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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Mar 05. 2021

Day 00. 꿈꾸던 까미노의 시작, 두려움과 설렘

인천공항에서 프랑스 생장 피에 드 포르까지

남편과 꿈꾸어 왔던 스페인 산티아고 프랑스 길을 순례하려고 출발한다. 우리는 2019년 8월 12일 인천 공항에서 예약해 둔 동방 항공을 타고 중국 푸동으로 간다. 푸동공항에서 기다려 비행기를 타고 파리 드골공항에 예정이다. 이어 몽파르나스 역으로 이동하여 테제베를 타고 바욘까지 갈 것이다. 다시 바욘에서 구간 열차를 타고 8월 13일 저녁에 프랑스 생장 피에 드 포르에 도착하면 다. 이  긴 순례의 여정을 찾아가는 출국을 앞두고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별 탈 없이 출발지까지 잘 갈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린 파이팅을 외쳤다.


청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두 딸의 배웅을 받으며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인천공항에 내려 프랑스로 갈 배낭 두 개를 부치고, 로밍하기 위해 KT 센터로 갔다. 5기가 휴대전화는 기간에 상관없이 로밍 자체가 무료라고 해서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다. 그러고 나서 사전에 예약한 해외 유심을 찾으러 북스토어로 갔는데, 사용법을 잘 몰라서 직원에게 물어서 설치하였다.


이어 출국 심사장으로 들어가서 순조롭게 출국심사를 마쳤다. 셔틀버스를 타고 탑승구 131번으로 갔다. 이른 저녁으로 비빔밥을 먹었다. 여행하는 동안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 맛이 있다. 동방 항공 200여 명을 태운 비행기는 안전하게 중국 푸동공항에 도착했다. 두 개의 배낭은 파리 드골공항까지 수화물로 가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홀가분하다.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섬세한 솜씨로 만든 중국 물건들을 사고 싶었으나 지금은 살 수가 없다. 짐을 보태면 안 되기 때문이다.

상하이 공항에서

결항으로 늦어져 좀 더 기다려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350명 타는 중국 동방항공 점보 여객기였다. 시간이 걸리고 환승이 힘들긴 해도 항공료가 직항의 절반 가격이다. 더 좋은 건 비행기에서 잠을 자고, 바로 생장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륙 후에 기내식이 두 번 나왔다. 중국 음식이 느끼하여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는데, 남편은 맛있다고 내 것까지 먹는다. 우린 기내에서 승무원에게 와인을 부탁해서 마시고 잠을 청했다.


밤새도록 비행하여 파리 공항에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하였다. 비행기에서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입국장으로 갔다. 파리는 입국 심사서가 없어서 편했다. 수화물로 온 배낭도 생각보다 빨리 나와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출국장을 나와서 르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르 버스가 파리 시내를 지나서 가는데 마치 시내 관광을 하는 기분이었다. 벽에는 프랑스 사람들이 광고인지 낙서인지를 한 게 여러 군데 눈에 띄었다. 많이 지저분하고 보기 안 좋다. 한 시간 정도 걸려 몽파르나스 역에 도착하였다. 역에는 세계에서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생각보다 무척 복잡했다.


떼제베 열차 탑승까지는 세 시간이 여유가 있어 점심을 먹으려고 세트 메뉴를 주문했는데 부실했다. 그래서 스타벅스 앞 생선 초밥을 사 왔는데 입맛에도 잘 맞았다. 번역기로 화장실을 물어서 볼 일을 보았다. 아직 가려면 두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해서 커피를 마시며 기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수시로 눈여겨보고 있던 전광판에 12시 52분에 타는 승객은 열차 1번에서 탑승하라는 문구가 떴다. 배낭을 메고 그곳으로 가서 표를 대니 오류라고 뜬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안내하는 분이 시간이 다르다며 급하게 7번 케이트로 가라고 안내해 주었다. 자세히 보니 12시 47분이라고 적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열차 시간을 착각했다. 우린 돌아서서 뛰기 시작했다. 배낭이 무거웠는데 기차를 놓칠까 봐 냅다 달렸다. 나중에 보니 내가 무거운 남편 배낭을 메고 뛰었다. 이럴 때 힘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신기하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바깥 풍경을 보며 달렸다. 프랑스에서 처음 타보는 떼제베 열차가 궁금하다. 말로만 들었던 속도와 시설은 어떤지에 대해서 말이다. 한국의 KTX와 큰 차이는 없었다.

넓은 들판을 보며 달려 그런지 속도의 빠름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 우리나라 기차처럼 마주 보며 앉는다.  젊은 부부와 어린 남매가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 모습이 보기 좋다. 등산화를 벗고 발을 좀 편하게 해 주었다.


아까부터 남편은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찾아 가보니 이 층에서 간식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달리는 기차에서 마시는 맥주가 무척 시원하다.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에서 보이는 차창 너머 풍경은 한 폭의 멋진 그림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과 하늘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활짝 열린다. 이국땅에서 남편과 걱정 없이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지금이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하다.


두 시간 정도 걸려서 프랑스 바욘에서 내렸다. 바욘은 프랑스에서 여러 지역으로 갈 수 있는 교통 요충지이다. 열차표를 샀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프랑스 생장 피에드 포르에 늦은 시간 도착이라서 먹을 것을 사 가기로 했다. 까르푸를 찾는다고 하니 알아듣지 못한다. 번역기에 돌려 마트를 찾는다고 했다. 친절하게 안내해 주어 찾아갔다. 즉석 빠에야와 간식을 샀더니 좀 무겁다. 바욘 아두르 강이 흐르는 곳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바욘 아두르강

다시 두 칸짜리 구간 열차를 타고 생장으로 달려간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원시림 같은 숲길을 한 시간 달려 생장에 도착했다. 생장은 피레네 산맥에 있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에 있는 프랑스 도시이다. 무사히 도착하니 안심이 되었다. 생장에 내려서 예약한 호텔로 가서 체크인하였다. 기대만큼 시설이 좋지는 않지만 나름 깨끗하고 친절하였다. 짐을 풀고 호텔 관리인에게 부탁하여 바욘에서 사 온 가공 음식을 조리하여 맛있게 먹었다.

생장 호텔

식사 후에 생장 시내를 한 바퀴 돌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곳까지 안전하게 온 것에 감사를 드린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순례가 시작된다. 끝까지 안전하고 건강하게 마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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