부에서 맡을 거라고 했다. 견과류 알레르기는 서류에 적혀 있었지만 관심 밖이라서 알지 못했다. 그런데 깨어난 오즐렘이 작은 아빠를 찾았다. 마히르는 바이올린에 이니셜을 새겨준다. 오즐렘은 사회 복지국으로 갔다.


마히르와 수나는 연주로 바쁘다. 그래서 공연 후에 오즐렘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다. 수나는 정열적인 빨강 드레스를 입었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그녀는 붉은 드레스와 함께 긴장감과 설렘이 가득했다. 그런데 복지국에서 오즐렘이 없어졌다고 연락 왔다. 바로 공연하는 상황에서 마히르가 오즐렘을 찾아 나선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오즐렘을 사랑하게 되었다. 드디어 만났고 앞으로는 절대 널 안 보낸다며 공연장으로 달려갔다. 연주회가 막판으로 치달을 때 마히르와 오즐렘이 악기를 준비하고 나타났다. 둘은 마음을 맞춰 신나게 연주했다. 모두가 기립해서 일치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공연은 끝났다.

공연하는 마히르와 오즐렘


영화는 내용이 전개되는 내내 음악이 함께 했다. 그래서 영화가 더 감동스럽게 다가왔다. 느린 음악과 빠른 음악을 적절히 사용했고 귀에 익숙한 멜로디라 듣기 좋았다. 새아빠에게 채찍으로 맞으며 둘이 도망가자고 했을 때 동생만 이태리에 보낸 이유가 후반부에 나올 때 그냥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 그동안 줄곧 형이 자신을 버렸다고 믿으며 오로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살아왔던 그가 형의 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마히르 남자의 눈에서 눈물을 흘릴 때 같이 눈물을 흘렸다. 한 번도 제대로 된 가정에서 성장하지 못했던 마히르에게 형이 갑자기 찾아와 조카를 맡긴다고 했을 때 그는 거부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즐렘을 몇 번이나 생각해서 차라리 복지원에서 키우자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거리악사들이 오즐렘을 사랑하는 끈끈한 정과 수나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형이 자신에게 해 주었던 진심을 통해 그는 가족애를 느끼게 되었다. 여기에는 음악이 한몫했다고 보인다.


터키의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데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보게 되었다. 2022년 1월에 출시되었으니 얼마 되지는 않았다. 처음 보면서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터키 영화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어떤 영화를 봐도 괜찮을 듯했다. 영화를 보고 전체적인 내용이나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진 영화가 상당히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어느 한 곳에 크게 묶이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내용이 흘러갔다.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볼만했다. 주인공 마히르의 눈빛 연기와 연주도 일품이었다. 8살짜리 오즐렘의 말솜씨와 춤도 탁월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오렌지 빛깔의 긴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라자의 커다란 눈망울이 애처롭고 수나가 마지막에 입었던 빨간 드레스가 무척이나 강렬했다. 그리고 거리에서 공연하는 거리의 악사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터키의 아름다운 거리의 모습과 경치들을 볼 수 있는 건 덤이다. 이영화는 가족이 함께 보면 좋다. 음악으로 일치되는 순간들을 맛보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것이다.

https://youtu.be/WS7jRCNGK9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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