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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Mar 01. 2022

책 리뷰 - { 책은 도끼다 }

주) 북하우스 -2011년 10월 / 박웅현 / 324page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은 대학에서 신문 방송학을, 대학원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제일기획에서 광고일을 시작해 지금은 광고홍보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인문학적 감수성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의 광고를 주로 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넥타이는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등의 카피들이다. <책은 도끼다>는 박웅현의 인문학 강독을 2011년에 책으로 엮었다. 그는 저자의 말에서 1904년 카프카의 <변신>의 문장을 인용했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트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이문장에 영감을 얻어 <책은 도끼다>를 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2021년 12월 10주년 기념판으로 블랙 에디션이 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박웅현은 자신이 그동안 책을 읽으며 자신 안에 얼음을 깨던 도끼질의 흔적을 공유하고 싶었다. 2011년 경기 창조학교 프로그램 일환으로 자신이 강독회를 진행하게 되면서 삼주마다 한 번씩 만나게 되었다. 냉정한 겨울에서 찬란한 봄을 거쳐 맹렬한 초여름까지, 박웅현의 도끼였던 책들과 그의 독법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어차피 독법에 정답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 그저 저자 자신의 독법일 뿐이라고 고백한다. 저자의 개인적인 감상과 선호에 머무르지 않고, 그는 텍스트, 문맥 등을 포함해 책 속에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밖으로 꺼낸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마주하게 한다. 박웅현 작가나 김훈 작가의 책 속에는 별처럼 빛나는 문장들이 많다. 그래서 적어두고 싶은 문장들이 많아서 좋다. 저자는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깊이 있게 읽는 것이 중요하며, 각자 사고와 태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책 읽기를 권한다.


박웅현이 강독을 이렇게 묶어내는 이유는 다른 책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저자가 책 안에 소개한 도끼였던 책들도 팔아보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노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공유의 본능으로 자신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던 것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박웅현은 당시 년간 독서량이 30권~40권 정도 되기 때문에 사실 많지 않았다. 강의 모태가 되었던 것은 딸과 함께한 논술 수업을 하게 되면서부터다. 딸과 친구들을 모아 저자가 읽었던 책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더니 좋아했다. 그러면서 인문학 강의를 구성하게 되었고 문득 다른 사람들에게도 저자에게 울림을 준 책들을 소개해서 책 읽는 즐거움을 전해 주고 싶었다. 김훈을 왜 좋아하는지, 알랭 드 보통에 왜 빠지는지, 고은 시가 왜 황홀한지, 실존주의 성향이 짙은 지중해풍의 김화영, 알베르 까뮈, 장 그르니에, 니코스 카잔 차 카스에 왜 전율하는지 울림을 주었던 책들에 대해 전해 주고 싶었다. 아무리 이길 수 없는 '시간'이라는 시련을 견뎌낸 고전들의 훌륭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였다.




김훈은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로 활동을 했으며 47세에 등단을 했다. 2001년 <칼의 노래>로 동인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읽어서 김훈의 대표작이 되었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은 1999년에서 2년간 우리나라를 자전거를 타고 돌면서 메모한 것들을 책으로 엮었다. 박웅현은 김훈의 묘사력이 미쳤다고 할 만큼 표현에 반한다. 겨울에는 봄의 길들을 떠올릴 수 없었고, 봄에는 겨울의 길들이 믿어지지 않는다. 동백꽃의 표현에 기억에 남는 표현을 살펴보면 동백꽃은 해안선을 가득 메우고도 군집으로서의 현란한 힘을 이루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한송이의 개별자로서 제각기 피어나고 제각기 떨어지고, 죽을 때 주접스러운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동백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추락해 버린다고 표현했다.


김훈은 산수유와 목련에 대해서도 기가 막힌 표현들을 했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으로 피어나며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는 문장도 감동적이다. 목련에 대해서는 등을 켜듯이 피어난다고 했다. 목련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의 암처럼, 그 꽃은 죽음을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적어두고 싶은 문장들이 태반이다. 된장에서 발견한 냉이는 삼각 치정관계라고 했다. 된장은 냉이의 비밀을 국물 속으로 끌어내면서 냉이는 냉이대로 온전하게 남겨 둔다고 했다. 봄에 땅이 부푸는 사태는 음악에 가깝다. 겨울 밭에서 나는 보리는 초봄 흙들의 난만한 들뜸의 질색이다. 한참 자라날 무렵에 헐거워진 흙들이 꼭 껴안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흙을 이해하는 농부는 봄볕이 두터워지면 식구들을 모두 보리밭으로 나와서 흙을 밟아준다. 정말 봄이 되면 이런 광경들을 자주 목격했던 것 같다.


자전거 여행에서 무릎을 치게 하는 구절들이 정말 많다. 김훈을 좋아하는 이유다. 그중에 몇 가지를 적어본다. '국한 모금이 몸과 마음속에 새로운 천지를 열어 주었다'라던가 '색은 그야말로 겨우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여리고 애달프다'나 '이 여린 것들이 언 땅을 뚫고 가장 먼저 언 땅을 뚫고 가장 먼저 이 세상에 엽록소를 내민다'도 좋았다. 또 이런 표현은 얼마나 상큼한가? '미나리는 발랄하고 선명하다'. 대나무에 대한 예찬도 있다. 대나무의 삶은 두꺼워지는 삶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삶이다.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고 자리가 비어 있다. 자작나무 숲을 보면서 경탄하는 김훈의 모습이 그려진다. 자작나무의 표현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5월의 산에서 자지러지게 기뻐하는 숲은 자작나무 숲이다. 하얀 나뭇가지에서 파스텔톤의 연두색 새잎들이 돋아날 때 온산에 푸른 축복이 넘친다. 잘 웃는 여자를 비대기도 하고 빛들이 모여사는 숲과도 같다고 표현한다.

<책은 도끼다>를 읽으며 메모했던 내용




알랭 드 보통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더 이상 '나는 누구인가'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그보다 '나는 상대에게 누구인가'가 중요해진다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사실 진정한 자아라는 것은 같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와의 관계없이 동일성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랑에 있어서는 이게 잘 안된다고 했다. 유난히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만큼은 내가 아닌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게 중요하지 않고, 저 사람이 좋아해 줄까'가 중요해진다. 관점이 모두 상대로 돌아서는 것이 사랑인 것이다.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은 이런 말을 남긴다.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장 유혹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라고 말이다. 책을 많이 읽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들은 촉수가 민감해진다. 자신만의 감수성이 예민하게 되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2011년 당시 사십 대 초반이 된 작가이지만 우리들에게 소설, 에세이, 평론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통해 익숙한 이름이다. 박웅현은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었다. 그가 27살에 집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친구가 미쳤구나' 생각했다. 대체 어떤 교육을 받았길래 이십 대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미치지 않고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이 강렬한 느낌을 주었던 것은 바로 '통찰'때문이었다. 알랭 드 보통은 사랑할 때 우리가 하는 생각, 감정, 행동 같은 것들을 낱낱이 분해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부분 때문에 사랑하게 되는지, 사랑을 할 때 어떤 행동을 왜 하는지, 왜 지쳐가는지, 등에 대해 아주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는데, 그것은 사랑을 꿰뚫는 대단한 통찰이기 때문이다.


박웅현 저자는 알랭 드 보통의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문학 평론서를 소개했다. 프루스트의 입문서인데, 글을 통해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법, 자신을 위한 독서법, 여유 있게 사는 법, 훌륭하게 고통을 견디는 법, 감정을 표현하는 법,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일상에 눈 뜨는 법, 행복을 사랑하는 법, 책을 치워 버리는 법등을 알려 준다. 이중에 박웅현은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법들에 대해 안내했다. 우리는 죽음에 임박했을 때 갑자기 삶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고 한다. 만약에 삶에 목적이 없는 것이었다면 갑자기 죽음에 이르러서 좋아질 리가 없다. 그런데 왜 삶이 좋아지느냐, 그건 동일한 삶인데도 내가 더 이상 못 산다는 것 때문에 좋아진다는 이야기다. 흥미를 잃는 삶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일상적인 태도의 의미이다. 우리가 시간을 잃어버리는 증거는 평소에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생활하는 거라고 한다. 알랭 드 보통은 삶을 낭비하지 말고 삶에 대해 감사하며 현재의 순간순간을 모두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세하지만 중요한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는 책을 읽으면 이런 효과가 있다. 우리는 그 책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계속하면서, 작가가 우리가 다니는 회사가 있었다면 정확히 반응했을 그것들에 주목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조용하다고 생각했던 방에 라디오를 들고 들어온 후에, 조용함이란 오직 특정한 주파수에만 존재하는 것이며, 사실은 처음부터 이방에 우크라이나 방송국이나 소형 콜택시 회사의 야간 통신에서 나오는 소리의 물건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 그 책은 그 자신만의 발달된 감수성으로 우리를 예민하게 하고 우리의 숨겨진 촉각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두 번째 챕터- 자신의 독서법 중에서


우리는 평소에 무심히 지나치지만 일상적인 형태에 대해서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일상 중에 있다면 정확히 반응했을 그것들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정신은 의식 위에 떠 다니는 특정한 대상을 포착하게끔 회로에 설정된 레이더 같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그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레이더에 걸리며 회로가 재설정이 된다. 뭔가 보고 듣고 할 때 김훈이라면 고은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전에는 잡히지 않는 것들이 잡히게 되는 이치와 같다. 그렇게 잡히는 게 많아지면 결국 삶이 풍요로워지고 행복의 포인트가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기억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일상에서도 감동받는 것이다. 그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박웅현은 다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책이 머리의 감수성을 깰 수 있는 도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자 새로운 안테나를 세워서 모두의 삶이 더 행복해지고 풍요롭길 바란다는 마음을 담았다.

<책은 도끼다> 속에 간직한 네 잎 클로버


https://youtu.be/T0 NcZ9 G9 PL8

광고인 박웅현과 크리에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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