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널>은 1988년부터 10여 년 동안 프랑스 파리 드골 공항에서 실제로 살았던 이란 출신 무국적자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영화의 배경은 뉴욕의 JFK 국제공항이며 주인공의 나라 크라코지아는 지도에 없는 국가다. 주인공 톰 행크스(빅터 역)는 미국의 유명 배우이며 제작자로도 활동한다. 빅터 나보스키의 역할이 어리바리하고 능청스러운 연기가 잘 어우러져 감동과 코믹으로 재미를 주고 있다. 평범한 남자 빅터는 뉴욕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입국 심사하던 중 문제가 발생했다. 국장은 빅터의 크라코지아 국가에서 쿠데타가 일어났고 여객기 운행이 모두 정지되었다. 새 정부가 국경을 폐쇄해서 비자의 효력을 상실했고 입국도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빅터와 몇 마디 나눈 국장은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입국도 출국도 안 되는 체제의 허점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해결될 때까지 국제선 환승 라운지에만 머물도록 허용한다. 빅터는 TV를 보며 고국이 반란군에 의해 내란이 일어났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졸지에 국제적인 미아가 된 셈이다.
공항에서의 빅터 나보스키
빅터( 톰 행크스)는 공항 내에서 의자를 재조립하여 잠을 청했다. 그러나 비행기 착륙 굉음에 깜짝 놀라 깬다. 최고 책임자 리처드는 은퇴 후 국장을 후임으로 생각 중이라서 감사만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빅터는 가운을 걸치고 공항 터미널을 누비고 화장실에서 씻는다. 비자를 받으려면 여권이 있어야 하는데 국적이 없어 효력정지로 부적격자다. 국장은 빅터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를 내보내기 위해 공항 문을 잠시 열어 두기로 한다. 공항 직원들은 빅터가 스스로 나가길 cctv를 보며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나가면 잡힐게 뻔해 가지 않았다. 빅터는 승무원 아멜리아( 캐서린 제타 존스)에게 전단을 주었다. 청소부와 두 사람은 빅터가 CIA일 거라며 건넨 종이는 암호일 거라고 추측했다. 빅터는 카트 반납기에서 동전 빼는 방법을 터득하여 배고픔을 해결한다. 크라코지아는 장기전으로 치달아 미래가 불투명해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빅터는 책을 샀고 뉴욕의 문화와 영어를 공부하기시작했다.
공항을 빠져나갈 방도는?
입국 심사관 토레스와 빅터
빅터는 매일 두 시간씩 기다려 공항에서 빠져나갈 방도를 찾지만 도와줄 수 없다는 뻔한 답변만 듣게 된다. 어쨌든 외교가 재개될 때까지는 비자를 발급할 수 없다. 빅터가 카트 반납기를 모아 동전 빼는 것을 저지당한다. 돈이 없어 법규를 어기도록 기다린다는 묘책이다. 실수로 떨어트린 비스킷을 치우려 했지만 청소부 빅터가 그건 자기 일이라고 손도 못 대게 한다. 그러다 주방 보조 엔리케가좋아하는 입국 심사관 토레스의 정보를 얻으면 음식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녀를 길들일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부탁이다. 덕분에 빅터는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된다. 국장이 호출해서 공항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고 한다. 외국인 보호법에 두렵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망명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청자가 많아 6개월이 걸리는데 그동안 자유롭게 다니면 된다고 했다. 두렵다는 말을 끄집어내기 위해 유도 질문을 했지만 없다고 하자 국장은 어이가 없다.
빅터와 국장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아멜리아와 식사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민번호와 주소, 연락처가 없어 일을 못한다. 건축일 했던 빅터가 벽에 멋지게 장식한 것을 보고 함께 일 하자는 요청을 받는다. 빅터는 메모지를 발견하고 관심자 세 사람 모인 장소로 갔다. 청소부는 빅터를 스파이라고 생각해 싫다고 했다. 그래서 엑스레이를 찍어 아무것도 없음을 증명한다. 이때부터 빅터를 신뢰하고 친근하게 대해준다. 그들은 빅터가 소중하게 여기는 깡통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영화는 빅터가 갖고 온 캉통을 간간히 비춰 주면서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는 에멜리아를 서점에서 만났다. 두꺼운 나폴레옹의 역사 이야기를 줄줄 이야기했다. 둘은 책 이야기가 대화의 소재가 되었다. 국장은 시간당 자신보다 박터가 돈을 더 많이 번다고 황당해하며 그가 공항에서 언제 나갈지 내기까지 걸었다. 국장은 국적도 국가도 없는 빅터를 국가안보에 위험이 된다며 연방 수용소에 구금하려고 요청하지만 자리가 없다는 답변이다. FBI를 비롯해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그대로 두는 것으로 잠정 결론짓는다.
일명 '염소 사나이'로 불려진 빅터
상급에서 공항의 운영상태를 점검하러 온 날, 국장은 직원들에게 미국 최고의 공항인 이유를 보여 주자고 요청했다. 예민한 국장은 설명하다가 가방검사 중에 이상한 물건을 발견해 즉각 구속 조치한다. 그러는 중에 위층에 문제가 생겼다고 부른다. 격하게 대립 상황인데 흥분한 외국인이 총까지 겨누고 있어 모두가 초긴장 상태다. 말이 통하지 않아 소리만 지를 뿐 해결 기미가 없자 빅터를 부른다. 국장은 이번 일이 잘 성사되면 뉴욕을 가게 해줄 거라고 약속했다. 빅터는 흥분한 그를 달래면서 의약품 반출은 서류가 필요함을 전했다. 그는 아버지께 갖다 드릴 약이라면서 몰랐다고 무릎을 꿇었다. 그를 제압하자 빅터는 염소에게 줄 약을 잘못 알아들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국장은 빅터가 도와주려는 것을 알아채고 남자가 말하도록 했다. 눈치챈 남자가 염소 약이라고 하자 넘겨준다. 국장은 화가 나서 빅터를 감방에 가둘 거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다 복사기에 빅터의 손바닥이 인쇄되었다. 국장한테 맞서는 건 미국에 맞서는 거라고 분노했다.
그 후 빅터는 일명 '염소 사나이'로 공항에서 인정받는 인물이 되었다. 가게마다 손바닥 사진을 걸어두며 옹호하고 찬양했다. 국장은 의약품 반입 건을 규정대로 해서 승진이 어렵게 되었다. 상사는 규정보다는 때로 인정을 베푸는 게 미국의 초석임을 강조했다. 상사는 빅터에게 좀 배우라고 쓴소리를 한다. 에멜리아가 돌아왔다. 셋의 합동 작전에 빅터의 무릎에 그녀가 앉았다. 둘은 책으로 대화를 나누었고 식사를 하기로 한다. 셋은 번갈아가며 최상의 서비스를 해 주었다. 둘은 어느 정도 마음이 통해 삐삐를 멀리 던져버렸다. 나폴레옹이 파리를 정복했을 때 조세핀에게 뭘 해 주었는지는 그녀가 비행에서 돌아오면 말해 주기로 한다. 엔리케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직접 반지도 토레스에게 못주고 빅터를 통해 주었다. 빅터의 중간 역할로 결혼까지 성사되었다. 13일 만에 돌아오는 에멜리아를 반겨주려고 빅터는 꽃다발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녀는 국장에게 불려 들어갔고 빅터의 진실을 알게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깡통 속에 담긴 사연이 대체 뭐길래
에밀리아는 국장에게 빅터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공항에서 9개월 생활한 것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뭔가 자신을 속이는 느낌을 받았고 화까지 냈다. 그런 에멜리아에게 빅터는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보여준 것을 자신이 만든 작품으로 보여주었다. 타일로 만든 일천 개의 분수였으나 작동되지는 않았다. 아멜리아가 빅터에게 67번 탑승구에 사는 이유를 물었다. 그동안 숨겨 두었던 비밀을 이야기했다. 빅터는 깡통에는 아버지가 재즈 가수들에게 받았던 싸인이 들어 있었다. 빅터의 아버지는 1958년 헝가리 신문에서 재즈 단원 57명의 사진을 봤다고 한다. 그들에게 편지를 쓰고 가수들의 직접 싸인을 받기 시작했는데 40년 동안 56명 것을 받았다. 한 사람 것을 받지 못하고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런 아버지의 꿈인 연주자 베니 골슨의 것을 받고 깡통에 넣기 위해 뉴욕에 왔다. 이야기를 듣던 아멜리아는 진심을 이해하고 감동하면서 빅터와 입맞춤을 했다.
빅터와 에멜리아
크라코지아에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다. 아멜리아는 친구에게 부탁해 1일 비자를 만들어 빅터에게 선물한다. 원하던 싸인을 받아서 깡통에 넣으라고 했다. 나폴레옹이 조제핀에게 결혼 선물로 준 게 뭔지 물었다. 금목걸이에 사진과 운명 글자를 넣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 비자에 진위 확인을 위한 감독관 서명이 없어 국장에게 갔다. 국장은 정식으로 CBP 현장 국장에 취임했다고 뿌듯해한다. 이제 공항의 안보를 위한 국장의 권력은 절대적이 되었다. 빅터에게 크라코지아로 갈 수 있는 항공권과 여권을 선물했고 터미널에서 비행기를 타도록 안내했다. 그러나 빅터는 뉴욕에 가고 싶다고 했다. 국장은 일을 어렵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으나 꼭 갈 거라고 했다. 빅터가 출국하지 않으면 도움을 받았던 세 명을 모두 해고시킨다고 엄포를 놓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고국행을 결심한다.
드디어 꿈은 이루어지고 (I'm going home)
평소 도움을 받았던 세 사람은 빅터를 돕겠다고 나섰다. 크라코지아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던 빅터는 소란스러운 광경을 목격한다. 청소부 굽타가 청소 걸래를 들고 비행기를 향해 돌진하며 멈추게 했다. 크라코지아행 866편은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지연되었다. 경찰이 빅터를 에워쌓았다. 셋은 자신들만 믿으라고 했으며 모두들 빅터 뒤를 따랐고 선물까지 한아름 안겨 주었다. 국장이 출구를 봉쇄하고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경찰 중에 한 명이 자신의 옷을 입혀주고 빅터를 내보내 국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많은 선물을 든 빅터가 택시를 타려고 할 때 아멜리아를 스쳐 만난다. 국장이 빅터를 찾으러 나왔지만 택시가 출발한 뒤였다. 국장은 다른 할 일이 많아 이젠 그를 포기하기로 한다. 자유롭게 놓아준 것이다. 빅터는 워싱 턴가에 가서 색소폰 재즈를 듣고 간절했던 베니 골슨의 친필 사인을 받았다. 빅터는 나는 집으로 간다고 외쳤다.
빅터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
기다림 속에 소중한 결실을 얻다
한순간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빅터는 9개월의 시간을 기다렸다.물론 갑자기 국적이 없어졌기에 모든 게 불가능했다. 국장은 자신의 성공과 일중심이었기 때문에 빅터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고양이가 쥐를 쫓아다니듯 빅터를 대했다. 빅터는 무모했지만 공항 내에서 살아 낼 수 있는 방법들을 나름 모색했다. 빅터는 카트 반납기에서 동전을 모아 배고픔을 해결했고 의자를 재조립해서 잠을 잤다. 건축일 했던 경험을 살려 돈도 벌었다. 그리고 매일 두 시간씩 기다려 빠져 나갈 방도를 찾으며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엔리케와 토레스의 사랑을 연결해 주었고 유부남을 사랑하는 에멜리아의 상담과 책을 통한 이야기도 나눴다. 아버지께 약을 갖다 주려는 간절한 아들에게 위기의 상황에서 큰 도움을 주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달했다. 빅터는 9개월 터미널에 머무는 동안 시간만 보낸 게 아니라 좋은 관계를 맺었다. 그래서 그를 위기의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고 그에게 마음을 보태던 것이다.
터미널은 잠시 머무는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이다. 그곳에서 생활한 빅터는 아버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좀 어리바리하고 영특하지 못했지만 그의 진솔함과 순수함은 같이했던 주변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국장이 자신이 승진했을 때 찰나의 순간을 기다렸다고 했듯이, 빅터가 한 장의 싸인을 위해 9개월을 고생하며 지냈듯이, 모든 것은 순간의 점을 향한 과정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은 찰나의 순간보다 더욱 소중하다. 과정을 무시한 결과는 아무리 좋아도 오래가지 못한다. 과정을 즐기는 기다림은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우크라이나가 소련의 침공을 받았다. 건물이나 도로가 무참히 폭격당하고 있는 참상과 피난행렬을 보니 참으로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전쟁으로 피해는 보는 것은 약소국이며 소시민들이다. 나라가 없다는 것은 국적이 없는 것이고 빅터처럼 국제적인 미아가 되는 것이다. 조속히 전쟁이 멈추길 바라며 해결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